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종교학] 이슬람서 커피는 사랑받고 포도주는 배척되는 이유
“결코 잠을 자지 않는 자에게 복이 있을지어다”
[아시아엔=최우성 인덕대 교양학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본부장] 종교적인 목적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즐겼던 사람들은 무슬림이었다. 예멘의 쉐호데트(Schehodet), 즉 ‘증언’이라는 이름의 사원은 이슬람 수도원이었는데, 그곳에서 기도하던 수도사들은 졸지 않고 기도하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
그것은 커피콩에 들어있는 마술과 같은 속성들 때문이었다. 커피를 마시고 나면 사람들은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던 피곤이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져 기도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한밤 중 가장 잠이 쏟아지는 이쉐(Ische)라고 부르는 기도시간이 되면 그들은 커피를 나누어 마신 후에 기도했다.
쉐호데트 사원에서 수도사들이 처음으로 커피를 마신 것이 언제였는지는 확정짓기 어렵다. 하지만 의술에 밝은 아랍인으로 중세 스콜라시대의 유럽에서 ‘아비세나’라고 불렸던 ‘이븐-세나’가 서기 1000년 이미 커피를 알고 있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는 당시에 커피를 ‘카베’가 아니라 ‘붕크(Bunc)라고 불렀다. 그는 의사로서 커피가 가진 효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포도주는 몸을 나른하게 하지만 커피는 생각을 두 배나 선명하게 만들어 준다.”고 했다.
커피의 각성효과에 대해 추적조사가 최초로 이루어 진 곳은 미국이다. 미국인 ‘오라티오 우드’는 혈액순환과 근육에 미치는 카페인의 영향을 연구했고, ‘홀링우드’는 1912년까지 약 7만6000건의 측정과 실험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홀링우드는 근육운동효과를 결론적으로 이렇게 요약했다.
“카페인은 골수의 이완중추에 자극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것은 근육이 더 힘차게 수축하도록 하면서 같은 양의 에너지로 더 많은 일을 하도록 해준다.”
애써 이들의 조사결과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미 아랍인들은 커피의 각성효과를 알고 있었다.
커피는 때때로 ‘이슬람의 포도주’라고 불렸다. 코란 중 ‘식탁’이란 표제를 달고 있는 장에 보면, 이슬람의 창시자인 모하메드는 포도주를 즐기는 취향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포도주는 사람의 정신을 몽롱하게 만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후로 이슬람 세계에서는 포도주가 배척되었는데, 실제로 포도주 자체를 반대했다기보다 ‘성스러운 상태’, 즉 집중력이 방해받는 상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슬람이 등장하는 곳이면 어디서나 포도주에 대한 보호와 예찬이 사라졌다. 이슬람세력이 점령한 지중해 남부지역의 절반 정도에서 포도나무가 사라졌고,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 신전은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사실 예멘 땅의 뜨거운 협곡에서 커피열매를 따고 이를 모아 쌓아두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슬람세계에서 커피와 포도주의 운명은 결정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포도주는 거부되고, 그 자리에 커피가 자리 잡았다. 이슬람에 의해 기독교국가인 동로마제국 콘스탄티노플이 점령되었을 때에 포도주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커피가 똬리를 틀고 들어앉았다.
이슬람에서 포도주는 ‘잠’을 의미하고, 커피는 ‘깨어있음’을 의미했다. <천일야화>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결코 잠을 자지 않는 자에게 복이 있을지어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무슬림들은 하루에 커피를 몇 잔이나 마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