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르완다 박용민 대사가 오준 유엔대사 ‘생각하는 미카를 위하여’를 추천하는 이유
[아시아엔=박용민 주 르완다 대사] 유엔대사로 봉직하면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오준 대사의 수필집 <생각하는 미카를 위하여>(오픈하우스, 2015)를 읽었다. 이 책은 장르를 정하기가 어렵다. 젊은이들을 위한 권면의 말이 있고, 저자가 뉴욕에서 근무하면서 하루 동안 겪은 일, 자신의 가족사와 성장하면서 경험한 일이 포함되어 있는가 하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한 대목을 연상시키는 개미 ‘미카’의 모험담도 포함되어 있다.
어린 시절 배수지에서 낙타를 보았다는 추억담은 그 자체만으로도 단편소설의 소재가 됨직한데, 저자의 글은 좀처럼 사실의 묘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개미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알레고리조차 화려하지 않고 담담하다. 그것이 내가 느낀 저자의 성품이다. 그는 과장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극적으로 윤색하지 않는다. 그의 말도 그의 글처럼 짧고, 명료하고, 직선적이다. 저자의 어린 시절에 관한 회상 중 아래와 같은 대목이 있다.
“할머니의 환갑잔치를 아리랑고개의 신흥사라는 곳에서 했는데, 100명쯤 되는 하객이 모였던 것 같다. 당시 은행원이셨던 외삼촌이 가족을 대표해서 환갑연에 오신 분들에게 인사말을 했다. 별로 차린 것도 없고 바닥에 앉는 좌식으로 모셔서 죄송스럽지만, 많이 드시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시라는 취지의 평범한 인사말이었다. 그러나 나는, 대학시절 우리 집에서 몇 년을 지내면서 어릴 때부터 스스럼없이 가깝게 보아온 외삼촌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침착하게 인사말을 하는 모습이 너무 놀랍고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우리 어머니도 언젠가 저렇게 환갑찬치를 할 것이고, 장남인 내가 외삼촌처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인사말을 해야 할 텐데 그런 상황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걱정이 되었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준 대사의 저 생각은 내가 20대 시절 저자를 직속상관으로 모시고 일할 때, 그가 여러 높은 분들 앞에서 브리핑하는 모습을 곁에서 보면서 느꼈던 좌절감과 다르지 않다. 내가 아는 한, 그는 어떤 상황에도 긴장하는 법이 없다.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도 평상시 말투와 달라지는 법이 없다. 그 자연스러움으로, 그는 그의 보고를 받는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 그가 2014년 말 유엔 안보리 회의장에서 북한 인권 관련 연설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때의 말투도 그러했다. 독자들이 이 책이 지닌 울림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런 평상심, 그의 어투의 평이함이야말로 그가 지닌 비범함의 표현방식’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가 옆자리에 앉아서 나지막한 음성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경험을 제공해 준다. 아마도 그것이 이 책의 원래 목적이었을 터이다. 저자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를 여러 해에 걸쳐서 가까이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나는 저자가 스스로 가급적 지키겠노라고 정해둔 ‘삶의 습관 7가지’를 잘 지키면서 사는 분이라는 사실을 증언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1. 무엇에나 의문을 가진다.
2. 소중한 것에 시간을 준다.
3. 나에게 뻗어온 손은 반드시 잡는다.
4. 필요한 것만 소유한다.
5. 여러 가지 일을 할 때는 집중과 전환을 생각한다.
6. 중요한 승부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7. 힘들고 어려울 때는 멀리 떨어져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