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문화 3.0] ② 의사소통 기술의 역사
에버렛 로저스(Everett Rogers)와 윌버 슈람(Wilbur Schramm)과 같은 사람들은 의사소통의 역사와 그 기술적 전개를 얘기했다. 여기에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인간 본능이 확장된 소통(communication)에 대해 언급했다. 즉 청각의 확장으로 라디오, 시각의 확장으로 책 같은 매체를 규정하면서 미디어는 인간감각을 대신한다는 의미로 ‘미디어는 마사지다(Medium is the massage)’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인간이 소통하고자 하는 본능(감각)이 역사와 더불어 확장되고 있는, 어쩌면 무서울지도 모를 미래의 소통을 규정한 것이다. 이러한 이론들에?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속속들이 공감하고 있다.
아무튼 이렇게 이뤄진 기술적 소통의 시작을 우리는 역사라고 한다. 물론 역사의 기준은 문자의 발명이다. 이전의 역사와 이후의 역사는 180도 다른 양상을 보인다. 문자와 함께 살아온 인류는 기록을 시작하게 됐다. 구체적 문자가 없던 이전의 시기는 그저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추측만 하고 있으니?얼마나 불확실한 소통인가? 성질 급한 사람들은 불확실하거나, 늦거나, 아예 무시되어 이뤄지는 소통을 견디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화풀이까지 한다. 의사소통의 메커니즘은 이렇게 무섭기까지 하다.
인류 최초의 글자는 지금의 이라크 땅, 메소포타미아 하류의 델타지역에 일찌감치 자리잡은 수메르(Sumer)인들에 의해 B.C. 3000년경 시작됐다. 이른바 쐐기문자다. 설형문자라고도 부르는데 글자 하나하나의 모습이 그렇게 보여 생긴 이름이다. 풍부한 찰흙을 네모반듯하게 다듬어 하나의 빨래판처럼 만들어(그것을 태블릿, tablet이라 불렀다) 그 위에 나무 대롱과 같은 끝이 날카로운 꼬챙이(이것을 스타일러스, stylus로 불렀다)로 눌러 글자를 새겼다. 태블릿이나 스타일러스 모두?컴퓨터가 만들어지면서 새롭게 나타난 명칭같지만 이미?있던 말들이었다.?아이콘(icon)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나중에 언급하기로 한다. 글자는 세계 4대 문명 발상지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으니 역사는?4대 문명으로부터 비롯된 것과 다름없다.
이렇게 시작한 글자에 의한 소통의 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필기, 메모, 낙서 등이 이러한 소통행위다. 글자로 인한 의사소통은 정보의 급작스런 확장을 가져왔다. 그러다가? 하나하나 써가면서 소통하는 일이 정말 성가신 일로 치부됐다.
다음에 이뤄진 의사소통의 혁신이?활자인쇄술이다. 인쇄술의 역사에서 활자, 구체적으로 금속활자의 역사는 우리 민족이 시작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활자의 일반화에는 종이의 역할이 중요했다. 중국인 채륜이 발명한 종이는 이슬람 세력과 당나라가 마주친 전쟁으로 인해 유럽에 전파됐는데 그때 당나라군을 이끌던 장군이?고구려 유민 고선지였다. 우리 민족이 세계 활자문화에 끼친 또 하나의 대단함이다. 이렇게 활자인쇄술에 의한 인류의 소통생활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는 아직도 책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다음으로?나타난 것은 원거리 의사소통이다. 글자나 활자매체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송신자, sender)과 전달받는 사람(수신자, receiver)의 구분이 약간 애매하다. 천자문(千字文)을 배우는 학당에서 교본(천자문)과?교사(작자)가 있는 상황처럼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책(천자문)을 보면서 혼자 공부할 때는 간접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매체(media, medium)와 사용도구(interface)의 개념을 살펴보자. 필자는 지난 회에 의사소통과 사용도구를 언급했다. 매체는 또 다른 사용도구에 해당된다. 어떤 사람이 방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가려면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 그리고 문에는 손잡이가 있어서 그것을 작동시켜야 한다. 손잡이를 열쇠로 열고 나간다면, 열쇠, 손잡이, 문이 사용도구가 된다. 만일 전원을 끄고 방을 나가야 한다면 켜고 끄도록 하는 스위치 역시 사용도구이다. 의사소통에 있어서 글자와 활자도 도구이다.?글을 기록할 파피루스, 양피지, 종이 등이 소통의 도구로 등장했는데?도구라기 보다는?매체라고 할?수 있다.
소통하고자 하는 인간에게 내용(정보)을 담아 보내거나 지닐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했던 것이다.?이런 사용도구 없이 인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정보를 다루기 힘들었을 것이다.
정보의 양만큼 인간은 이제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소통하고자 했다. 완벽한 간접 커뮤니케이션을 원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마르코니에 의해 전신이 발명됐고 이윽고 전화가 발명되었다.
전화의 발명으로?인류의 의사소통은 비약적으로 전환됐다. 전화는 우리의 삶에서 혁명이자 혁신?이상이다.
전화는?소통, 즉 커뮤니케이션하고자 하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가장 인간적인 도구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전화없이 설명이 힘들다.?전화를 발명한 그라함 벨(Alexander Graham Bell)은?엄청난 부를?후속 연구에 투자했는데?벨연구소에서 오늘날 컴퓨터를 가능하게 한 트랜지스터를 만든 것이다. 이제 원거리 의사소통은 별 무리 없는, 어쩌면 평범한 일이 됐다. 원거리 의사소통을 위한 매체들로는 라디오, TV 등을 추가할 수 있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라디오는 이미 오래 전에 한물 간 매체이다. TV는 어떤가?
인간의 소통 욕구와 확장은 원거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이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시대를 이룩한 것이다.
RT @ASIANAJAAJA: {KOR}: [시각문화 3.0 시대]② 의사소통 기술의 역사 http://t.co/kEv8m9Ad
{KOR}: [시각문화 3.0 시대]② 의사소통 기술의 역사 http://t.co/kEv8m9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