김범수 화백 부처님 그림에서 깨달은 ‘관세음보살’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우리 집 거실엔 원광대 범해(梵海) 김범수 화백이 금으로 그린(金彩) 아름다운 부처님 그림이 걸려있다. 얼마나 예쁘게 부처님을 그렸는지 꼭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이 강림하신 것 같이 황홀하다. 문득 이 아름다운 부처님의 그림을 올려보다가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密多心經)이 생각났다.
‘觀自在菩薩 行心般若波羅蜜多時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관자재보살께서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오온이 모두 공함을 비춰 보고 일체 고액을 건넜느니라.”
우리들이 선망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격자, 관세음보살은 지혜의 완성자다. 그 지혜를 통하여 우리의 몸을 위시해서 모든 현상계와 온갖 감정의 세계를 텅 빈 것으로 깨달아 알게 되는 것이다. 그 진리를 깨달으면 우리의 몸도 마음도 텅 비었기에 일체 고난과 불행과 갖가지 문제들이 있을 수 없다.
고난이니, 불행이니, 문제니 하는 것은 결국 무엇으로부터 오는가? 두말 할 것 없이 내 몸을 중심하여 나라는 것, 나의 것이라는 것 등 많은 감정들로 인하여 생긴다. 바로 이러한 문제들을 관세음보살은 반야의 삶을 통하여 해결한 것이다.
<반야심경>은 다른 경전에 비해 구조가 약간 다르다. 대부분의 경전에서는 “내가 이와 같이 들었다”라는 ‘여시아문’(如是我聞)이란 구절이 맨 먼저 나온다. 그런데 <반야심경>에서는 경전 성립의 배경 설명이 생략되고 바로 본론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것은 <반야>의 진수를 뽑아 놓았기 때문이다.
관세음보살은 ‘일체지자’(一切智者)라 할 수 있다. 바로 지혜를 완성한 분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반야심경>은 지혜의 완성을 가르친 경전이다. ‘관자재보살’에서 ‘관자재’는 범어(梵語)의 ‘아바로키테스바라’(Avalokitesvara)를 번역한 말이다. 이 말은 아바로키타의 ‘관’(觀)과 이스바라의 ‘자재’(自在)를 합한 것이다.
‘관자재보살’은 ‘관세음보살’의 다른 이름이다. 관세음보살은 중생들의 괴로운 마음을 직관지(直觀智)로 투시하는 보살이다. 또 관세음보살은 부처님의 자비가 인격화된 분이다. 그래서 관세음보살은 모든 것을 두루 살피고, 알고, 듣기 때문에 우리를 고난에서 구해주는 분이다. 또한 우리가 부르기도 전에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는 분이다.
이와 같이 ‘관자재보살’은 ‘반야바라밀다’의 실천자다. 반야의 힘으로 우주와 인간의 근본 실상을 확연히 보는 것이다. 반야의 실천내용은 곧 자비행이다. 자비를 통한 반야의 실천을 완성하는 자로서 ‘관자재보살’을 등장시킨 것이다. ‘관자재보살’은 궁극적으로 진리를 실현하고 반야의 완성을 통해 피안(彼岸)에 도달하는 것이다.
‘관자재보살’에서 보살(菩薩)의 의미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 보살은 ‘보리살타’(菩提薩陀)의 줄임말이다. 보리살타는 범어로 ‘보디사트바’(Bodhisattva)라고 한다. 보디사트바는 깨달음을 나타내는 ‘보리’와 중생을 뜻하는 ‘사트바’를 합한 것으로 불교의 이상적인 구도자상을 상징하는 말이다. 즉, 깨달음을 완성한 부처와 미혹(迷惑)된 중생의 두 가지 속성을 가진 자가 바로 보살이다.
보살은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대승불교에서 넓은 의미로 볼 때 보살은 올바른 인생을 살려고 노력하며 꿈꾸는 사람이다. 보살이란 보다 나은 인생을 위해 꿈과 희망과 포부를 갖고 향상을 꾀하는 사람인 것이다.
‘관자재보살’의 여섯 가지 실천 덕목인 ‘육바라밀’(六波羅蜜)이 있다.
첫째, 보시바라밀(布施波羅蜜).
보시는 주는 행위를 말하는데,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재물을 주는 행위(재보시, 財布施), 진리를 일러주는 행위(법보시, 法布施),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행위(무외시, 無畏施)라 한다.
둘째, 지계바라밀(持戒波羅蜜).
지계는 계율을 지키는 것을 말한다. 계율을 지킨다는 것은 곧 행동을 절제할 줄 아는 것을 가리킨다.
셋째, 인욕바라밀(忍辱波羅蜜).
인욕이란 고난을 참고 견디는 것을 할한다.
넷째, 정진바라밀(精進波羅蜜).
정진은 진리의 길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다섯째, 선정바라밀(禪定波羅蜜).
선정은 정신이 산란하지 않게 안정시키며, 사념(思念)의 근원을 투시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앞의 보시, 지계, 인욕, 정진바라밀을 실천함으로써 그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 선정바라밀이다.
여섯째, 지혜바라밀(智慧波羅蜜).
지혜바라밀은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바라밀을 실천함으로써 얻어지는 최고의 지혜를 얻는 일이다. 또 최고의 지혜를 얻기 위한 모든 노력을 이른다.
이상의 여섯 가지 바라밀은 보살의 이상적인 경지인 열반(涅槃)을 얻기 위해서 실천해야 하는 중요한 덕목이다. 바라밀은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바라밀은 그것을 닦는 자만이 그 진가를 알고 성불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