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차기태 저 ‘신화속 여인들’···에피소드와 명화 ‘수두룩’
[아시아엔=편집국] <신화 속 여인들>(차기태 저, 필맥출판사)은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을 중심으로 신화의 내용을 정리하고, 신화 속 에피소드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희로애락의 감정을 서술했다.
<신화 속 여인들>을 펴낸 필맥출판사는 이렇게 소개했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서양 문명의 근원이자 인류 문화의 보물창고다. 그 속에는 사랑과 배신, 아름다움과 추악함, 축복과 저주, 욕망과 상실, 환희와 고독, 삶과 죽음과 같은 인간이 겪는 모든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이 가장 오래된 문학은 서양 철학의 모태가 되었으며, 수세기에 걸쳐 회화, 조각, 시, 소설, 희곡, 건축, 패션 등 문화예술의 모든 분야에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그리스로마 신화는 전 세계인이 즐겨 읽는 필독서가 됐다. 그런데 신화의 내용을 모두 파악하고 기억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수없이 많은 신과 요정, 그리고 인간이 한데 뒤섞여 펼쳐내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방대하다. 등장인물의 계보를 정리하는 것만도 벅찰 정도다.
이 책은 복잡한 신화읽기를 단순하게 할 수 있게 해준다. 지은이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굵직굵직한 스토리를 그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을 중심으로 정리하여 엮었다. 인물을 중심으로 한 서술인 만큼 복잡하게 뒤엉킨 신화 속 계보를 비교적 쉽게 익히고 기억하게 도와준다. 또한 선정한 인물들을 최대한 연대순으로 나열함으로써 각각의 에피소드가 분절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이 책의 주인공 여인들 중에 여신은 없다. 요정인 칼리스토, 키르케, 칼립소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인간이다. 이는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상의 원형을 보여주려는 지은이의 의도된 선정이다. 지은이는 ‘신화의 여러 에피소드에서 인간의 역사와 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과 인물들을 떠올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야말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신화를 읽는 진정한 의의’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각각의 에피소드에 걸맞은 명화들이 수록돼 있다. 쉽고 간결하게 써내려간 글과 아름다운 그림을 함께 보노라면, 어느새 우리의 삶과 이어진 신화의 통로를 만나게 될 것이다.”
저자와 필맥출판사가 일독을 추천하는 몇 대목이다.
“신화 속 이야기는 경이롭고 신비롭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보다 적나라하고 직접적이다. 어떤 경우에는 더 심하기도 하다. 이를테면 헤라클레스가 열두 가지 고역을 치렀다고 하지만 인간의 삶은 더한 힘겨움의 연속이다. 제우스 신이 난봉행각을 벌였지만, 인간의 역사를 장식한 일부 제왕들은 훨씬 더했다. 욕심을 채우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제우스 신은 아내 헤라의 제지를 받았지만, 제왕들은 누구의 구속도 받지 않았다. 제우스 신의 사랑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오는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유랑해야 했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훨씬 더 먼 거리를 본의 아니게 옮겨다니며 살아야 했다. 게다가 나중에 행복을 찾았던 이오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이렇다 할 행복이나 즐거움을 끝내 누리지 못하고 불행하게 삶을 마감하곤 했다. 요컨대 신화 속의 신과 인물들은 단순히 신화 속의 인물은 아니다. 지금도 우리 곁에 살아 숨쉬고 있다.” (6쪽)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 때문에 부모와 조국을 배신한 예가 많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사례만 해도 다양하다.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를 사랑한 아리아드네, 이아손을 사랑한 메데이아, 암피트리온을 사랑한 코마이토 등이 있다. 이들 가운데 아리아드네는 묘하게도 스킬라의 사랑을 받은 미노스 왕의 딸이다. 이들의 사랑은 보답 받지 못했다. 상대는 배신행위를 통해 얻은 이득은 기꺼이 받았지만 배신자는 곱게 보지 않았다. 한 번 배신한 사람은 또다시 배신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배신자를 받아들이면 배신의 풍조가 퍼져 나라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배신자의 운명은 비참했다. 스킬라와 코마이토는 차갑게 외면당한 채 죽음을 맞았다. 아리아드네와 메데이아는 사랑을 쟁취하는 듯했지만 한때뿐이었다. 결국은 버림받았다. 어리석고 어긋난 사랑이 대가는 쓰라렸다.”(73쪽)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남녀의 관계를 다룬 에피소드가 무수히 많다. 그중 오디세우스와 나우시카의 만남과 이별 이야기는 다른 에피소드들과 사뭇 다르다. 시기와 질투, 음모와 배신의 이야기가 전혀 없다. 티 없이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호감과 배려, 아름다운 이별의 장면만이 있을 뿐이다. 주고받는 대화에도 정감이 넘친다.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다.” (161~162쪽)
저자 차기태는 그동안 <고전, 내 마음의 엘리시움>(2007년), <세계 금융위기와 그 후>(2009년), <미술작품을 곁들인 에피소드 서양문화사>(2014년), <단테의 신곡 에피소드와 함께 읽기>(2015년), <이건희의 삼성, 이재용의 삼성>(2016년), <도레의 판화와 함께 보는 성경>(2017년) 등의 저서와 번역서 <한눈에 보는 지구촌경제>와 <바보여신의 바보예찬>을 냈다.
현재는 경기도 양평에 거주하면서 <내일신문>과 <뉴스토마토>에 경제칼럼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