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단풍 가볼만한 곳] ‘신관동별곡’···고성 삼일포·양양 낙산사·강릉 경포대·삼척 죽서루·평해 월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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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 ‘죽서루’

[아시아엔=김국헌 수필가,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은 이렇게 시작한다.

江湖애 病이 깊퍼 竹林의 누엇더니

關東 八百里에 方面을 맛디시니.

어와 聖恩이야 가디록 罔極하다.

관동팔경은 통천 총석정, 간성 청간정, 고성 삼일포, 양양 낙산사, 강릉 경포대, 삼척 죽서루, 울진 망양정, 평해 월송정이다. 그 가운데 통천의 총석정은 주상절리(柱狀節理)가 빼어난 곳인데 현재는 북한지역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히 위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주영이 태어난 곳이다.

간성 청간정은 북한을 바라볼 수 있는 최북단이다. 고성 삼일포는 해금강이다. 2천년대초 남북관계가 진전될 때 동해선 철도와 도로가 연결된 곳이다. 일제시대에 토목공사가 진행되었던 곳이라 공사하기가 쉬었다.

속초는 6·25전에는 38선 이북이었다. 원래 양양군 속초읍이었는데 현재는 강릉을 넘어서는 동해안 제1의 도시가 되었다. 수복 후에 이북 사람들이 많이 와 살았는데 함북 북청이 고향인 이병형 장군도 여기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이 고장 사람들의 말씨가 북한 말씨를 많이 연상케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춘천-속초 간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더욱 번성해질 것이다. 양양에는 고택들이 많이 있어 옛날부터 이 지역의 중심부였음을 알게 한다.

양양 낙산사의 홍련암은 강화 석모도의 보문사, 남해 금산의 보리암과 함께 3대 관음성지로 불리는데 기도효험이 크다고 한다.

속초의 켄싱턴스타호텔은 2006년 남북 장성급 회담이 개최된 곳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특별히 마음을 써서 1979년 허가를 내준 호텔로, 경관과 호텔 설비가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다. 영국의 찰스 황태자, 다이애나 공주를 비롯, 내외의 여러 귀빈이 다녀간 최고급 호텔이다. 울산바위를 올려다보면 절경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여기에 호텔을 짓는 것을 허락한 이유를 알만하다.

양양에는 하조대가 있다. 하륜과 조준이 역성혁명을 꿈꾸었던 곳이다. 하조대에는 ‘애국가’ 영화로 익숙한 바위 위의 굽은 소나무가 있다. 강릉은 신라 9주의 하나로 옛날에는 명주(溟州)였다. 경포대에 달이 뜨면 호수와 바다와 마음, 세 개의 달이 뜬다고 한다.

강릉에는 신사임당 관련 유적과 선교장이 있다. 경주 최씨와 같이 크게 마음을 쓴 관동 부호의 대가를 엿볼 수 있다. 강릉 남쪽의 괘방산에 등명낙가사가 있고 부근에 ‘모래시계의 고장’ 정동진이 있다.

진흥왕은 영토 확장을 하면서 경계를 나타내는 순수비(巡狩碑)를 세웠는데 함흥에 황초령비, 이원에 마운령비를 세웠다. 한성의 북한산비와 창원의 창녕비를 합해 진흥왕순수비 4개 중 하나다. 영동은 경주에서 함흥에 이르기까지 식생이 비슷하다. 강릉에 오죽헌(烏竹軒)이 있는데 아열대식물인 대나무가 이 지역에서 자라는 것은 해양성 기후로 온난하기 때문이다. 말씨도 서로 비슷하다. 신라는 백제를 공략하기 전에 북으로 먼저 진출하였는데 삼국시대 이전 옥저와 동예가 있던 자리다.

삼척에서 정선, 평창을 거쳐 춘천으로 가는 국도는 스위스를 방불케 하며 우리 한국에 이런 곳이 있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자작나무 숲이 닥터 지바고의 시베리아를 연상케 한다. 삼척에 남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가 있다. 태백에는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도 있다. 공군 조종사들은 국토를 비행하다 보면 동해의 무릉계곡과 울진 불영계곡의 태백산맥 일대 경치가 가장 장관이라고들 한다.

울진은 금간(錦山)이 전라북도와 충청남도를 오간 것 같이 행정구역상 강원도와 경상도를 오간 곳이다. 울릉도와 독도가 울진군에 속해 있다. 울릉도는 진흥왕시대에 이사부가 개척하였는데 나무사자를 싣고 가서 섬 주민들을 놀래어 복속을 받았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 신라가 동해를 넘어 저편으로도 일찍 눈을 떴음을 알 수 있다.

울진의 금강송은 최고의 목재로 궁궐을 짓는데 쓰인다. 인근에 척준경의 묘소가 있다. 척준경은 윤관과 함께 별무반으로 여진을 토벌하였고 외척으로 국왕 인종을 능멸한 권신 이자겸을 제거하였다. 경상도는 크다. 울진에 들어서면 포항까지 140km라는 안내가 나온다. 이 정도 거리면 서울에서 대전, 대전에서 대구, 대구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경상도는 전라도와 충청도를 합한 것만큼 크다는 것을 실감한다.

국도 7번 도로 포장이 완료되었다. 춘천-속초 고속도로가 완공되고 원주-강릉간 철도가 연결되면 관동의 교통체계는 지금보다 더욱 편리하게 될 것이다. 7번 국도는 Asia Highway 6로 대륙과 연결된다. 하루라도 빨리 그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통일이 되어야 가능한 꿈이다.

강원도의 산하는 ‘하늘이 내린 곳’이라고 한다. 인제로 들어서면 38선이 지나간다. 인제는 6·25전쟁 전에는 우리 땅이 아니었다. 국군의 분전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오늘날 설악산도 보지 못할 뻔했다. 화진포에는 김일성 별장이 있다. 김정일이 어릴 때 놀던 사진도 있어 남북군사회담때 북한군 장성들이 꼭 와보고 싶어하던 곳이다. 인제에는 6·25당시 격전이 벌어져 많은 장병이 희생된 곳으로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하고 서러워라”는 일화가 있는 원통과 서화가 있다. 이처럼 현재 우리가 누리는 강원도 절경은 국군장병의 피로서 쟁취한 것이다.

동해항은 1함대의 근거지이며 민군 복합군항으로 금강산 관광선이 출발한다. 앞으로 한국과 러시아가 연결되어 일본 서해안과 연결되면 환동해권이 조성될 것이다. 서해와 중국의 연결뿐 아니고 동해와 러시아가 연결되면 우리가 세계를 호흡하는 눈은 달라지게 될 것이다. 서울에서 철원을 거쳐 원산과 연결되는 경원선, 부산에서 강릉을 거쳐 함흥과 청진으로 연결되는 동해남부선과 동해북부선이 연결되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시야에서 벗어나게 된다. 통일이 대박이 되는 이유다. 통일 한국은 중국이 아니라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연결된다. 몽골과도 연결되고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이 모두 연결된다. 중국과 일본에 국한되어 있던 시야가 훨씬 넓어지게 된다.

속초·강릉·동해·울진 등의 항구에서는 러시아산 크랩과 동해의 대게를 맛볼 수 있다. 남해안과 서해안과는 달리 동해안에서 잡히는 어류는 오징어 이외 특별한 것이 없으나 크랩은 타지에서는 맛보기가 쉽지 않은 고급어종이다.

오늘날 우리들은 정철의 관동별곡 못지않게 벅찬 ‘신 관동별곡’을 구가(謳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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