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소설 ‘갤리온 무역’ 24] 애드문, 허풍장이 유다양 속을 빤히 들여다보다

제5부 네 사람 동업자들의 만남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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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문종구 <필리핀바로알기> 저자]헬리와 크리스전은 조선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지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그러자 유다양은 더 이상 얘기를 풀어내다가는 자신의 알량한 정보와 지식이 자칫 애드문에게 간파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일어 화제를 바꿀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애드문에게서 얼른 시선을 돌려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헬리 씨, 크리스전 씨! 요즘 유럽에서는 고 위험 고 수익 거래를 전담하는 동인도 회사와 서인도 회사들이 크게 뜨고 있는 거 아시죠?”

평소에도 말이 별로 없는 헬리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나도 들은 바가 있소. 얼마 전에는 독일의 푸거 같은 부자들이 은행을 설립하여 왕족들과 상인조합들에게 목돈을 대출해 주고 있다는 소문도 들었소.”

일행 중에 가장 연장자인 크리스전도 자신의 관심분야가 등장하자 적극 끼어들었다.

“나도 작년 말 피렌체에 있는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아 배를 하나 살까 했는데, 그들이 담보를 요구 하더군요. 그래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전까지 여태까지 모은 전 재산을 포르투갈 동인도 회사 주식에 투자해 놓았어요. 수익률이 꽤 좋더군요. 그러고 보니 유다양 씨는 젊은 사람치고는 꽤 많은 것을 알고 있군요.”

헬리의 맞장구와 크리스전의 칭찬에 고무된 유다양은 무역선을 타고 항해하고 다니면서 얻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듯 연거푸 새로운 화제를 떠올렸다.

“명나라의 황제와 관리들은 돈을 아주 좋아해요. 작년 초 복건 항에 갔을 때 은화 100냥만 쥐어주면 그 옆 지방의 군수자리를 하나 준다는 황제 친척을 만났지요. 그런데 황제가 술과 여자는 싫어한대나 봐요. 주색에 빠진 관리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치도곤을 맞고 전 재산을 몰수당한다니, 그런 무식한 나라에 누가 투자하겠어요? 북쪽 오랑캐가 명나라를 곧 쳐들어올지 모른다고 걱정이 대단하던데, 땅 넓고 돈 많은 명나라를 어느 바보가 감히 건드리겠어요? 최근에는 만리장성도 완성되었고요. 그러니, 명나라는 앞으로도 최소 백년은 끄떡없어요.”

애드문은 명나라 황제가 주색에 빠져 있어서 부패한 관리들이 정사政事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소식을 익히 들었던 터라, 문득 유다양의 말이 사실과 허위가 뒤 섞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래저래 유다양의 정보가 썩 미덥지는 않았지만 혈기 발랄하고 유쾌하게 떠들어 대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크리스전과 헬리를 고려해서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애드문까지도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을 느끼자 기회를 잡았다 싶은 유다양은 세 사람의 마음을 더 깊숙이 공략해 가기로 했다. 그의 얼굴은 더욱 신이 나는 듯 생기를 띠며 자신의 무용담으로 빠르게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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