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소설 ‘갤리온 무역’ 26] 동업자 네명의 신상명세
제5부 네 사람 동업자들의 만남 5
[아시아엔=문종구 <필리핀바로알기> 저자] 크리스전. 일행 중에서 가장 연장자이다. 72세.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地動說을 제창했던 1543년에 태어났다. 한때 선원이었으나 일찌감치 그 직업을 청산하고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스페인에서 선박수리와 부품을 제조하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나이 40대와 50대 때인 16세기 말에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여러 곳에 식민지를 건설하여 부를 약탈하려는 왕들과 귀족, 상인들이 과도한 경쟁을 하다 보니 선박의 크기와 수가 크게 증가하여 그의 사업도 날로 번창하여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멕시코와 필리핀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갤리온 무역이 호황이라는 소문을 듣고 6개월 전부터 마닐라에 체류하며 조사를 하고 있었다. 마닐라에도 공장을 세우려고 하는 중이다. 선박용 기계와 공구의 발명에 관심이 많다. 애드문을 사귄 후 무역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헬리. 60세. 1555년에 태어났다. 그 해에 유럽에서는 종교선택의 자유를 부분적으로 인정한 아우크스부르크 화의和議가 성립되어 신교 또는 구교의 선택권을 그 지역의 지배자에게 주게 되었다. 1,000톤짜리 갤리온 선 오리엔트 호의 선주이자 선장이다. 지중해와 대서양에서의 무역에서 실패한 후 마닐라와 멕시코를 왕래하는 갤리온 무역에 참여했지만 계속 현상유지만을 하고 있는 중이다. 장사 수완이 미숙하고 고용한 선원들을 효과적으로 통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주위 사람 누구도 그가 처한 상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적당한 값을 쳐 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배를 팔아 버리려고 반 년 가까이 마닐라에 배를 묶어 두고 있다. 그는 과묵한 성격이어서 그의 전력前歷에 대해 아는 이가 거의 없으며 그는 자신의 생각을 좀처럼 노출시키지 않는다.
애드문. 53세. 1562년생. 엔리케 항해학교 출신 선장. 한 척의 갤리온 선 셀로나 호를 소유한 선주이자 무역상. 해적들에게서 노획한 전리품戰利品과 무역업으로 많은 재산을 축적했지만, 자랑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그는 재산축적 과정을 남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평범한 선장이자 선주, 사업가로만 알고 있다. 무역거래와 항해 중에 겪었던 일들이 후세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도록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 셀로나 호에 후추 1,000톤이 가득 실리면 멕시코로 출항할 예정이다.
유다양. 44세. 1571년생. 항해사. 아직 선장으로서 직접 배를 운항해 본 경험은 없다. 재물과 권력에 대한 욕심이 강하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급여를 제시하면 곧바로 배를 옮겨 탄다. 1년 전부터는 무역상인 톰슨 씨가 소유한 포르티 호에 고용되었다. 배에 실어야 하는 일부 화물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출항이 지연되고 있는 중이다. 톰슨 씨의 무능에 대한 비판을 에둘러 하고 다니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음에 한탄하고 있다. 픽션과 논픽션을 적당히 섞어 얘기하는 재주가 탁월하여 그의 이야기는 소설보다도 더 재미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그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에게 쉽게 빠져든다. 창녀촌에 갈 때만 제외하고는 항상 우아하고 멋쟁이 차림으로 다니지만 세심한 사람들은 그에게 품위가 없다고 느낀다.
네 사람의 가족 이야기는 생략하겠다. 멀고 먼 타지他地에 있는 마도로스들에게 가족을 상기시키는 것은 그들의 가녀린 가슴과 영혼에 못할 짓이기 때문이다.
마음은 쓰라려도 이제 헤어져야 하나니
그러나 잠시 동안의 헤어짐이니
나는 반드시 돌아오리라
비록 천 리 만 리나 된다 하여도
– 로버트 번즈 (1759-1796)
제5부 ‘네 사람 동업자들의 만남” 끝 6부 ‘동업 그리고 조선 여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