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문화 3.0] ③ 시각적 소통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상당 부분은 시각적 소통으로 이루어진다. 민감한 인간의?시각적 장치는?그 어떤 창조보다 오묘하며 신비롭고 거의 기적에 가까운 모습이다.
인간의 시각적 소통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기관으로는 눈(眼, eyes)과 두뇌, 그리고 마음이 있다. 우선 인간의 눈은 삼라만상 무수히 많은 동물 중 거의 유일하게 색깔을 구분해 볼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인간의 눈은 색상(물감)과 색광(빛)까지 구분한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물질인 색상은?그것이 자연에서 온 재료든 인공적 화학재료였든?인간이?시각적 세상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인간은 자연이 가져다준 빛에 순응하며 살아왔다. 어쩌면 빛과 지혜롭게 타협하면서 살아왔다. 빛은 태양과 달에서 온 엄청난 에너지이거나 자연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하지만 인류의 지혜는 이러한 빛을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현재 우리가 바라보며 살고 있는 것들, 조명이나 TV, 컴퓨터 모니터의 원리가 색광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기가 없던 시절 인간은 대체조명을 만들어 밤을 밝혔다. 그것조차 없던 시절에는 빛에 순응하는 방법 말고는 없었을 것이다. 즉 해지면 잠들고 해가 뜨면 일어나는 식의 삶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불의 발명으로 말미암아 인간의 시각적 발전은 큰 전기를 맞지 않았을까?
인류의 출현과 더불어 시각적 훈련과 물감과 조명에 대한 연구 등이 동시에 추구되었으니 우리의 시각 그 자체가 하나의 능력이자 인간의 발전이라고 보아 무방하다.
어떤 범행 현장이 있다고 가정하자. 교통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치는 장면에 목격자가 있었다. 밤이었고 어두웠음에도 불구하고 그 목격자에 최면을 가하면 자동차 번호판을 기억할 수 있다. 또 하나,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실험이다. 일반적으로 영화의 필름은 연속적 이미지로 이루어져 있다. 1초당 24개 장면이 쉼 없이 이어진다. 그러므로 그 24개의 장면 속에 의도적으로 이미지를 삽입하여 보여줄 수도 있다. 24개 중 하나 혹은 두 개 정도의 이미지를 넣어 보여주는 일은 순식간이다. 어떤 콜라회사에서 그렇게 실험을 한 후 판매효과를 살펴보았다. 당연히 영화가 끝난 후 전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음료를 찾았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상술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더 이상 이루어질 수 없었지만 인간 시각의 예민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이 청각적 소통을 앞선다고 볼 수 있다. 신생아의 경우, 그들이 울거나 옹알이를 하는 것을 소통이라고 여기지만 그들은 이미 눈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외쳐대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불과 3~4세에 불과한 조카가 하늘에 멀리 떠가는 비행기의 심벌 색상만 보고 그것이 어떤 나라의 것인지 알아맞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현재 북유럽권 나라들과 미국, 캐나다 등지의 선진국에서는 낮에도 자동차들이 헤드램프를 켜고 운행하도록 되어있다. 나아가 아예 차 시동을 켜면 불이 켜진다. 왜 그럴까? 그것은 인간의 시각이 아주 미묘한 빛과 색상의 차이를 무의식적으로 지각하므로 빛을 켜면 자동차가 있다는 사실에 바로 주의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도입해볼 필요가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시각은 이렇게 심리 지각적 본능이 된다. 물론 의사소통을 위한 가장 근본적 단서가 되는 장치이다.?우리가 평소에는 외모에 신경을 쓰지만 반대로 외모에 무관심한다고 해도 모두 시각적 관심에 근거를 두는 행위이다.?의사소통의 여러 방면에서 시각적 조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있다. 그리하여 이렇게 이루어진 시각적 소통의 결과가 축적되어 시각문화로 불리는 어떤 유형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