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서 힌두교 혼인 인정하는 법안 통과, 이슬람-힌두 화합 위한 첫걸음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그간 법적으로 혼인을 인정받을 수 없었던 파키스탄 신드주(州) 의 힌두교인들이 공식적으로 부부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15일 신드주 의회에서 힌두교인의 혼인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법안은 신드주에 거주하는 18세 이상의 힌두교인이라면 누구나 혼인신고가 가능하며, 이미 혼인한 이들에게도 소급적용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무슬림이 대다수인 파키스탄에서 힌두교인은 2%를 차지하는 소수여서 그간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수십여 년간 차별 속에서 살아왔다. 핍박을 피해 인도로 이주한 이들도 있고, 결혼을 입증하는 법적 증거가 없던 탓에 은행계좌 개설, 비자 발급 등의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랐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법안 통과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힌두교 인권운동가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힌두교 소녀와 여성들이 혼인을 위해 개종을 강요당하거나 납치와 강간 등의 범죄에도 빈번히 노출되는 등 문제가 많았지만, 법안이 통과되면서 이를 바로잡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심지어 무슬림 가해자 가운데는 영향력 있는 이슬람 지도자의 도움으로 보호를 받는 경우도 상당한데, 이를 포함해 그간 힌두사회에 대한 차별이 해결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논란도 여전하다. 법안에 ‘부부 중 한 사람이 결혼을 위해 강제 개종했을 경우, 결혼을 무효화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바루 말 암라니 기자 겸 인권운동가는 “실제로 강제 개종보다는, 어린 소녀소녀들이 종교가 다른 배우자와 결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종교를 바꾸거나 부모의 허락을 받지 못해 도피하는 경우가 더 잦다”면서 “힌두교인 혼인문제는 단순한 종교가 아닌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며 비판했다.

또한 라메스 쿠마르 방카니 힌두교의회 대표는 “새 법안은 힌두교인 소녀와 여성들을 보호하는 데 충분치 않다”면서 “다차원적으로 접근해 이 문제를 풀어야하지만 급하게 의원들이 이 법을 통과시켰기는 바람에 고려해야 할 사안들을 놓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파키스탄 의회는 힌두교인 혼인뿐 아니라 이혼?·상속·?양육 등을 포괄적으로 다룬 법안을 고심 중에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 종교 소수자들에 대한 반감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시기인 만큼, 조심스러운 부분도 많다.

한편, 일반적 사회 분위기와는 달리 파키스탄 남서부의 타르사막처럼 무슬림과 힌두교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지역도 있다. 이 곳에선 종교는 다르지만 죽어서도 한 묘지에 묻힐 정도로 두 종교인들이 가깝게 지낸다. 지난 12월 이곳을 방문한 나시르 아이자즈 <아시아엔> 파키스탄 지부장은 “이슬람과 힌두교 사이의 심각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차이를 받아들이고 상부상조하는 이들의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했다.

힌두교인의 결혼을 최초로 인정하는 역사적인 법안의 통과를 시작으로, 파키스탄인들이 타르 사막에 사는 이들처럼 마음을 열고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받아들인다면, 긴 세월 동안 이어졌던 무슬림과 힌두교인 간의 다툼도 평화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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