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황제 故이주일 대통령 청문회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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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이홍주 대중문화평론가] 대한민국에는 여러명의 비공식 대통령이 있다.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같은 국가원수로서의 대통령이 아니라 예체능계의 대중적인 인기를 독차지했던 대통령들이다.

농구 대통령 ‘허재’, 어린이들의 대통령 ‘뽀로로’, 그리고 코미디 대통령 ‘이주일’이 그 예이다. 고 이주일은 ‘코미디의 황제’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국가대표 희극인이었고, 축구광인 그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보고나서 얼마 있다가 돌아가셨으니 세상을 뜬지 대략 14년 이란 세월이 지났다. 그리고 수많은 코미디언 지망생들이 그의 유행어와 흉내를 아직까지도 따라하고 있으니 한마디로 대단한 인기인이었음은 틀림없다. 한번은 14대 국회의원도 해봤고…

필자는 예전에 고 이주일선생과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함께한 적이 있다. 특히 5공 청문회를 풍자해서 만들었던 ‘이주일 대통령 청문회’ 는 코미디언 이주일의 최고인기시절을 장식했던 공연작품이기도 했다. 청문회위원장에는 이덕화, 국회의원 질의자로는 이규혁과 최병서 등이 출연하여 사실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당시의 코미디청문회는 코미디대통령 이주일이 대기업으로부터의 뇌물 수수혐의 그리고 친인척들을 고위 관직에 앉힌 의혹, 또한 친구들과의 정권 나눠먹기의 비밀협상 등을 소재로 했었다.

청문회에서 오고갔던 여러개의 질의 응답이 있었다. “증인은 ㅇㅇㅇ씨 만난적 있지요?” 라는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나는 신성일처럼 잘생긴 사람은 절대로 기억 안합니다’ 다시 질의자가 ‘기업체로부터 많은 돈을 받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맞지요?’ ‘본인은~한푼도 받은적이 없습니다. 내가 돈을 받았다면 얼굴 성형을 했겠지요. 그런데 보세요. 성형한 적이 없어요. 실은 견적이 너무 많이 나온다기에 엄두가 안나서…’ 다시 질의자가 ?‘얼마전에 비서를 성희롱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뭔가 보여 드리겠습니다… 라면서 그게 사실이지요?’ ?’내가 성희롱을 했다구요? 정말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말이 되는 얘기를 하셔야죠. 다시한번 거듭 사과 드립니다.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한편 당시 전두환대통령을 풍자한 여러 코미디들이 일명 극장식 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으니 바로 대머리 시리즈다. ‘제가 이발소에 갔는데 이발하고 나서 돈을 반만 줬거든요. 이발사가 따지자 이렇게 얘기 했습니다. 머리카락 있는데부터 머리를 깍은거 아닌가요? 보통 사람들 반도 안되는데…’ ‘대머리, 별로 흉도 아닙니다. 어느분은 대통령도 되시지 않습니까’ ‘어떤 분이 나한데 그럽디다. 대머리가 아니면 그래도 인물이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무슨 말씀을… 대머리는 대통령도 못고쳐요. 대통령도 못 고치는데 감히 어찌 제가…’

이제 대통령탄핵도 되었고 곧 대통령에 대한 다양한 조사가 특검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사실과 진실들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혀질 것이다. 현미씨가 부른 이 노래가 계속 입에서 흥얼거려진다. ‘떠날때는 말없이’ , 그 날 밤 그 자리에, 둘이서 만났을 때, 똑같은 그 순간에, 똑같은 마음이 (중략) 떠날 때는 말 없이 말 없이 가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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