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종교학] 뼛속 깊이 탁월한 유대인의 향미 감각

최우성 교수
최우성 교수 <사진=CCA>

[아시아엔=최우성 인덕대 교양학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본부장] 커피의 향미는 종교인들의 감성을 어떻게 자극하는가? 커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료이다. 역사상 이처럼 단시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음료는 많지 않다. 커피가 전파되는 지역에서는 언제나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커피는 종교인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종교와 함께 빠르게 전파되었다.

커피의 전파속도는 종교와 무관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비약은 아닐 것이다. 도대체 커피의 무엇이 종교적 감각을 자극하는가? 그것은 커피가 가지고 있는 향미다. 커피의 향기는 종교적 감성을 일깨운다. 갓 볶은 커피에는 1000여 종의 향기가 숨어있다.

유대인들에게 향기는 무엇일까? 구약성경 레위기에 보면 유대인들의 제사법에는 제단에 소나 양, 비둘기 같은 동물의 사체(死體)를 불살라 향을 올리는 ‘화제(火祭)’와 곡식을 태워 그 향을 올리는 ‘소제(蔬祭)’가 있었다. 특이한 점은 곡식을 태워 드리는 소제에는 향료인 유향(Boswellia)을 넣어 함께 태웠다는 사실이다. 고기가 타는 냄새든, 곡식이 타는 냄새든, 후각세포와 측두엽을 자극하는 기분 좋은 아로마가 있다. 향기 없이는 제사가 성립되지 않았다. 유대교의 성전은 항상 향기로 가득 찼다. 유대교는 향기의 종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시각에서 만약 커피가 좀 더 일찍 발견되었다면 향미가 풍성한 커피가 유대교 사회의 전폭적 인기를 얻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다.

커피가 에티오피아의 깊은 산속에서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이미 유대교 공동체는 로마군대에 의하여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진지 500년도 훨씬 더 지난 후였기 때문이다. 먼 훗날 유럽에 커피가 전해지기까지 유대인들은 이슬람지역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커피를 맛볼 기회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유대인들이 아랍생활권에서 사는 것은 종교적인 이유로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시가총액 534억 달러(2014년 기준)로 세계 커피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스타벅스를 이끄는 CEO 하워드 슐츠는 탁월한 경영자이며, 향미 전문가다. 그는 유대인이다. 최근 커피 테이스터 시장을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커피전문가 션 스테이만 박사에게도 유대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유대인들의 유전자에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는 향미에의 감각은 탁월하다. 그것은 그들의 혈관 깊숙이 흐르고 있는 유대교 제사전통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시각일까?

로스팅된 콩
로스팅된 콩 <사진=C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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