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의 범죄 뒷담화] 첨단 대여금고도 뚫린다

[아시아엔=김중겸 전 인터폴 부총재, 전 충남경찰청장] 은행은 폐쇄 또는 축소 추세다. 행원 둘이 고객 한 사람 응대해야 한다. 인력 낭비로 돈도 안 된다.

하지만 대여금고는 그렇지 않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나? 금고주인에게 귀중한 그 무엇 비밀과 보물이 들어있다.

비밀에는 유언장이나 신탁증서 혹은 집문서가 많다. 이런 종류는 변호사가 주로 이용한다. 또 사진·기념품이나 서류와 보석 그리고 현찰도 포함된다. 서류는 주로 스파이가 애용한다. 위조 여권과 달러와 총 도 숨긴다. 돈은 단연 최고신용 미국 돈 달러다.

비밀문서와 금품을 주고받는 비밀 무인연락소로도 이용된다.?소련 붕괴 전 KGB 요원이 위조 출생증명서를 보관했다. 간첩 신분세탁용으로 사용하려다 FBI에게 덜미 잡혀 추방됐다.

권총이나 마약도 나온다. 2008년 런던경찰이 시내 3개 금고회사에 압수수색 영장을 디밀었다. 박스 3497개를 뒤져 7700만 달러, 금괴, 권총 5정, 대마초, 헤로인, 코카인과 소아성애(小兒性愛) 사진을 압수했다. 거기에다 위조여권과 17세기 네덜란드 화가의 유화 3점도 발견됐다.

첨단 방범시스템도 무력

벨기에의 앤트워프 다이아몬드센터. 경비체제는 최첨단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도 그럴 것이 1백만개 변수로 조합된 자물쇠, 적외선 감지기, 미세 음직임을 잡아내는 진동 센서, 물체의 이동방향과 속도를 측정하는 레이더를 설치했으니 말이다.

경비원도 당연히 배치해 상황실에서 감시했다. 그런데 2003년 2월 15~16일 주말에 금고가 뚫렸다. 1억 달러 어치가 털렸다.

2년반 공들인 절도 기획

도둑은 이탈리아 북서부 상공업도시 토리노를 거점으로 움직이는 5인조 절도단 ‘토리노파’였다. 아예 이 센터에 사무실 얻어 입주했다. 한달 임대료 700달러, 범행 2년 반 전이었다.

보석상 간판도 달고 출입증도 받아 목에 걸고 다녔다. 동업자들은 성실한 사람들로 여겼다. 도둑질 현장을 매일같이 답사·분석·기획했다. 마침내 절도에 성공했다.

누가 샌드위치 먹었어?

사건 후 경찰은 금고 안팎을 다 정밀하게 훑었다. 지문도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다. 열흘째 되던 날 대여금고 박스 홈통에서 찌꺼기를 발견했다.?감식 결과 샌드위치 조각이었다. “프로들이 이곳에 털을 흘린다?” 수사팀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침이 잔뜩 묻어 있다.

주인공은 두목이었다. 4년 복역 후 보석은 이미 다 처분한 뒤였다. 단 하나도 회수 못했다.?보석은 새 옷 입는다. ?도둑맞은 보석은 해체-절단-재가공-새 디자인을 거쳐 새 상품으로 출하, 판매된다. 일단 잃어버리면 돌아오지 않는다. 각 단계마다 업자가 존재한다. 그걸로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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