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카스트갈등’ 심화 조짐···일각선 ‘계급’보다 ‘경제력’ 갈등원인으로 지목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지난 21일 인도 북구 하리아나주의 한 마을에서 최하위 계층 달리트(불가촉천민) 지텐드라 쿠마르(31)의 집에 상위 계층 라지푸트 출신 주민 12명이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잠자고 있던 3살배기 아들과 생후9개월된 딸이 숨졌으며, 쿠마르 부부는 부상을 입었다.?사건의 원인은 다름아닌 주민간의 ‘계급(카스트) 갈등’ 이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두 계층은 오래 전부터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라지푸트 출신이 상당수였던 마을에 달리트 출신이 늘기 시작하면서다. 특히 1년전, 라지푸트 출신 주민 3명이 달리트 출신에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현재 경찰은 용의자로 추정되는 라지푸트 출신 주민 3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며, 또 다른 용의자 9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마을 청년들은 항의하며 도로점거에 나섰다. 이에 경찰은 주민 간 충돌을 막기 위해 병력을 배치한 상태다.
지텐드라씨는 “잠자다 휘발유 냄새를 맡고 일어나 아내를 깨웠다. 그러나 이미 불길이 거셌고, 자녀들을 구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라지푸트 출신 주민들이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마을로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라지나트 싱 인도 연방 내무 장관은 “정말 안타까운 사건”이라며 유족들에 애도를 표했다. 그는 마노하르 카타르 하리아나 주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야당 국민회의당(INC)은 “인도국민당(BJP)을 비롯한 사회전반적인 분위기가 달리트와 소수자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상류층, 정부 ‘하층민우대’ 정책에 반발 “우리도 계급 강등시켜달라” 대규모 시위도···
지난 8월엔 인도 서부 구라자트 주에는 중상류층 계급으로 분류되는 파티다르가 정부의 ‘하층계급 우대정책’에 반발해 50만명 규모의 대규모 시위에 나선 바 있다. 이들은 주 내에서 다이아몬드 가공업, 부동산업 등에 종사하며 현직 주 총리를 배출할 정도로 큰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지녔다. 그러나 정부의 하층계급 우대정책이 오히려 ‘역차별을 낳고있다’며 ‘우리도 계급을 강등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시위로 경찰관과 시위대 등 9명이 사망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컸다. 군대를 동원한 강경진압으로 표면적 안정을 되찾기는 했으나 ‘방화사건’을 포함 인도 곳곳에서 계급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있다.
일각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인도가 전통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모하면서 같은 계급 내에서도 경제력 차이가 현저하게 난다”며 “계급의 상하보다 경제적 격차가 더 큰 차별을 낳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성장에 따른 과실의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한편 인도는 지난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카스트(계급) 제도를 철폐하고 소외 계층을 위한 규정을 내놓았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차별 속에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