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돈PB의 공감재테크 ⑦] 채권, 제대로 알고 투자하기
[아시아엔=홍승돈 스탠다트차티드은행 PB] 필자의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노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자리에 함께 했던 친구들은 모두가 금융과는 관계 없는 직장인이거나 작은 개인사업을 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런 이유로 금융기관에 몸을 담고 있는 필자는 당시 오간 대화들에 대해 그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한 친구의 말이었다. “난 채권에 투자했으니까 적어도 원금손실 없이 예금보다는 수익이 좀 날 거야” 라고 하였고, 다른 대다수의 친구들 역시 채권투자는 원금손실이 없는 안전자산이라는 데에 동의를 했다. 언뜻 그다지 특별하거나 새롭지도 않아 보였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원금손실이 나지 않는 안전한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게 현실이니까.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채권 역시 원칙적으로 원금손실이 가능한 ‘투자자산’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채권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줄 때 우리는 빌려주는 돈의 원금과 이자가 얼마이며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언제까지 상환하겠다는 약속이 적힌 증서 즉, 차용증을 받게 되는데 이를 채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이 채권이라는 증권의 수익은 만기까지 기다려 받게 되는 이자나, 혹 매입 당시 가격보다 비싸게 매도할 때의 차익이라고 보면 된다.
신용도와 이자율
우리가 돈을 빌려 줄 땐 제대로 돌려 받을 수 있을지 상대방의 신용을 고민하게 된다. 신용등급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채권을 발행하여 차입하고자 하는 기관의 원리금상환 능력이 의심스러울수록 채권의 신용등급이 낮게 부과된다. 이렇게 낮은 신용등급의 채권은 차입 기관이 만기 이전에 부도가 나거나 만기 시 원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된다. 따라서 채권 발행기관은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보다 높은 이자를 제시하게 된다. 개인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 이자율이 달라지는 것처럼 채권 역시 신용등급에 따라 각기 다른 이자율이 표시되는 것이다.
채권의 만기와 이자율
그렇다면 신용등급이 같다면 이자율도 다 같을까? 그렇지 않다. 신용등급이 같을 경우에는 만기가 이자율에 영향을 준다. 만기가 길수록 높은 이자율을 제시하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만기가 길다는 것은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게 되는 기간이 길다는 거고 그만큼 채권을 발행한 회사가 부도라는 위험에 노출되는(채무불이행위험, Default Risk) 불확실성의 기간 또한 길다는 것이다. 당연히 투자자는 이에 대한 보상으로 높은 이자율을 요구할 것이다. 이처럼 채권투자는 신용등급이 낮고 만기가 길수록 더 높은 투자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의 손실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채권의 신용등급
앞서 설명한 것처럼 채권에는 발행기관별로 신용등급이 부여된다. 특수채나 회사채를 제3자의 물적 담보제공 없이 순수하게 발행기관의 신용만으로 발행하거나, CP(기업어음) 발행의 경우 의무적으로 2개 이상의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 받도록 되어 있다. 이 신용등급이 채권의 이자율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거의 없어 무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국공채(국가나 국가의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채권)의 이자율은 시중금리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해,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의 경우 위험에 대한 보상(리스크 프리미엄, Risk Premium)이 따르기 마련이다. AAA부터 BBB-까지의 신용등급을 가진 회사채는 투자가 가능한 채권으로 분류되어 시중금리 대비 다소 높은 수준, 또는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된다. 반면 신용등급이 BB+ 이하의 채권은 투기등급 채권으로 이자율은 높지만 그만큼 부도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투자를 피하는 것이 좋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투기등급의 채권에서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 역시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기업어음은 신용등급의 표시가 회사채와 약간 다른데 A1부터 A3-가 투자적격 등급이며 B+이하는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분류 된다.
여기서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부여한 신용등급,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 신용등급만으로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할까? 예를 들어 과거 한 건설회사의 경우 대기업 계열사라는 점을 반영하여 심지어 회사가 부도나기 직전에 발행한 CP에 대해서도 그 신용등급을 A3-로 평가함으로써 투기등급으로 분류하질 않았고 이를 근거로 투자했던 수많은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이와는 반대로 기업의 신용등급은 보지 않고 단지 높은 수익률과 발행기업에 대한 신뢰성만을 강조한 판매회사의 말을 믿고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다. 불완전판매로 많은 피해를 끼친 한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은 발행 당시부터 투기등급으로 분류되는 BB로 평가 받았었다.
또다른 대기업 기업어음의 경우, 부도가 있기 오래 전부터 투기등급인 B로 평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이에 투자하여 큰 손실을 입게 되었다. 이는 대기업이나 금융회사는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고객들의 믿음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또는 계열 금융회사를 통해 후순위채권과 기업어음을 판매함으로써 많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사례였다.
그렇다면 왜 신용등급을 믿고 투자를 해도, 혹은 해당기업 자체나 수익률을 보고 투자를 함에도 손실을 보는 것일까? 이는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신용평가사의 운영구조상 등급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모든 요소를 정확히 반영해 신용등급을 부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 등을 해당 기업이 늦게 공시하기도 하고 평가기간 사이에 발생한 기업의 위험은 다음 신용평가 때까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그 신용등급이 해당 기업의 현재 위험을 전부 반영한 것이라 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즉 신용등급은 기업의 과거 신용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미래의 신용상태를 가늠한다는 것 역시 큰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채권투자에 있어 기업의 신용등급을 맹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신용전문평가기관인 신용평가사가 부여한 등급을 완전히 무시하라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신용등급을 참조하되 유사한 신용등급과 만기구조를 가진 다른 채권이나 기업어음의 수익률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을 경우, 그 채권에 투자할지 말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해당 기업의 주력사업 및 업황 등을 참고하는 것도 채권투자에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시중금리와 채권의 수익률, 그리고 채권가격의 상관관계
채권이란 것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바로 지금부터인데,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쉽게 설명하도록 하겠다. 채권의 투자에는 시중금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복잡한 구조지만 대략적으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1년 만기에 표면금리 5%, 액면가 1천만원인 채권을 가정하자. 그런데 시중금리가 연 4%라면 당연히 5%인 채권에 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공급은 한정되어 있는데 수요가 늘어나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액면가 1천만원의 이 채권은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시중금리가 연6%라면 아무도 이 채권을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 채권은 액면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리게 될 것이다. 이처럼 채권의 가격은 시중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금리뿐만 아니라 기업의 신용도도 채권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서 낮은 신용등급의 채권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성향으로 인해 그만큼 낮은 가격에 거래될 것이다.
그렇다면 채권 자체의 수익률과 가격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질까? 예를 들어 만기 1년에 표면금리가 6%, 매월 이자를 분할지급(월 5만원)하는 액면가 1천만원짜리 채권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6개월 후에 이 채권의 가격이 내려가 980만원에 산 사람이 있다면 이 채권의 수익률은 투자금액 980만원 대비 남은 6개월 동안 받을 이자 30만원(월 5만원*6개월) 즉, 연 환산 실질수익률 약 6.12%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6개월 후 채권가격이 올라가 1020만원에 산 사람이 있다면 이 채권의 연 환산 실질수익률은 약 5.88%가 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채권의 수익률은 채권가격과 반대로 움직이게 된다. 이처럼 신용등급, 시중금리 및 채권의 수익률과 채권가격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두는 것이 채권투자에 좋은 팁이 될 수 있다.
채권 vs 채권형 펀드
위의 여러 사례에서 보듯 채권은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자산이 아니다. 주식에 비해 투자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적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채권에 투자하는 경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을 절대적으로 신뢰할 순 없기에 기업분석도 하고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유심히 살펴 보아야 한다.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어렵다면 채권형 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채권형 펀드의 수익은 채권투자로 얻은 이자수익과 채권가격의 변동에 따른 매매차익이다. 일반적으로 이자수익 보다는 매매차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시중금리가 상승해 채권가격이 하락할 경우에는 손실이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해외 채권형 펀드의 경우에는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익·손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더욱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하자. 다만 채권형 펀드의 경우 소액으로 국내외 다양하고 폭 넓은 채권에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채권의 직접투자보다는 적은 손실범위에서 투자가 가능하다.
“원금손실은 없으면서 시중금리를 초과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가 없을까요?”
투자자들의 가장 일반적인 질문이다. 자산관리를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어느 고객에게나 그런 투자처를 찾아 드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투자처는 없다고 본다. 초저금리 시대, 주식 변동성 확대 등 투자자산을 운용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때이다. 이런 시기에 채권이나 채권형 펀드를 또 다른 투자 대안으로 고려하기 좋을 것이다. 하지만 투자는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투자자 본인이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여러 가지 환경을 고려해야겠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이럴 때 일수록 금융기관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의 목적과 투자성향에 맞는 채권투자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