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계영배를 통해본 ‘모자람의 미학’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모자람은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또는 상태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넘치는 사람보다 오히려 모자라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왜냐하면 힘은 모자람에서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동물은 배가 고파야 움직인다. 그래야 동기가 생기고 힘이 생긴다.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모자람은 축복인지도 모른다.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은 술을 아무리 따라도 넘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70% 이상 따르면 술이 전부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술도 70%만 따르고, 말하고 싶은 것의 70%만 말하고, 가지고 싶은 것도 70%만 갖는 것이 좋다.

계영배는 넘치고 지나침을 경계하는 고대중국에서 제천의식(祭天儀式) 때 사용하던 의기(儀器)다. 욕심과 자만심은 누르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남의 말에 귀 기울이고, 남의 좋은 의견은 받아들인다. 그리고 성공했을 경우 공(功)을 나누는 그런 겸손을 가르치는 것이 계영배다.

플라톤이 말하는 행복의 조건이 있다. 그 조건은 완벽하고 만족할만한 상태에 있는 것들이 아니다. 조금은 미흡하고 모자란 상태다. 재산이든 외모든 명예든 모자람이 없는 완벽한 상태에 있으면 바로 그것 때문에 근심과 불안과 긴장의 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행복은 만족할 줄 아는 마음에서 생긴다. 행복의 조건을 한번 살펴보자.

첫째, 재산. 재산이 너무 많으면 화를 불러올 수 있다. 그저 먹고 살 정도의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만 가지면 행복하다.

둘째, 용모. 미인박명이라 했다. 너무 용모가 뛰어나면 팔자가 거셀 수도 있다. 그저 사람들이 칭찬하기에 야간 부족한 정도의 용모가 행복하다.

셋째, 명예.

명예가 너무 빛나면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를 불러오기 쉽다. 그저 자신이 자만하고 있는 것에서 절반 정도 알아주는 명예만 가져도 행복하다.

넷째, 건강.

건강이 넘치면 엉뚱한 생각을 하기 쉽다. 남과 겨루어서 한 사람에게는 이기고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건강이면 행복하다.

다섯째, 언변.

말이 많으면 공산당이라 했다. 약간 어눌하고, 나의 연설에 청중의 절반 정도는 박수를 치지 않을 정도의 언변이면 행복하다.

무릇 가난이라 하는 것은 무엇이나 부족한 것을 이르는 것이다. 얼굴이 부족하면 얼굴가난, 학식이 부족하면 학식가난이요, 재산이 부족하면 재산가난이다.

가난을 면하는 방법이 안분(安分)이다. 안빈이라 함은 어떠한 방면으로든지 나의 분수에 편안하라는 말이다. 그래서 이미 받은 가난에 안심하지 못하고 이 가난을 억지로 면하려고 하면 마음만 더욱 초조해지고 오히려 괴로움에 빠지고 만다. 그러므로 이미 면할 수 없는 가난이라면 태연히 감수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래의 행복을 준비하는 것이 바로 안빈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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