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돈PB의 공감재테크⑤] 은퇴 후 최고의 노후대책은?
자산의 수명 늘리는 5가지 비법
[아시아엔=홍승돈 스탠다드차타드은행 PB] TV광고에서 ‘생명 연장의 꿈’이라는 카피를 본 적이 있다. 진나라 31대 왕이자 중국 최초의 황제인 진시황은 불로불사를 꿈꾸던 사람으로 유명한데, 그런 진시황은 만 4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물론 그 시절엔 그게 장수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학이 발달한 현대 사회의 평균 수명을 고려할 때, 우리는 평균만 살아도 그토록 불로장생을 위해 애썼던 진시황보다 무려 한 세대는 더 사는 것이다.
의학이 발달할 수록 기대수명은 늘어날 것이고, 그에 비해 우리가 경제활동을 통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경제활동 없이 살아야 하는 기간이 그만큼 길어지게 된다. 생명 연장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자산의 수명을 연장하는데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자산의 수명 연장은 말 그대로 경제활동을 통해 형성된 자산이 꾸준히, 그리고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그 수명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신입사원 연수과정에서 사회 초년생을 위한 재테크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때 필자는 20대 중후반 초년생들에게 노후준비부터 하라고 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초년생들에게 수십년 후의 노후 문제는 전혀 와 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30년을 배우고 30년을 일해 번 돈으로 나머지 30년을 살아야 한다. 결국 이 중간의 기간, 즉 경제활동 30년 동안 나머지 30년에 대한 준비를 마쳐야 하는 것인데, 대단한 고소득자이거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자산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은 생명 연장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매월 수령하는 연금을 준비하라
은퇴 후 생활에 평균적으로 필요한 자금이 월 160만원 정도라는 설문 결과를 본 적이 있다. 물론 현재의 나이나 은퇴시점, 물가상승률, 생활수준 등 여러 변수가 고려되어야 하겠으나 일반적으로 월 160만원 정도는 연금이나 비슷한 무엇인가로 충당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의 공적연금 중 은퇴 후 나에게 고정적인 현금흐름을 주는 게 어떤 것이 있으며, 매월 수령하게 될 예상 금액이 얼마인지 꼼꼼히 계산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금액이 충분치 않다면 적어도 은퇴시점 이전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일정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일시납 가입의 연금상품이나 월배분형 또는 월이자형 금융상품을 고려하거나, 보유 주택을 이용하여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빠듯한 살림에 노후준비라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금융자산의 증식에 시간이 주는 마법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상금 주머니를 만들어라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벽걸이시계를 선물 받았다. 평범한 벽걸이시계였으나 그는 내게 그 벽걸이 시계에 담긴 비밀(?)스러운 기능을 알려 주었다. 시계 뒤편에 비상금을 넣어 둘 수 있는 은밀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평범한 선물이지만 자산관리를 업으로 삼고 있는 내게도 참 재미있는 일이었다. 자산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방법 중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이 비상금 주머니다. 통계에 따르면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뜻밖의 지출 중 가장 높은 비율은 자녀의 유학, 결혼 등에 따른 지출이며 그 다음으로 의료비, 경조사비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여기서 자녀의 유학, 결혼 자금이 미리 대비해야 할 지출이라 본다면, 의료비는 65세 이상 1인당 연평균 330만원 정도이며 경조사비는 결혼식, 장례식 등 연간 16회 정도에 1회 평균 7.3만원으로 연 120만원 정도가 지출 된다고 한다. 이는 자산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어느 정도의 비상금 주머니를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을 뜻한다. 예기치 않은 지출로 인해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실행하고 있는 자산의 운용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안정성을 고려할 것인가, 수익성을 고려할 것인가?
비상금 주머니가 준비되었다면 이젠 자산의 운용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매월 정기적인 투자를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고, 목돈의 자산을 운용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남은 생애 동안 충분히 사용할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 경우, 되도록이면 높은 수익을 통해 큰 돈을 벌고 싶은 욕심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양날의 칼, 즉 안정성과 수익성을 적절히 고려한 자산의 배분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자산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안정성만을 고려해 자산의 증식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되는 자산잠식이 발생하여도 안될 것이지만, 무조건 큰 수익만을 추구해 손실이 발생하는 일 또한 없어야 할 것이다. 적정 수준의 자산과 시간이라는 재료를 갖고, 목적에 맞는 자산배분과 적절한 금융상품을 선택하기 위해선 전문가와 논의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퇴직금?
유명한 치킨 프렌차이즈 영업단장으로 근무하는 필자 친구의 주 업무는 본인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영업점을 늘려 나가는 일이다. 어느 정도의 자본을 가지고 새로운 사업을 해 보려는 사람들을 만나 치킨 프렌차이즈 사업을 권유하고 신규 창업을 돕는 일을 하는데, 그 주요 타겟이 퇴직을 앞둔 사람들이라는 말에 필자와 적지 않은 설전을 한 적이 있다. 물론 퇴직금을 활용해 새로운 소득을 창출하는 것에 무조건 반대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사업적인 가능성이나 경험 없이 무조건 투자를 하고 창업을 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금융회사에 몸담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말할지는 모르지만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일은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 2012년 법이 개정되면서 퇴직연금제도(DB형, DC형) 가입자는 반드시 IRP계좌(개인형 퇴직연금계좌)로 퇴직급여를 이전해야 하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 하지만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는 경우 IRP계좌로의 이전은 본인의 결정에 따르게 돼있다.
실제 인출할 때까지 퇴직소득세 납부를 미룰 수 있으니 과세이연의 효과도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금소득에 대한 세율이 5.5%인데 반해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3.3%의 세율이 적용되므로 절세의 효과도 있다. 자산의 수명을 연장하고 그에 따른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날을 그리며 감수하는 불편함과 절약, 저축은 당연한 미덕이다.
노동에 의한 소득 vs 자본에 의한 소득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소비’라는 경제활동이 경제의 추진력이고, 반면 저축의 증가로 인한 소비지출의 감소는 경기침체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즉 유효수요의 확대를 통해 침체된 경기를 진작시킬 경우 이는 임금인상을 촉구하게 되고 그로 인해 다시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의 원천인 저축이 국민경제를 불황으로 이끈다는 ‘저축의 모순’을 들어 소비를 중시한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스의 유산이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까지나 노동을 통해 소득을 창출할 수 있겠는가? 결국 노동의 단절은 소득의 단절을 의미하고 따라서 그러한 단절 이전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본을 통해 소득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지닌 자본이 투자이익, 투자소득 혹은 자본소득을 창출하게 만들어 보자. 은행 예치에 따른 이자 역시 자본소득이지만, 조금 더 효율적인 자본소득의 창출을 위해 나에게 맞는 투자방법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자본이 만들어내는 소득이 나의 노동에 의한 소득을 대체할 수 있을 때 자산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며, 이는 곧 대를 이어 자산의 규모를 키우는 원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