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박근혜 대통령-파키스탄 샤리프 수상, 두 권력에 뿔난 국민들
[아시아엔=나시르 아이자즈 <아시아엔> 파키스탄 지부장·전 PPI 편집국장] 파키스탄 언론들은 신문지면과 온라인을 가리지않고 △미국의 새 대통령의 정책 △중동지역 정세 △이민 및 난민 문제 △기후변화 등에 따른 자연재해 △미·러, 미·중 등 강대국 간의 마찰 등 국제문제 보도에 많은 비중을 싣고 있다.
그러나 그 중 파키스탄 독자들의 시선을 가장 강렬하게 사로잡는 것은 혁명 지도자의 사임 및 처벌 등이다. 지구촌 어디라도 이러한 뉴스는 파키스탄 대중과 야당정치인들의 대화에 종종 인용된다. 최근 박근혜 한국대통령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시민혁명과 국회의 탄핵안 의결 역시 그 가운데 하나다.
파키스탄 언론들은 지면과 방송을 통해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쿠데타로 집권해 1960~1970년대 독재정치를 하며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끈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 관련 뉴스를 연일 보도했다.
우연의 일치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사임 압박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파키스탄 수상 나와즈 샤리프 역시 임기(2018년 3월)를 못 채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평생친구라는 최순실씨와의 관계 및 대기업 관련 부정부패 등 국정농단 문제가 불거졌다면 샤리프 수상은 야당이 제보한 부정부패 스캔들에 연루되었다.
최순실씨가 국정농단 및 수백억원대의 횡령 혐의를 받아,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범의혹을 수사중이라면 샤리프 수상과 그의 가족은 탈세·국부유출·유령회사 설립 등의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샤리프 수상의 이러한 부패는 작년 ‘파나마 페이퍼스’가 폭로되면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파키스탄 정계는 발칵 뒤집혔다.
샤리프 수상의 비리 사실은 지난해 파나마 소재 조세회피 전문 법률회사인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내부자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에 의해 폭로될 때 함께 밝혀진 것이다.
한국에서 수십만 시민들이 매주 토요일 서울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촛불집회를 열며 박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듯이 파키스탄 역시 대규모 시위가 진행되었다. 한국에서는거리시위 6주만에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반면 파키스탄에서는 법원과 국회에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파키스탄의 부정부패 역시 뿌리가 깊다. 부정부패는 중앙정부의 핵심부에서 지방정부의 하부까지 넓고 깊게 퍼져있다. 이같은 현상은 정치계뿐 아니라 검경·법조·군부·세무당국 등 탈세·정경유착·부동산투기·금융투기 등을 수사하는 사정기관과 특수조직에까지 공연하고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이러한 이유로 파키스탄은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6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175개국 중 116위를 기록했다. 파키스탄의 CPI 순위는 1995년부터 20년 넘게 평균 108위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05년에는 144위까지 떨어진 바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부분도 없지는 않다. 오늘날 파키스탄 국민들은 더 이상 부정부패에 대해 침묵하지 않는다. 최근 갤럽 조사에 따르면 파키스탄 국민들이 사회에 대해 느끼는 가장 큰 불만은 부정부패로 밝혀졌다.
대한민국은 파키스탄과 수천km 먼거리에 있지만 한국의 최근 정치상황이 파키스탄 국민들의 마음에 가깝게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번역 윤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