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왕국’ 부탄 청년들은 과연 행복할까?…’취업난’ 스트레스 마약으로 풀어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 1위로 꼽히는 부탄이 최근 청년들의 약물중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부탄 정부는 약물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가벼운 환각제을 사용하거나 소지하다가 발각되면 징역 3개월, 판매하면 6∼9년까지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엄벌 조치에도 불구, 마약에 중독된 청년들은 되려 늘어나고 있다.

해당기사와 사진은 무관

부탄 전역엔 약물중독자 치료시설 ‘드롭 인 센터’(Drop in Center) 7곳이 설치돼 있으며, 야심한 새벽이면 청년들이 기절해 이 곳으로 실려오는 일이 다반사다.

부탄의 한 20대 약물중독자 남성은 <야후재팬>과의 인터뷰에서 “약물은 캡슐 형태의 합성 마약으로 한 알에 150눌트룸(약 2500원)인데, 요즘은 인기가 높아져 가격이 250눌트룸(약4300원) 정도로 올랐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마약은 이웃나라 인도에서 들어온다. 중국과의 국경 갈등 때문에 부탄은 인도와 전략동맹을 맺고 있다. 신분증만 있으면 양국 간 통행이 자유로우며, 인도를 통한 마약의 반입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부탄 청년들은 왜 약물에 빠져들고 있는 것일까?

한 부탄청년이 길거리를 걷고 있다.
한 부탄청년이 길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야후재팬>

청년실업률 10% 육박…대학진학률 높아졌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

부탄 청년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약물 중독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년실업문제를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현재 부탄의 전체 실업률은 2.9%로 낮은데 비해 청년 실업률은 9.6%로 높은 수준이다.

부탄은 경제성장과 함께 대학진학률 역시 높아지면서 고등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현저히 부족하다. 청년들은 공무원 등 ‘화이트칼라’를 꿈꾸며 수도 팀부로 몰려들지만 농업이나 건설 분야 외에는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 좌절하고 만다. 실제로 팀부 시내에는 낮부터 술을 마시거나 당구장에서 놀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그들은 하나같이 “대학까지 나왔는데도 할 일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제목 없음
부탄의 약물중독자를 돕는 NGO단체 CPA에서 이뤄지는 수업 모습 <사진=야후재팬>

지난 2011년 설립된 NGO단체 ‘Chithuen Phendhey Association’(이하 CPA)의 체완 대표는 “농촌 젊은이들이 도시 생활을 꿈꾸며 팀부로 떠나지만, 팀부의 인구가 포화상태인데다 많은 쳥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청년들이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대고 있다”고 청년 약물중독의 원인을 분석했다.

현재 CPA를 다니며 약물중독치료 도움을 받고 있는 팟산 왕모(19)씨
현재 CPA를 다니며 약물중독치료 도움을 받고 있는 팟산 왕모(19)씨 <사진=야후재팬>

지난 8월부터 CPA에 다니며 재활을 꿈꾸는 팟산 왕모(19)는 14세 때 처음 약물을 접했다고 한다. 그는 수도 팀부에서 동쪽으로 70킬로미터 떨어진 시골마을 푸나카에서 나고 자랐다. 팟산은 어린 시절 약물을 접하게 된 것에 대해 “시골생활이 너무 심심해 어릴 적부터 TV에 나오는 도시생활을 꿈꿔왔다”며 “무언가 자극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팟산의 약물중독은 대학에 입학한 뒤 인근에서 하숙생활을 하며 더욱 심해졌고, 심지어 부모님이 준 용돈 대부분을 약을 사는 데 쓰기도 했다. 그는 이 같은 사정을 알게 된 부모님의 권유로 현재 대학을 휴학하고 팀부의 친척 집에 살면서 CPA를 다니고 있다.

팟산은 “지금까지 약물복용을 여러 번 그만두려 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면서 “치료를 받은 뒤 꼭 다시 복학해 공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시골에서 생활하며 고등교육을 받은 청년들은 자연스레 도시로 진출해 꿈을 찾기 원하지만, 현실에 좌절하며 쉽게 약물에 빠지고 있다.

정부, 해외취업프로그램 운영, 해결책 될까?

부탄 노동부는 지난 2013년부터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중동 해외취업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지난 8월 1차로 선발된 78명이 쿠웨이트, 두바이, 아랍에미리트로 떠났고, 9월에는 2차 선발자 78명이 중동으로 떠났다.

선발된 청년들은 중동의 글로벌 의류브랜드 H&M 등의 현지 매장에서 최소 1년 이상 근무를 조건으로 판매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올해 해외취업프로그램에 선발된 체링(23) 씨는 “부탄의 취업 경쟁은 너무 치열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13년 시행된 이래 현재까지 모두 729명의 부탄 청년이 해외로 떠났다. 정부 차원에서도 높은 청년 실업률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좁은 취업문에 좌절해 방황하는 부탄 청년들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