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뿔났다 “오지 인터넷 무료서비스가 ‘망중립성 위반’이라고?”

미국 인도 통신업체 인터넷닷오그 계획 반대에 저커버그 “무료제공 타당”

[아시아엔=편집국] 저개발국 오지 주민들에게 인터넷 접속을 무료로 제공하기 위한 ‘인터넷닷오그’ 계획이 망중립성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고 <연합뉴스>가 19일 보도했다.

망중립성이란 통신업체가 서비스나 콘텐츠나 이용자에 대해 특혜나 차별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통신 규제정책의 원칙인데, 인터넷닷오그의 서비스에만 통신업체가 무료 접속을 제공하는 것은 이 원칙의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닷오그 계획을 주도하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가난한 사람들이 인터넷에 아예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핑계로 망중립성이라는 명분이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인도에서 인터넷닷오그 무료 서비스는 지난 2월 시행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빙 검색엔진, 위키피디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30여개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닷오그의 무료 서비스 제공은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스’라는 통신업체와 제휴해 이뤄졌다.

인도의 저소득층 주민 중 많은 수가 인터넷 접속에 필요한 요금을 부담할 수 없고, 이 때문에 특정 서비스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일부 인터넷 접속을 무료로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일부 서비스에 한정된 무료 통신요금제는 ‘제로 레이팅’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최근 클리어트립, NDTV 등 일부 업체들이 인터넷닷오그에서 탈퇴했다.

망중립성 원칙을 확고히 지지하는 인터넷 콘텐츠 기업이 망중립성 논란이 있는 제로 레이팅 방식에 기반한 계획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이 내세운 이유였다.

저커버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인터넷닷오그 계획의 진행 상황을 설명하면서 “우리는 이미 상당한 진전을 이뤘으며, 9개국에 사는 8억명이 인터넷닷오그를 통해 무료로 기본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인도네시아에 인도샛 망을 통해 (인터넷닷오그 무료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로 레이팅이 망중립성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보편적 접속’과 망중립성이라는 두 원칙은 공존할 수 있으며 또 공존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보다 많은 이들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부 서비스에 무료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유용하다”며 “만약 어떤 사람이 인터넷 접속을 위해 요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면, 아예 아무 서비스에 접속할 수 없는 것보다는 일부 서비스나마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언제나 더 낫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인도 등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들의 의견은 제로 레이팅이 망중립성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사실이라는 입장으로 기울고 있다. 일부 서비스는 되고 일부 서비스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선별적 대우를 하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망중립성’이라는 것이 그 자체로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없고 필요에 따라 제한되거나 유보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 경우 망중립성 원칙을 유보하고 인터넷 접속 자체가 사회·경제 여건상 불가능한 이들에게 일부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 해결책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망중립성이 ‘보편적 접속’ 등 다른 보편적 대원칙과 충돌하는 경우 망중립성이 반드시 우선한다고 단정하기도 무리다.

비영리 사업인 인터넷닷오그 계획의 제로 레이팅이 인도나 미국에서 망중립성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 나라들에서 벌어진 최근 상황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양국에서는 통신사업자들이 수익 추구를 위해 망중립성을 훼손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경고가 지난해부터 나왔고, 이 때문에 망중립성은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핫 워드’가 돼 있다.

인도에서는 작년 말 최대 통신사업자인 에어텔이 스카이프 등 인터넷전화에 대해 별도 과금을 추진하면서 망중립성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또 미국에서는 작년부터 일부 통신업체들이 병목 현상이 심한 일부 콘텐츠 사업자들의 서버에 ‘급행 차선’을 제공하는 것이 과연 합당하느냐를 놓고 사회적 논쟁이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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