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돈PB의 공감재테크 ⑧] 펀드, 제대로 알고 투자하기
[아시아엔=홍승돈 스탠다드차타드은행 PB] 불과 10여 년 전까지도 펀드라는 상품은 투자에 밝은 일부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엔 은행금리도 낮지 않았기에 대다수 일반인들은 은행에 예금하는 것 역시 투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태어나면서부터 펀드에 투자하라는 광고 카피가 나올 정도로 펀드라는 상품이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상품이 되었다. 증권사뿐 아니라 웬만한 금융기관들이 직·간접적으로 펀드를 판매하고 있으며 우리는 금융기관 어느 곳엘 가던지 펀드투자를 권유받곤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대중적이고 일반화 된 펀드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필자의 주변 지인들도 펀드 하나 쯤은 가입해 봤고 또 현재에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펀드’라는 용어를 자주 입에 올리고는 있지만 이를 정확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어 보인다.
펀드란 무엇인가?
펀드(Fund)는 다수의 돈을 모으고 이를 전문가가 대신해 주식, 채권 등에 투자, 운용해주는 금융상품이다. 가진 그대로의 뜻을 보면 별로 어렵진 않다. 이렇게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 비교적 대규모의 자금이 운용되기 때문에 혼자 투자할 때보다 여러 자산에 투자할 수 있어 위험을 분산할 수 있으며, 투자에 필요한 비용 역시 다수의 투자자들이 나누어 지불하므로 개인별 부담도 작아지게 된다. 또한 전문가가 대신하여 투자와 운용을 해주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는 이에 시간과 비용을 쓸 필요가 없게 되는 장점이 있다. 펀드라 불리는 상품을 전문용어로는 ‘집합투자기구’라고 하는데 여기서 집합이란 여러 사람이 돈을 모은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맞을 것이다.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마치 가게에서 물건 하나를 사듯이 펀드를 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금융기관이 관련된 복잡한 돈의 흐름이 있다. 흔히 우리가 펀드에 투자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일반인들은 펀드에 투자하기 위해 가까운 금융기관을 찾는다. 물론 요즘은 인터넷이나 모바일로도 펀드의 구매가 가능하지만 아직은 대중적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어 가까운 금융기관을 찾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은행, 증권사, 보험사, 종금사(종합금융회사) 등 우리에게 펀드를 추천하고 판매하는 금융기관을 ‘펀드판매사’라고 부른다. 그런데 펀드판매회사는 펀드를 만드는 곳이 아니다. 펀드를 만드는 금융기관은 따로 있는데 이를 우리는 ‘자산운용사(집합투자업자)’라고 부른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자산운용사는 펀드를 만들 뿐만 아니라 펀드의 자금을 어떤 자산에 얼마만큼 투자할 것인지 결정하기도 한다. 앞에서 말한 펀드의 정의에서 ‘전문가가 대신해서 주식, 채권 등에 투자·운용해준다’고 했는데 이 운용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바로 자산운용사이며 좀 더 자세히 말해 자산운용사에 소속 된 ‘펀드매니저(운용전문인력)’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자산운용사가 다수의 투자자들이 투자한 자금을 가지고 여기 저기에 대신 투자해준다는 이야기인데, 아이러니 하게도 자산운용사는 투자자들이 투자한 자금을 구경조차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펀드판매사를 통해 투자된 자금을 ‘신탁회사’가 별도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신탁회사는 자산운용사의 결정에 따라 자금을 실제로 집행하는 역할을 하며 동시에 자산운용사의 결정이 법적으로 타당한 것인지를 감시하는 역할 또한 수행한다. 또한 자산운용사나 펀드판매사가 망했을 때 신탁회사는 투자자의 자산을 이들의 파산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는 역할도 한다. 이렇듯 하나의 펀드라고 생각하는 상품에 여러 금융기관이 직·간접적으로 관련하여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금융기관들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펀드판매사는 펀드의 추천과 판매, 자산운용사는 펀드의 운용에 집중함으로써 적은 비용으로 서로 맡은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탁회사는 펀드자산의 보관만을 담당함으로써 투자자산을 펀드판매사나 자산운용사의 오·남용으로부터 보호한다. 이렇게 펀드의 설정, 판매, 운용, 보관을 각각 다른 금융기관이 전담하게 함으로써 금융상품의 효율성을 도모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이름으로 알아보는 펀드
필자가 중국에서 공부할 당시 동네의 작은 음식점에만 가도 수많은 메뉴가 있음에 적지 않게 놀란 적이 있다. 우리로 따지면 작은 분식점 정도 규모의 식당에서도 약 100여 가지의 음식을 주문할 수가 있었는데, 음식의 수도 수지만 그 많은 음식을 다 파악하고 주문하는 사람들을 보며 더욱 놀랐던 기억이 있다. 사실 알고 보면 간단한 이유였음에도 당시 중국어를 잘 몰랐던 필자에겐 놀라운 사실이었다. 대다수 중국 음식의 경우 그 이름을 살펴보면 과연 어떤 재료를 어떻게 조리하는 것인지가 이름 속에 나타나 있는 것이었다. 어떤 야채를 기름에 어떻게 볶은 음식이라든지, 무슨 고기를 튀긴 뒤 어떤 소스에 버무리는 음식이라든지…. 이렇게 음식의 재료와 조리법이 그 이름에 다 들어가 있으니 아무리 다양한 음식 종류라 해도 먹고 싶은 음식을 정확하게 주문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펀드도 마찬가지다. 수 많은 펀드가 판매되고 있어 선택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펀드의 명칭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펀드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자산운용사
먼저 펀드명 가장 앞에는 자산운용사의 이름이 자리한다. 쉽게 말하면 ‘펀드의 브랜드명’이다. 자산운용사는 펀드를 만들고 운용하는 곳이며 따라서 전문성을 가지고 펀드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펀드명을 보고 먼저 자산운용사를 파악하는 것이 펀드 선택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투자전략
자산운용사의 이름 바로 다음에 나오는 내용으로 그 펀드의 투자전략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소형’이라든지, ‘배당’ 등의 내용으로 그 펀드의 주된 투자전략을 알 수 있으며 해외투자 여부도 확인이 가능하다. ‘차이나’, ‘인도’ 등의 특정 국가명이나 ‘선진국’, ‘글로벌’ 등 대략적인 투자 지역도 알 수도 있다. 물론 세부적인 내용은 아니니 반드시 ‘투자설명서’를 읽어 보아야 할 것이다.
투자자산
그 다음으로 확인할 것은 해당 펀드의 투자자산이다. 여기에는 증권, 부동산, 특별자산, 혼합자산 등의 단어가 따라온다. 증권펀드는 투자자산을 주식과 채권 등 증권에 50% 이상, 부동산펀드는 부동산에 50% 이상 투자하는 펀드라고 보면 무방하다. 특별자산이란 원자재, 미술품 혹은 예술품, 날씨 등 증권과 부동산을 제외한 투자 가능 모든 자산을 말하며, 특별자산펀드는 이러한 자산에 50% 이상 투자한다. 하지만 부동산펀드, 특별자산펀드, 혼합자산펀드 등의 경우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는 잘 판매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펀드의 대부분은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증권펀드이다. 증권펀드의 종류는 주식형, 채권형, 주식혼합형 등으로 분류되는데 이 역시 펀드명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주식형펀드는 주식에 60% 이상, 채권형펀드는 채권에 60% 이상, 혼합형펀드의 경우 주식과 채권에 적절하게 분배하여 투자하되, 주식혼합형펀드는 주식에 60%를 초과하여 투자하지 않으며, 채권혼합형펀드의 경우 채권에 60%를 초과하여 투자하지 않는다.
법적 속성
펀드명에서 ‘투자신탁’이라는 말은 펀드의 법적 속성에 관한 것이다. 펀드는 ‘신탁형’으로 만들어 질 수도 있고, ‘회사형’으로 만들어 질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신탁형이 가장 일반적이다. 참고로 우리가 가끔 듣는 ‘뮤추얼펀드’란 그 법적 속성 상 회사형펀드에 해당한다.
모자형펀드
한편 펀드에 ‘자(子)’ 라는 단어가 붙게 되면 해당 펀드가 전체 ‘모자(母子)’형 펀드구조에서 ‘자’의 지위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펀드에 투자할 경우 이 자펀드는 주식과 채권 등의 개별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모(母)펀드’라는 별도의 펀드에만 투자하게 된다. 자산운용사는 무수한 자(子)펀드 대신 모(母)펀드만을 운용함으로써 그 운용비용을 줄이면서 보다 집중적으로 펀드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투자자 또한 효율적인 펀드 운용을 기대할 수 있다.
재간접펀드
펀드명에 ‘재간접형’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펀드라면 해당 펀드가 다른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자형펀드와 유사하지만 재간접펀드는 투자자가 투자대상이 되는 모든 펀드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전환형펀드
간혹 ‘전환형’이라는 용어가 펀드명에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산운용사가 지정한 몇 개의 펀드 내에서 투자자가 자유롭게 펀드를 갈아 탈 수 있다. 흔히 엄브렐러(Umbrella)펀드라고 불리는 게 바로 이 전환형펀드이다. 샀던 펀드를 팔고 새 펀드를 사면 그만인데 굳이 전환형펀드가 왜 필요할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때로 펀드를 팔 때 환매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환형펀드는 이러한 환매수수료의 부담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펀드 클래스
마지막으로 펀드명 맨 끝에 A,C 등의 알파벳을 볼 수 있다. 이 알파벳을 두고 펀드의 클래스라고 하는데 펀드는 판매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이나 투자자금 모집방법, 대상 등에 따라 여러 클래스로 나뉘게 된다. 예를 들어 A클래스(A형, 종류 A, Class A 등)는 펀드투자 초기에 일회성으로 내는 수수료(판매수수료 또는 선취수수료)가 높은 대신 투자기간 내내 내는 비용(판매보수)이 저렴한 특징이 있다. 반면 C클래스(C형, 종료C, Class C)는 펀드 투자 초기에 내는 수수료가 없는 대신 투자기간 동안 내는 비용이 높다. 만약 해당 펀드가 인터넷 전용으로 판매되는 경우 펀드명 끝에 e가 붙는데, 예를 들어 Ae의 경우 인터넷으로 판매되는 A클래스 펀드를 의미한다. 이 이외에도 B, S, E, P, T 클래스 등 여러 종류의 클래스가 있으니 자세히 확인하여 선택하여야겠다.
펀드투자를 생각할 때
최근 시중은행의 1년 예금금리는 평균 1.52%다. 올해 들어 기준금리는 1%대로 낮아졌고 이에 따라 시중의 예금금리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예금상담을 온 분 들은 시중금리에 한숨을 쉬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갈수록 떨어져 가는 금리는 다시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자율이 3%만 되어도 낮다고 여겨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2%만 되어도 좋겠다고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15.4%의 이자소득세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은행의 예·적금으로 얻을 수 있는 실질수익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데 금리가 이렇게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는 용기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과거의 손실경험이나 금융위기 당시 생긴 투자손실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일 것인데, 대표적 투자상품인 펀드도 마찬가지다. 펀드를 통한 손실경험을 극복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잘만 활용한다면 낮은 금리를 극복하는데 있어 펀드라는 투자상품은 더 없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보셨을 이야기,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의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지난 몇 년간 물가상승률이나 금리를 꾸준히 상회하는 수익을 보이고 있는 펀드들이 있다. 여기서 펀드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과 나에게 맞는 펀드의 선택에 관한 문제가 중요해진다. 규모나 운용사의 능력 등 확인할 것들이 많이 있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세심하게 살펴 본다면 좋은 펀드를 골라 투자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여러 번 강조한 것이지만 자신의 투자성향을 정확히 분석하고 전문가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 적합한 상품을 선택하여 긴 호흡으로 투자를 한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앞서 언급한 펀드가 무엇인지, 펀드의 기본 개념부터 종류 등 하나씩 익혀 나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