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코끼리 상아·코뿔소 뿔 밀거래 통로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는 지난 3일 방콕에서 개막한 멸종위기에 처한 동ㆍ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 회의에서 태국 내에서 코끼리 상아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해 국제 야생동물보호론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잉락 총리의 이 약속이 지켜질지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그만큼 태국은 세계 상아 밀수의 통로이자 불법 유통되는 상아의 ‘세탁’ 장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태국이 아프리카 등 국외산 상아 수입은 금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사육된 코끼리의 상아 거래는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밀렵된 코끼리 상아가 태국으로 밀수돼 합법 상아로 둔갑한 뒤 외국 관광객들에게 판매되거나 상아 수요가 많은 중국 등으로 수출된다.
5일 태국야생동식물보호청 발표에 따르면 태국과 베트남의 조직폭력배들이 상아, 코뿔소 뿔 등의 밀거래에 개입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밀수조직들은 1인당 1만5천 바트(한화 약 55만원)를 주고 밀수자를 고용해 아프리카로 가서 상아나 코뿔소 뿔을 태국으로 가져오게 하고 있다. 물론 항공료는 별도로 지급된다.
고용된 밀수자들이 상아, 코뿔소 뿔 등을 몰래 들여와 방콕 수완나폼 공항내 은밀한 곳에 숨겨두면 폭력조직에 매수된 공항 근무자나 경찰이 이를 공항 밖으로 빼내준다는 것이다.
이처럼 밀수된 희귀동식물들은 육로로 중국, 라오스 등 인근 국가로 옮겨지거나, 공항에서 바로 항공편으로 다시 중국, 베트남 등으로 운반되기도 한다.
태국 자연자원 및 환경 범죄단속반에 따르면 이같은 희귀동식물밀거래를 막기 위해 지난 2011년 동남아시아국가들은 야생동식물 304종의 보호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동물 3만8895마리, 죽은 동물 3만6109마리, 불법 목재 1270개, 야생 식물 1천233개의 밀수가 적발됐다.
압수된 야생동식물의 시장가격은 1100만달러(한화 약 200억원)에 이른다. 야생동식물 밀수로 368명이 체포되고, 이중 40명이 유죄선고를 받았다.
국제 환경보호단체들에 따르면 아프리카 코뿔소는 40년전만 해도 개체수가 2000마리에 불과해 멸종 위기에 처했으나 환경보호운동 등의 결과 최근 2만5천마리로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만 코뿔소 660여마리가 죽는 등 다시 코뿔소 남획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코끼리는 70년전에는 개체수가 500만마리가 넘었으나 현재는 수십만 마리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2011년에는 2만5000마리가 죽임을 당했다. 올해도 밀렵되는 코끼리 수는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화적으로 코끼리를 숭상하고 있는 태국에는 코끼리 약 6500마리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중 2500마리가 야생이다.
상업적 거래가 허용된 사육 코끼리는 약 4000마리이며 이중 상아를 생산하는 수컷 코끼리는 1500마리에 불과하다.
반면 태국내 상아 거래업자들은 5000여명이 달한다. 동물보호론자들은 국내산 상아가 매우 적은데도 상아 거래업자들이 이처럼 많은 것은 태국의 상아 밀수 규모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들은 잉락 총리의 상아 거래 금지 약속을 환영하면서도, 구체적인 금지 방안과 일정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상아를 선호하는 태국의 문화적 전통과 관광ㆍ여행업자 등 상아거래 관련업계의 반발을 감안할 때 단순히 법 제정만으로는 상아 거래를 근절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