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 기자의 경제편편] 보이지 않는 적이 더 무섭다
[아시아엔=차기태 기자] 경기가 썰렁하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 때문에 내수가 위축되더니 올해는 메르스 때문에 또다시 큰 타격을 입었다.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7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84.3으로, 기준선 100에 크게 못 미쳤다. 부정적인 응답 비중이 전월 대비 10% 가량 높아졌다.
세월호 사고로 인한 심리적 충격이 컸던 지난해 8월(91.6) 때보다도 낮다. 올 연초부터 수출 부진이 계속되어 온 데다 메르스 확산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경기침체를 초래한 세월호 사고와 올해의 메르스 사태에는 공통점이 있다, 심리적인 위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심리적 위축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을 때 많은 희생자가 이렇다할 구조도 받지 못하고 배 안에서 죽어갔다는 사실이 국민적 허탈감을 초래했다. 그 허탈감은 국민들로 하여금 소비를 자제하게 만들었다.
올해 메르스 사태의 경우 방역망이 뚫림으로써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야기했다. 메르스 바이러스를 초기에 제압하지 못했으니 누구나 부지불식간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국민들은 일상생활의 리듬을 수정해야 했고, 특히 함께 어울려 소비하는 즐거움을 마다해야 했다.
메르스에 대해 무조건 겁먹을 필요는 물론 없다. 대응만 잘하면 충분히 이겨나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확산되기 이전에 정확하게 대처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반면 초기에 잘못 대처해서 질병이 번지고 있다는 인식이 번지면 감당하기 어렵다. 더욱이 메르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를 무장간첩 침투사태와 비교하면 명확해진다. 무장간첩이 침투할 경우 그들의 동선은 노출되게 마련이다. 그들이 출몰하는 지역을 포위하고 소탕하기만 하면 된다.
이에 비해 메르스 바이러스가 퍼지면 포위도 어렵고 소탕은 더더욱 어렵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메르스 발병 초기에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인한 공포와 허탈감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정말로 ‘보이지 않는 적’이 ‘보이는 적’보다 더 무섭다.
현대의 발전된 의학으로 메르스도 결국은 제압될 것이다. 흔히 주장되듯이 우리나라의 의료기술 수준이 세계최고라고 하니 메르스 진압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부도 뒤늦게 메르스 사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사태초기에 보인 무능으로 인해 우리 경제는 지금 치르지 않아도 될 대가를 치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소비를 비롯해 일상적 경제활동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과감한 소비진작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고 주문한 것은 전적으로 옳다.
하지만 지금 더 중요한 것은 메르스 사태로 인해 위축된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정부가 메르스 사태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감염된 환자의 치유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의 얼어붙은 심리가 녹고 자신감도 회복될 수 있다. 경제란 심리라는 말이 요즘처럼 잘 어울리는 경우는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