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멸종위기 큰코영양 12만마리 떼죽음···’로켓발사’ vs ‘전염병’ vs ‘도시화’ 놓고 ‘이견’
[아시아엔=편집국]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멸종위기 동물인 큰코영양(saiga antelope)이 지난 5월 한달간 전체 개체수의 절반 가까운 12만 마리가 폐사해 당국이 원인 규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아이단 스메일 카자흐스탄 하원의원은 최근 “큰코영양 집단폐사는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되는 러시아 우주발사체 ‘프로톤-M’ 로켓 탓”이라고 주장했다.
스메일 의원은 “프로톤 로켓의 비행 궤적에 포함되는 아크몰라, 알타이 지역은 큰코영양의 봄철 서식지”라며 로켓에 의해 떼죽음 사태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메이르벡 몰다베코프 카자흐스탄 우주위원회 위원장도 “큰코영양의 집단폐사는 전염병 때문으로 보이지만, 바이코누르 기지의 오염도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며 명확한 조사를 촉구했다.
카자흐스탄 북부 아크몰라, 코스타나이 등에서는 지난 5월11일 큰코영양 117마리가 죽은 채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5월말까지 12만 마리가 떼죽음당했다고 <텡그리 뉴스> 등 현지언론은 1일 보도했다.
이에 당국은 600명의 인원과 100여대의 특수장비를 긴급 투입해 사체처리 및 방역작업에 나섰으며 2일 현재 더 이상 피해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한편 피해지역을 살펴본 국제조사단은 사태원인과 관련해 큰코영양에게 치명적인 파스튜렐라 전염병을 꼽고 있다. 현지에서는 2010년에도 큰코영양의 폐를 공격하는 파스튜렐라가 급속히 번지며 1만2천여 마리가 떼죽음 당한 바 있다.
이번에 폐사한 큰코영양 대부분이 파스튜렐라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암컷과 어린 새끼였으며 사체에서는 이 병의 징후인 코와 입 주위에 다량의 피가 발견됐다.
그러나 이번에 떼죽음 당한 큰코영양의 수가 현지의 전체 개체 수 약 25만 6700마리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여서 그 정확한 원인을 놓고 여러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현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프로톤 로켓이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이 로켓은 러시아가 임대하여 사용하는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주로 발사되는 위성발사체로 최근 잦은 사고로 퇴출위기에 몰려 있다.
프로톤 로켓은 바이코누르에서 작년 5월 통신위성 ‘엑스프레스-AM4R’을 싣고 떠나다 추락했으며 앞서 2013년 7월에는 발사 수십 초 만에 공중폭발했다. 또 지난달 16일에도 발사 8분 만에 추락해 카자흐스탄에서는 로켓사고에 따른 환경오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러시아는 2018년부터 프로톤-M의 발사횟수를 줄여가다 대체모델인 ‘제니트 LV’ 로켓의 안정화가 끝나는 2025년 프로톤 로켓을 완전히 퇴출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로켓을 집단폐사의 원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바이코누르 기지는 이번 폐사지역과 1천여km 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는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서식지 파괴 및 지하수 오염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카자흐스탄과 몽골, 러시아 초원지대에 사는 큰코영양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100만 마리에 달했으나 남획으로 급감해 2002년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적색자료목록에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됐다.
한편 카자흐스탄 당국은 이번 폐사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탈리아, 영국, 독일 등에서 온 전문가로 대책반을 꾸려 추가피해 예방책 및 큰코영양 개체 수 보존대책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