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식’, 나훈아의 ‘모정의 세월’ 웅얼대다···”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오늘이 청명(淸明)이고 내일이 한식(寒食)이다. 멀지 않은 선산에 성묘를 가야 하는데 다리가 불편해 가지 못하는 이 불효자가 못내 슬프기만 한다. 오래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2년 후에 아버님까지 열반(涅槃)에 드셨다. 부모님 은혜야 다 똑 같겠지만, 그래도 아버지에 비해 어머니의 모정은 정말 위대하셨다.

천하의 한량이던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가정과 자식들을 돌보지 않으셨다. 그로부터 어머니는 어린 저를 데리고 시장터에 나와 작은 쌀가게를 여시고 장사를 시작하셨다. 어머니는 언제나 머리에 둘러쓰신 수건 위로 쌀 먼지가 수북이 쌓여도 아랑곳 하지 않고 먼지 구덩이 속에서 차디찬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셨다.

왜 그때는 자식들을 그리 많이 낳으셨는지 무려 3남3녀를 두셨다. 그 작달막한 키의 우리 어머니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시는지 6남매를 모두 공부시키고 혼인시키며 그래도 자식들이 이 험난한 세상에 그런대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영위하도록 위대한 모정을 불태우셨다.

가객(歌客) 나훈아의 노래 ‘모정의 세월’이 있다. 어머니를 그리며 잘못 부르는 노래지만 흥얼거려 본다.

“동지섣달 긴긴밤이 짧기만 한 것은/ 근심으로 지새우는 어머님 마음/ 흰머리 잔주름은 늘어만 가시는데/ 한없이 이어지는 모정의 세월/ 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이 일듯/ 어머님 가슴에는 물결만 높네.

길고 긴 여름날이 짧기만 한 것은/ 언제나 분주한 어머님 마음/ 정성으로 기른 자식 모두들 가버려도/ 근심으로 얼룩지는 모정의 세월/ 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이 일듯/ 어머니 가슴에는 물결만 높네.”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을 어찌 그리도 잘 표현했는지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 위대한 모정이 어찌 인간만의 일이겠는가? 모든 생령(生靈) 다 지니고 있는 것이 위대한 모정이다.

깊은 바다에서 사는 연어(salmon)가 있다. 어미 연어는 알을 낳은 후, 한 쪽을 지키고 앉아 있는다. 갓 부화되어 나온 새끼들이 아직 먹이를 찾을 줄 몰라 어미의 살코기에 의존해 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미 연어는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며 새끼들이 맘껏 자신의 살을 뜯어먹게 내버려 둔다.

새끼들은 그렇게 성장하고, 어미는 결국 뼈만 남아 죽어간다. 그래서 연어를 ‘모성애의 물고기’라고 한다. 또 가물치라는 물고기가 있다. ‘효도의 물고기’라고 한다. 어미 가물치는 알을 낳은 후, 바로 눈이 멀어 먹이를 찾을 수 없게 된다. 그저 배고픔을 참는 수밖에 달리 살아갈 길이 없이 꼼짝 없이 굶어죽게 되고 만다.

그러나 갓 부화되어 나온 수천마리의 새끼들이 본능적으로 어미의 상태를 깨닫고 어미가 굶어 죽는 것을 볼 수 없어 한 마리 한 마리 자진하여 어미 입으로 들어가 어미의 굶주린 배를 채워준다. 그렇게 새끼들의 희생에 의존하다 시간이 지나 어미가 눈을 뜰 때쯤이면 남은 새끼의 양은 십분의 일도 남지 않는다.

미물인 물고기뿐이 아니다. 안락사 주사 맞고도 송아지에게 젖 먹인 뒤 사망한 ‘어미 소의 위대한 모정’도 있다.

몇 년 전 ‘부루셀라’ 파동 때, 살처분에 참가했던 한 축산 전문가는 횡성의 살처분 현장에서 믿기 힘든 장면을 목격했다. 어미 소를 안락사시키기 위해 근이완제 ‘석시콜린’을 주입하는 순간, 갓 태어난 송아지 한 마리가 어미 곁으로 다가와 젖을 달라며 보채기 시작했다.

어미의 고통을 알 수 없는 송아지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살처분 요원들의 가슴이 무거워졌다. 소마다 약에 반응이 나타나는 시간이 다르지만 대개 10초에서 1분 사이 숨을 거둔다. 하지만 곧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어미 소는 태연히 젖을 물리기 시작했다. 30초, 1분…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어미 소는 다리를 부르르 떨기 시작했지만 끝까지 쓰러지지 않고 버텨냈다.

모든 시간이 멈춘 듯 모두 어미 소와 송아지만 바라본 채 2~3분이 흘렀을까, 젖을 떼자 어미 소는 털썩 쓰러졌고 영문을 모르는 송아지는 어미 소 곁을 계속 맴돌았다. 현장의 방역요원들은 이 비극적인 모정에 얼굴을 돌린 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고 한다. 살처분 대상인 송아지도 어미 곁에 나란히 묻혔다.

미물과 축생(畜生)의 모정도 위대한 것인데 인간의 모정이야 얼마나 위대한가? 지난달 11일 강원도 정선에서는 일가족 4명이 마주오던 트럭과 충돌해 부부가 사망하고, 생후 10개월, 30개월짜리 남매만 겨우 살아남았다. 남매의 엄마는 중상을 입고도 아이를 챙겼다.

사고 직후 어머니는 둘째 아이를 차에서 안고 내려 바닥에 내려놓은 다음에야 쓰러졌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보여준 애틋한 모정에 많은 사람들이 가슴으로 울었다.

13억 중국인들을 감동시킨 한 장의 사진이 있다. 교통사고로 생명이 위급한 한 여성이 응급실에 누워 아기에게 젖을 물린 모습이다.

정말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언제든 자식의 목숨과 바꾸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자식을 위해서라면 불구덩이라도 뛰어드는 게 우리들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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