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세계최초’ 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 마켓 열어
“저도 다녀오겠습니다!” 동료인 파키스탄 출신의 라훌 아이자즈 기자가 부산국제영화제 취재를 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내 입에서 절로 튀어나온 말이다. 이제 겨우 3개월차인데다 혼자 가야 한다니(외국인 기자와는 일정이 다르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들었다. 이래저래 계획을 세우다 보니 드디어 부산 가는 날 아침이 밝았다. 2일 오전, 서울역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KTX열차에 몸을 실었다. 2박3일간의 부산국제영화제 취재현장을 독자 여러분들께 생생히 전달해드리고자 한다.
[아시아엔=부산/김아람 기자] 부산에서의 이튿날이 밝았다. 이른 오전, 비프힐에 마련된 사진전 ‘MEMORIES 20’에 관람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씨네21이 지난 20년간의 부산국제영화제 변천사를 담은 다양한 사진들이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오후 1시반,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추억은 방울방울’이 하늘연극장에서 상영됐다. 지난 2006년 제작된 이 영화는 유년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잘 묘사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도쿄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하는 타에코는 휴가를 내고 시골로 떠난다. 농사일을 도우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타에코는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며 휴가 내내 추억에 잠긴다. 그러다가 귀농청년 도시오를 만나 점점 가까워지고, 과거의 추억을 좇다 문득 현실 그리고 미래와 조우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시간들을 ‘시골(자연)’이라는 공간 속에서 잔잔하게 그려낸 ‘추억은 방울방울’은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어린 시절의 향수에 빠지게 해 따뜻한 감동을 안기는 영화다.
영화의 여운을 마음에 방울방울 담은 채 ‘아시아필름마켓 2015’를 방문했다. 3일부터 6일간 열리는 박람회 형식의 이 마켓은 각국 영화 세일즈 관계자들이 모여 네트워킹 및 비즈니스를 하는 자리다. 올해는 22개국에서 208개 회사가 영업부스 89개를 마련했다. 이날은 전세계 최초로 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E-IP) ?마켓이 열렸다. 기존의 영화 거래가 단순히 사고파는 데 그쳤다면 E-IP마켓은 공연, 소설, 만화 등의 지적재산권뿐 아니라 웹툰, 게임, TV 예능 프로그램 같은 신규 플랫폼에서 활용되는 스토리의 원천 소스까지 거래가 가능하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마련한 ‘KO-Production in Busan 2015’도 눈에 띄었다. 이 자리에서는 국내 영화 제작자 및 프로듀서가 해외 영화사와 협력해 공동제작, 투자 및 배급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아시아필름마켓은 전반적으로 영화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있었다. 전양준 아시아필름마켓 운영위원장은 “연초 ‘차이나 머니’가 대거 몰려올 것이라는 예상은 다소 빗나가긴 했지만 세계 최초로 시도한 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E-IP) 마켓과 올해 확장 출범한 아시아캐스팅마켓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마켓 경쟁력을 강화해 아시아 최고의 부산국제영화제와 발맞춰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켓을 둘러본 뒤 해운대 비프빌리지로 향했다. 탁 트인 해운대해수욕장에 마련된 이곳은 야외무대에서 연예인들의 오픈토크가 진행되기도 하고, 부산국제영화제 후원사들이 부스를 마련해 홍보행사를 펼치기도 한다. 이날 저녁 6시 배우 유아인이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오픈토크’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1시간전부터 많은 인파들이 몰려들었다. 그가 등장하는 순간에는 여기저기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최근 영화 ‘베테랑’ ‘사도’ 등으로 한창 인기를 올리고 있는 연예인이라는 게 실감났다.
이날 유아인에게 질문기회를 얻은 한 팬은 너무 기쁜 나머지 울음을 터뜨렸고, 유아인은 자신을 보기 위해 전날 밤부터 미리 와있던 팬을 포옹해주고 케이크를 먹여주며 화답하기도 했다. 그는 “올 한해 정말 큰 사랑을 받았다”며 어떤 배우로 남고 싶으냐는 질문에 “어느 시대를 돌아봤을 때 참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또한 평소에 글쓰기를 즐긴다는 그는 기회가 된다면 시집을 내보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탁 트인 해운대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즐기는 관람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참 매력적인 영화제다. 서울만큼 복잡한 도심 속에서 바다 풍경 너머 영화제를 즐길 수 있다니!
문득 해운대 비프빌리지로 오는 영화제 셔틀버스에서 만난 플로렌티나 헤로이우(Florentina Heroiu) 시나리오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매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온 그는 루마니아에서 작가 겸 영화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목적지가 어디냐는 질문에 그는 “꽃을 사러 가는 길”이라고 답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바다를 보는 데 문득 그 말이 떠올랐다. 나는 어떤 꽃을 사러 부산에 왔을까? 내일도 힘내야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