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종교학] 이슬람사회서 한때 커피를 금지했던 사연

[아시아엔=최우성 인덕대 교양학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본부장] 프랑스 철학자인 데카르트는 그의 초기 저서인 방법서설에서 “코기토 에르고 숨”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고 적었다. 커피애호가 입장에서 “나는 커피를 마신다. 그러므로 존재한다”고 해도 지나친 과장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커피가 가장 대중적인 음료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커피가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료이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역사 속에는 도전과 응전이 언제나 존재했듯이, 커피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왔다. 커피는 아라비아의 이슬람 수피교 수도승들이 졸지 않고 밤새워 기도하기 위한 용도로 마신 데에서 비롯됐다.

부유한 사람들은 커피를 제대로 마시기 위해 집에 전용 커피 방을 따로 두기까지 했다. 그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카베 카네스(kaveh kanes)라는 커피하우스들이 드나들었다. 15세기 말에 순례자들을 통해 페르시아, 이집트, 터키, 북아프리카 같은 이슬람 지역에 커피가 소개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 무슬림이 모스크에 들어가기에 앞서 출입구 아래에 설치된 수도에서 발을 씻고 있다.
한 무슬림이 모스크에 들어가기에 앞서 출입구 아래에 설치된 수도에서 발을 씻고 있다. <사진=커피비평가협회(CCA)>

그러나 한편으로 커피는 반대에 부딪쳤다. 사람들이 커피하우스에서 빈둥거린다고 못마땅해 하는 통치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랄프 하톡스(Ralph Hatox)는 커피에 대한 역사를 다룬 책에서 “커피하우스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부적절한 오락에 빠져서 탈이다. 도박에 탐닉하는가 하면 난잡하고 이단적인 이성교제에 휘말리고 있다”고 고발했다.

메카의 젊은 통치자 카이르 베그(Khair Beg)는 자신을 조롱하는 풍자시들의 근원지를 커피하우스로 지목하고 커피를 코란에 위배되는 불법음료라고 규정했다. 1511년에 메카의 커피하우스들은 결국 강제 폐업을 당했다.

메카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핍박을 받았다. 금지된 기간에 커피를 마셨다가 당나귀에 거꾸로 태워져 묶인 채 채찍을 맞아야 했다. 또 부녀자들이 커피에 빠져 잠자리를 소홀히 하는 남편들을 고발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커피는 이슬람교 수도단체 데르비쉬 파의 수도승들에게서도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들은 불 위에 얹어놓은 청동냄비에서 검은색 커피가 쉭쉭거리며 끓어오르는 모습을 보고는 ‘악마의 음료’라며 금지해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들은 “심판의 날에 커피를 마시는 자들의 얼굴은 그들이 마신 저질 음료처럼 검게 될 것이다”고 설파하기도 했다.

이처럼 광적인 행동은 커피를 즐겨마시던 카이로의 술탄이 금지령을 풀고 나서야 차분해졌다. 이로부터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집트에서는 다시 커피금지령이 발령됐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을 금지했을 뿐 가정에서 허용할 정도로 전에 비해 강도가 약해졌다.

커피를 마시는 것은 곧 목숨을 거는 일이었던 적도 있었다. 콘스탄티노플의 수상 쿠프릴리(Kuprili)는 전쟁 중에 반정부 선동을 두려워하여 커피하우스를 폐업시켰다. 커피를 마시다 걸리면 가죽부대 안에 갇혀 보스포루스(Bosporus) 해협에 던져지는 벌을 받아야 했다. 이렇게까지 했어도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자 결국 금지령이 철회되었다.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블루모스크의 야경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블루모스크의 야경 <사진=커피비평가협회(CCA)>

그렇다면, 이슬람 사회에서 커피를 금지한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가축’이라는 제목이 붙은 코란 6장의 기록 때문이다. “알라신이 아침을 열리게 했으며, 그는 휴식을 위해 밤을 만들고 시간을 계산하기 위해 태양과 달을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전지전능한 자의 질서니라.”

이를 근거로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했다면 수피교도들도 처벌을 받아야 하는 모순에 부딪친다. 커피음용 금지조치는 사실 불만 세력의 봉기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고 봐야 한다. 커피는 지성을 자극하는 각성제요, 부작용이 없이 기운을 북돋아주는 효과로 사랑받았다. 커피하우스마다 사람들이 모여 대화하고 사업을 도모했다. 합의와 시상(詩想), 사상을 고무시켜주는 공간이었다.

수많은 탄압 속에서도 커피의 생명력은 더욱 왕성하게 숨쉬어왔다. 아마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커피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커피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양귀자의 소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떠올렸다.
인류를 각성시키는 커피는 그 자체로 저항적이고, 자유를 추구하는 원초적 욕구를 분출케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커피는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권력보다 강하고, 어떤 면에서 종교보다 영향력이 있다”고…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