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종교학] 커피의 고향은 예멘일까, 에티오피아일까?

신선한 생두에서 발아가 시작되는 모습
신선한 생두에서 발아가 시작되는 모습 <사진=CCA>

[아시아엔=최우성 인덕대 교양학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본부장] 이슬람연구의 권위자인 이희수 교수는 “일부 사람들이 커피의 고향을 에티오피아라고 주장하고 있으나,?커피의 고향은 예멘이 맞다”고 말한다. 실제로 무슬림들은 커피 원산지가 그리스도국가인 에티오피아가 아니라 아라비아반도에 위치한 예멘이라고 믿는다. 이슬람교를 창시한 마호메트가 생사를 오갈 때 가브리엘 천사에게서 계시를 받아 커피열매를 따 먹고는 건강을 되찾았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무슬림 사이에서는 커피를 몸에 담은 자는 지옥불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팽배했다. 이는 커피를 무슬림들이 사는 곳곳으로 퍼트리는 힘으로 작용해 커피는 순식간에 ‘이슬람의 음료’인 것처럼 됐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커피가 유래한 곳으로 예멘보다 에티오피아를 첫 손가락에 꼽는데 망설이지 않는다. 이 같은 주장은 학자들에 의해 진행된 아라비카 커피 유전자 추적을 통해서도 증명이 되었다. 북극 노르웨이 령 스피츠베르겐 섬에 있는 세계종자저장소에 저장할 아라비카 커피의 원종을 찾기 위해 학자들이 에티오피아의 깊은 산속을 헤매고 다니다가 커피의 조상격인 야생 커피나무를 발견했다.

땅에 심은 커피씨앗이 발아해 마침내 떡잎을 냈다. 이 씨앗은 3년쯤 지나면 탐스런 체리를 맺어 향미좋은 커피를 인류에게 선사할 것이다.
땅에 심은 커피씨앗이 발아해 마침내 떡잎을 냈다. 이 씨앗은 3년쯤 지나면 탐스런 체리를 맺어 향미좋은 커피를 인류에게 선사할 것이다. <사진=CCA>

최초로 야생의 커피나무를 농작물로 경작한 곳은 예멘이 맞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론이 존재한다. 6세기 고대 에티오피아는 국력이 강해서 홍해 건너 아라비아반도 서남부에 위치한 시바왕국(지금의 예멘지역)을 식민통치하였는데, 그때 자기나라의 야생커피를 예멘지역에 옮겨 심었다고 하는 고대 에티오피아의 식민지설과, 1450년에 에티오피아를 여행한 ‘제말 에딘’에 의해 커피관목의 경작법과 음용법이 예멘에 전해졌다는 ‘커피 경작법’ 유래설이다.

어느 이야기도 예멘을 커피나무의 고향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예멘의 토질과 기후가 커피경작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었기에 예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최고급 커피를 생산하는 명소로 찬사를 받게 된 것이 사실이다.

이 부분을 종교적 시각을 가지고 살펴보면 더욱 흥미로워진다. 기독교나 유대교, 이슬람교의 공통 경전인 구약성경 창세기에 보면, 태초에 신이 세상을 만들었다. 신은 세상의 모든 동식물을 만들었고, 땅에는 각종 씨 맺는 채소와 나무가 자라났다. 신은 이 세상을 창조한 후에 에덴이라는 동산을 만들고는 인간으로 하여금 그 동산을 다스리게 위임했다.

에덴동산에는 네 개의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기혼, 비혼, 힛데겔, 유브라데다. 그 중 ‘유브라데 강’은 지금의 이라크의 ‘유프라테스 강’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 다른 강인 기혼 강은 구스 온 땅에 두루 흐르고 있었는데, 그 곳은 아프리카 남부에 있는 에티오피아 지역이다. 구스는 에티오피아의 옛 이름이다. 이로 미루어 에덴동산은 작은 지역을 의미하지 않고, 메소포타미아부터 아프리카 남부까지 포함하는 광대한 지역이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여기에서 한 가지 가설이 성립된다. “커피나무의 고향은 에티오피아다. 에티오피아는 에덴의 강이 흐르던 곳이다. 그러므로 커피나무의 고향은 에덴동산이다.” 구약성경의 구절을 추적해봐도 커피나무의 고향이 예멘이라는 주장은 에티오피아만큼 단단한 토대를 지니지 못한다. 이슬람도 구약성서를 믿는다. 더욱이 무슬림들은 아담과 아브라함, 이스마엘로 이어지는 혈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에덴동산에 태초부터 커피나무가 있었다는 믿음은 설령 그곳이 자신들의 텃밭인 아라비아 반도가 아니라 그리스도 국가인 에티오피아라고 할지라고 그리 서운하게 받아들일 일은 아닐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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