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내 멸종위기, ‘코끼리 대행진’ 나선 ‘코끼리 왕국’ 라오스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라오스 사람들에게 코끼리는 가족 같은 존재다. 라오스 사람들은 옛부터 야생코끼리를 길들여 벌목, 농사 등을 함께 했고, 아직까지도 북서부에선 대를 이어 코끼리를 기르고 있는 가문도 있다. 이들 집안에는 코끼리와 숲의 정령을 불러내 위로하고 구슬리는 기도문 등이 대대로 전해진다고 한다. 또한 라오스인들 대다수는 코끼리와 인간이 32가지의 혼을 공유한다고 믿으며, 코끼리가 인간과 가장 비슷한 영혼을 지녔다고 여긴다.

그러나 최근, 라오스 코끼리들은 벌목 등에 무리하게 동원되거나 서식지가 감소해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있다. 멸종 위기의 라오스 코끼리를 지키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가 있으니, 이른바 ‘코끼리대행진’이다.

라오스 코끼리보호센터(ECC)가 12월17일까지 진행할 ‘코끼리대행진’은 5백키로가 넘는 대장정이다. 12마리의 코끼리와 마훗(Mahouts, 코끼리를 길들이는 사람)은 라오스 싸이냐부리부터 루앙프라방까지 북부를 횡단할 예정이다. 이들이 이렇게 긴 여정을 나선 까닭은 ‘코끼리의 왕국’으로 알려진 라오스의 코끼리가 반세기 이내 멸종당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라오스 국민들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대장정에 나선 것이다.

‘백만 마리 코끼리’라는 뜻을 지닌 첫 왕조 ‘란쌍’의 이름이 무색하게도 라오스에 현재 남아있는 코끼리는 800마리가 채 안 된다. 농경지 개발로 인해 코끼리 서식지가 파괴되고, 밀렵, 학대 등으로 인해 개체가 꾸준히 감소한 탓이다.

라오스 코끼리보호센터(ECC)의 탁신 팀장은 “어릴 적 마을에는 코끼리가 50마리 이상 있었지만 지금은 10마리 밖에 남질 않았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그는 라오스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코끼리를 잊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코끼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환기시키고자 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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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C에 따르면 라오스 코끼리의 80퍼센트가 벌목작업에 동원된다. 이 코끼리들은 강도 높은 작업으로 인해 출산을 못하거나 일찍 죽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매년 라오스에는 평균 11마리의 코끼리가 죽는 반면 출생하는 수는 2마리에 불과하다.

이에 세바스티앙 ECC 센터장은 “코끼리 서식지를 보호하고 벌목작업동원을 중단하는 등의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앞으로 30~40년안에 코끼리는 멸종하고 말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코끼리 서식지 보호를 통해 타 동식물의 서식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라오스의 코끼리 감소추세가 지속되다 보니 마훗이 되려는 사람도 없고, 기존의 마훗들도 생존위기에 봉착한 실정이다. 때문에 코끼리대행진은 청년들에게 ‘더 늦기 전에’ 마훗의 기술을 배우게끔 권장하는 캠페인도 병행할 예정이다. 세바스티앙 ECC 센터장은 “자연과 코끼리를 보호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이 합쳐진다면, 우리 라오스의 오랜 자산이자 세상의 보물과도 같은 코끼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소망한다.

코끼리 대행진을 기획, 진행하고 있는 ECC는 지난 2011년 라오스가 프랑스와 손잡고 코끼리 및 자연보호를 목적으로 설립한 현지 최초의 코끼리보호센터다. 현재 11마리의 코끼리가 이 곳에서 상주하고 있으며 코끼리 보호를 위한 양육, 인지발달, 질병치료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학생 또는 성인을 대상으로 코끼리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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