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추천하는 템플스테이 8경···삼화사·쌍계사·백담사·미황사·반야사·낙산사·월정사·금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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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박명윤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5월25일 오늘은 불기(佛紀) 2559년 음력 사월 초파일 ‘부처님오신날’이다. 올해 석가탄신일이 월요일이라 23~25일 연휴 동안 불교계에서는 다양한 축제와 행사를 개최한다. 특히 이 땅에 부처님 오신 뜻을 되새기고 새해 서원(誓願)을 다시 한번 다짐하는 기회로 삼아보기 위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준비한 사찰들이 많다.

석가탄신일을 봉축하면서 가족과 함께 주말이나 휴가철을 이용하여 템플스테이를 계획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일상생활에서 몸과 마음이 지친 현대인들이 많다. 현대사회에서 갈등과 오해, 화냄과 질투, 근심 걱정으로 가득찬 마음을 도시의 매연과 소음이 없는 조용한 산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통해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다. 대개 예불, 발우공양, 참선, 스님과의 대화, 산책, 다도체험 등이 각 사찰에서 공통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템플스테이는 일종의 사찰체험 관광프로그램이다. 하루 또는 이틀 동안 사찰에 머물면서 수행자, 즉 승려의 일상을 체험한다는 테마로 진행된다. 산사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단순한 프로그램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각 사찰의 특성을 살려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단순한 사찰 체험이 아닌 체계화된 힐링프로그램이다.

템플스테이는 크게 4가지 힐링을 테마로 나눌 수 있다. 즉 상처 난 마음을 위로 받고, 스스로 위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아(我我) 템플스테이, 건강을 위한 테마로 진행되는 생생(生生) 템플스테이, 스트레스와 욕심에 지치고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의 분노를 다스리기 위한 여여(如如) 템플스테이, 꿈과 희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자신감을 심어주는 당당(堂堂) 템플스테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경남 합천 소재 대한불교조계종 ‘금강선원’의 휴식형(休息形) 템플스테이 일정표는 다음과 같다. 새벽 4시 ‘아침예불’(禮佛)을 시작으로 5시 자유 휴식명상, 7시 아침 공양, 8시 울력과 걷기명상, 9시 자유 휴식명상, 11시30분 점심공양, 12시30분 자유 휴식명상, 오후 5시 사찰예절 안내, 5시30분 저녁공양, 6시30분 저녁예불, 7시10분 다담(휴식명상법 배우기), 10시 취침으로 이어진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면서 부산 ‘범어사’는 24일과 25일 당일 템플스테이를 준비하여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장엄등을 구경하고 연꽃과 단주를 만드는 일정 등으로 석가탄신일을 축하했다. 경기도 화성 ‘용주사’는 23일부터 24일까지 1박2일간 ‘내 마음의 등 밝히기’ 템플스테이를 열어 조선 22대 정조(正祖, 1776-1800)의 효심을 느껴볼 수 있는 정조대왕 효행길 걷기, 음악명상 등을 체험했다.

가평 ‘백련사’는 ‘잣숲힐링’ 템플스테이를 통하여 108배와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풍부한 잣나무 숲 트레킹, 소원등 만들기, 소금만다라, 참선 등을 통해 여유로운 일상을 맛볼 수 있게 했다. 이밖에도 백담사, 고운사, 구인사, 골굴사, 갑사, 대흥사, 미황사, 심원사, 축서사 등 전국 여러 사찰에서 부처님오신날을 환희롭게 보낼 수 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템플스테이는 FIFA 월드컵이 열린 2002년 외국인관광객들의 숙박시설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들에게 전통사찰을 개방하면서 체계화되었다. 2004년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 체험프로그램으로 가치와 가능성을 인정받아 2009년 11월 OECD의 ‘관광산업에 미치는 문화의 영향 연구보고서’에서 한국의 가장 성공적인 문화관광상품으로 템플스테이가 선정됐다.

우리 문화재의 70% 이상 불교 문화재이므로 템플스테이를 통하여 우리나라 불교의 보물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불교중앙박물관은 조계종 총무원이 설립한 우리나라 불교 대표 박물관이며, 전국 35곳에 사찰박물관이 있다. 불교계에서는 사찰박물관을 성스런 보물을 보관하는 곳이라는 뜻으로 ‘성보(聖寶)박물관’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중요한 삼보사찰(三寶寺刹)은 경상남도 양산 영축산 통도사(通度寺), 경남 합천 가야산 해인사(海印寺), 전라남도 순천 조계산 송광사(松廣寺)이다. 삼보는 불교의 신행 귀의대상인 불(佛)ㆍ법(法)ㆍ승(僧)을 가리키며, 통도사가 불, 해인사가 법, 송광사가 승에 해당한다.

불보사찰 통도사의 성보박물관은 설립을 준비할 때부터 불화 전문박물관을 목표로 설계되었으며, 규모와 소장 유물의 양이 방대하여 사찰박물관의 선두주자다. 야외 법회에 쓰이는 초대형 불화인 괘불(掛佛)을 상시 전시하며, 매년 봄과 가을에 전국 사찰 소장 괘불 특별전을 연다.

법보사찰 해인사는 불교정신을 기반으로 세워진 민족의 보배이며,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과 판전 등 수많은 불교 관련 유물이 전해지고 있다. 소장 중인 대표 유물로는 목조희랑소사상을 비롯새 보물 5건 8점이 있다. 최근에는 해인사만의 특징을 살려 ‘목판인쇄전문박물관’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승보사찰 송광사는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을 비롯하여 조선 초기 고봉국사 등 국사 16명을 배출한 사찰이다. 소장하고 있는 국보로는 목조삼존불감 등 4건 4점, 보물은 21건 178점이 있다. 비지정문화재를 포함하면 소장 문화재 수는 2만점에 달한다. 전문 학예연구사들을 고용해 문화재 보존과 사료 연구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 불교의 역사는 1600년이 되며, 사찰들은 전국의 명승지 대부분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의 복잡한 도심에서 조금만 떨어져 있는 곳에도 사찰이 있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사람들이 꼽는 ‘템플스테이 8경’은 삼화사, 쌍계사, 백담사, 미황사, 반야사, 낙산사, 월정사, 금선사 등이다. 또한 계절별로는 봄에는 선암사와 쌍계사, 여름에는 대원사, 가을에는 내소사, 그리고 겨울에는 낙산사를 추천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구기동 소재 ‘금선사’에 가면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고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동해시 ‘삼화사’에서는 동해 여명을 배경으로 걷기를 하면서 명상을 할 수 있으며, 양양 ‘낙산사’에서는 사계절 어느 때나 동해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오대산 ‘월정사’는 전나무 숲의 기운이 뿜어 나오는 숲길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지리산 ‘쌍계사’는 스님과 따뜻한 녹차 한 잔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풍광이 있다. 설악산 ‘백담사’에는 눈 덮인 백담계곡 돌탑 위에 돌 얹기를, 그리고 충북 영동 ‘반야사’는 백두대간을 휘돌아온 계곡에서 돌탑 쌓기를 할 수 있다. 땅끝마을 ‘미황사’에서는 달마산 바위 위에 앉아 좌선하는 맛을 볼 수 있다.

계절별로는 봄에 선암사에 가면 봄철 동백꽃, 하동 쌍계사는 벚꽃을 감상하면서 템플스테이를 즐길 수 있다. 여름철 산청 대원사에서는 명상 상담과 함께 약초를 활용한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내소사는 바다와 호수가 좌우에 펼쳐지는 능가산을 따라 트레킹을 즐기면서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다. 겨울철 낙산사는 동해 일출이 일품이다.

일반인들은 지나가는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해맞이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국 주요 사찰에 마련되어있는 템플스테이에 참여하여 산사에서 맑은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면서 해맞이 탑돌이, 소원등 만들기, 소망을 담은 풍선 날리기, 타종, 해맞이 사찰음식 만들어 먹기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템플스테이 가기 전에 읽어 두면 도움이 되는 도서로 해인사 승가대학장 원철 스님이 지은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불광출판사 刊)는 템플스테이뿐 아니라 불교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에세이집이다. 오대산 월정사 주지인 정념 스님이 지은 <행복한 불교 이야기>(담앤북스刊)는 법문과 오대산의 수려한 풍광사진, 그리고 오대산에 깃든 설화와 전설이 담겨있다. 미학박사인 명법 스님이 지은 <미술관에 간 붓다>(나무를 심는 사람들 刊)는 사찰에 상징적으로 배치된 불교미술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 사람은 사찰 내에서 기본예절을 지켜야 한다. 합장을 통해 인사하는 예절을 지키고, 조용하고 차분히 행동하여야 한다. 술, 고기, 담배, 애정행각 등은 금물이다. 공양(식사)을 할 때는 묵언을 하며 절대로 음식을 남기지 말고 자기가 먹을 만큼만 적당히 덜어서 먹으며, 자기 식판은 자기가 닦는다. 청소를 직접 함으로써 몸으로 하는 일이 기쁨이고 수행임을 깨닫게 된다.

종교는 사랑과 관용의 정신을 가르치지만, 전 세계에서 종교로 인하여 폭력과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종교사회임에도 다행히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종교계에서는 ‘타 종교’라는 말 대신 ‘이웃종교’라는 표현을 쓴다. 한국 7대 종단(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민족종교협의회) 지도자들은 함께 이웃 종교의 성지를 순례하고, 서로 간에 명절을 축하한다.

필자는 크리스천이지만 형님과 아우는 독실한 불자이며, 부모님 49재를 서울 조계사에서 모셨다. 기독교에서는 제사를 반대하고 있지만, 필자는 가족의 화목을 위하여 명절과 조상님 기일에는 유교식 제사를 형제들과 함께 모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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