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나라’ 부탄에 웬 난민?···1990년 ‘문화혁명’으로 10만 힌두교도 방황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최근 10만 이상의 부탄 난민이 미국, 호주, 캐나다 등에 정착했다. 지난 2007년부터 유엔난민기구(UNHNR)과 국제이주기구(IOM)가 힘을 합쳐온 결과다.

여기서 의아한 점이 하나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부탄에 이토록 많은 난민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원인은 다름아닌 ‘종교’다. 불교국가인 부탄은 지난 1990년 ‘문화혁명’을 내세우며 힌두교 신자들을 추방하기 시작했다. 티베트 식 문화와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때 쫓겨난 힌두교신도만 무려 10만명으로, 부탄 전체 인구의 7분의1 수준이었다. 이들은 난민이 되어 주변을 떠돌게 됐다. 이들이 다시 부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도를 지나가야 하지만, 현재 인도 당국은 부탄 난민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월엔 인도군이 1만5천명의 부탄 난민의 행렬을 가로막는 과정에서 난민 1명이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힌두교가 국교인 네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들은 지난 1958년 부탄의 정식 국민이 됐다. 그러나 부탄 정부의 문화혁명에 오갈 곳 없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갑작스레 난민으로 전락한 이들 대부분은 이웃국가 네팔로 향했다. 때문에 8년전만 해도 부탄과 서쪽으로 이웃한 네팔의 난민캠프 7곳에서 10만명에 달하는 부탄 난민들이 거주했었다.

삶의 터전 없이 떠돌던 부탄 난민들은 다행히 8개국으로 흩어져 새 삶을 꾸릴 예정이다. 미국은 8만4천명이 넘는 부탄 난민을 수용했으며, 호주와 캐나다도 각각 5천5백명, 6천5백명을 받아들였다. 나머지는 각각 덴마크, 뉴질랜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영국으로 떠난다. 현재 난민캠프는 2곳만 남아있으며, 남아있는 난민 역시 1만8천명으로 급감했다.

오는 12월 미국 오하이주로 떠나는 부탄 난민 대표 데비(53)는 무려 3대가 함께 이동한다. 난민캠프에서 20여년을 넘게 살았던 그는 “가족 구성원 모두 새 나라에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자식들이 더 나은 미래를 살아가길 원한다”고 전했다.

유엔난민기구 네팔지부담당 크레이크 샌더스는 이번 일에 대해 “전례가 없던 대단한 성과”라며 “불과 8년전만 해도 우리가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부탄 난민, 네팔 정부 및 국민, 그 밖의 국제단체들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유엔난민기구와 국제이주기구는 앞으로 네팔에 남아있는 부탄 난민들의 성공적인 재정착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글렌 화이트 주네팔 호주대사는 “난민 재정착 성공에 호주가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남은 난민들의 재정착을 돕기 위해 더 많은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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