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클린인디아’ 캠페인 그후 1년, 신규설치 화장실 이용률 ‘절반’ 그쳐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인도에선 집 안에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흔하기?때문에 어린 소녀들이 집 밖에서 ‘볼 일’을 보다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잦다. 또한 길거리에 버려지는 오물은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의 전 가정에 화장실을 설치하고자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추진했으나, 인도 국민들의 화장실 이용률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인도에서는 6억명 이상이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다. 농촌은 상황이 더 심각해 가구 70%정도가 집에 화장실을 갖추지 않고 있다. 심지어?지난 7월에는 인도 농촌에 살던 한 10대 소녀가 들판에서 용변을 봐야 한다는 데 수치심을 느껴 부모와 갈등을 빚다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2014년?10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빈번한 성범죄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대대적인 화장실 문화 개선에 나섰다. ‘클린 인디아’ 캠페인이라 불린 모디 총리의 야심작은 세계인의 이목을 끌어모았다. 모디 총리는 2019년 10월까지 총 100억달러(약 11조6천억원)를 투자, 6천만개의 화장실을 설치해?‘인도의 모든 가정에 화장실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클린 인디아’ 캠페인이 시작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과연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새로 설치한 화장실의 이용률이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도는 작년 한해 화장실 총 950만개소를 설치해 목표치인 1천250만개소에 근접했다. 그런데 이 중 절반 가량이 화장실 대신 곡식이나 옷을 보관하는 창고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왜 새로 설치된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는 것일까? 크게 2가지 이유가 꼽힌다.
첫째, 화장실 구덩이가 너무 작아 이용이 불편하다. 둘째, 화장실 이용후 구덩이를 퍼내는 일은 인도에서 가장 천한 신분인 달리트(불가촉천민)가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州)에 사는 한 농민은 “구덩이가 너무 작아 빨리 찬다”며 “자주 치우기 번거로워 차라리 바깥으로 나가는 게 낫다”고 전했다.
라이스 연구센터 이사를 맡고있는 상기타 비아스는 “인도 역사상 화장실 용변 치우는 일은 불가촉천민의 몫”이었다며 “사람들이 정부가 지어준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화장실 확충보다 시민들의 의식변화가 우선이다”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그러나 식수정책 분석가인 제이콥에 따르면 “인식 제고를 위해 쓰이는 비용은 전체 캠페인 예산의 8%에 불과”하다고 한다.
정부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정부측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그 동안 화장실을 지으면 많은 사람들이 저절로 이용할 것이라 예상했다”며 “화장실 이용 습관을 들이기 위해 사용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성과가 있는 지역에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영국 <BBC>에 따르면 인도 구자라트주의 한 지역은 빈민층 어린이의 화장실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공공화장실을 이용하는 어린이에게 하루에 1루피(한화 18원)씩 지급하고 있다.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州)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노상용변 모습을 목격하면 호루라기를 불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해오고 있다.
‘클린 인디아’ 캠페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화장실을 늘리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인도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필수다. 하수처리시설을 갖춰 인도인들이 기피하는 배설물 처리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것도 화장실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인도 정부도 이를 감안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클린 인디아’ 캠페인에 적극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