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국경없는 과학’의 아름다운 얘기들

국경없는 과학 대학생으로 선발된 마테우스 페르난도(왼쪽)와 필자.
국경없는 과학 대학생으로 선발된 마테우스 페르난도(왼쪽)와 필자. <사진=정길화>

[아시아엔=정길화 MBC PD] 브라질 정부가 시행하는 ‘국경없는 과학’ 프로그램이 있다. 이 정책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1기 취임 이후 만들어진 인재 양성 계획이다. 악명 높은 ‘브라질 코스트(Brazil Cost)’와 교육 및 기술 수준의 낙후 상황은 브라질의 적폐다.
호세프 대통령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시급하다는 것을 인식했을 것이다. 2011년 발족한 ‘국경 없는 과학’ 프로그램은 말하자면 브라질의 엘리트 대학생들이 국경을 넘어 유학을 가서 과학기술을 배워 오게 하는 국비 유학생 프로그램이다.

이들의 연구 분야는 순수과학, 수학, 화학, 생물학, 공학, 과학기술, 보건 등이다. 그리고 유학을 가는 나라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호주, 캐나다, 스웨덴 등 구미 각국 등 21개국이다.

브라질 당국은 2014년까지 이공계 분야 우수 학생 10만1,000명을 세계 150위권 대학의 학부와 대학원 및 연구과정에 1년간씩 유학을 보내는 것을 추진한다. 그런데 이 쟁쟁한 나라의 대열에 한국도 들어가 있다. 기실 IT 강국 한국이 빠지면 섭섭할 일이다.

한국은 첫해부터 포함되었고 지금까지 430 여명의 브라질 대학생이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서울대, KAIST, 포항공대 등 한국 13개 대학에서 이들을 유치하였다. 브라질은 한국에서 멀고 상대적으로 구미 각국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방학 중 기업 인턴 제도를 시행해 유학생들의 관심과 만족도를 높였다. 가령 현대자동차가 150만불의 장학금 및 매 학기 60명의 브라질 유학생에게 인턴십을 제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POSCO, 현대로템, 삼성전자, SKC, 두산인프라코어, 하나마이크론 등이 방학 중 인턴십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한다.

필자는 특파원 시절 ‘국경없는 과학’ 선발 대학생을 상파울루 현지에서 취재한 적이 있다. 기계공학 전공 학생으로 KAIST에 선발되어 머나먼 한국 유학을 준비하던 그의 이름은 마테우스 페르난도.

그는 왜 한국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는지를 물어보는 질문에 “사실 한국은 잘 모른다. 마침 브라질에 자동차, 중공업 등 한국의 기업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고, 방송에서도 한국기업이 브라질에서 성장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그래서 코스를 마치면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답했다. 부디 그의 판단이 적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서강대 바이오 계면연구실에서 연구에 몰입한 끝에 자원이 부족한 저개발국가에서 3D 프린터를 활용해 제작할 수 있는 휴대용 정수기를 고안해 냈다. 그는 “캄보디아와 네팔, 인도, 방글라데시에서는 물의 비소 오염 정도가 심각하다”며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비소 흡착 특성도 있는 녹슨 못과 불순물 제거 기능이 있는 모래로 정수기 필터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한국일보 2014.2.13.)?특파원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이후, 브라질 귀국을 앞둔 마테우스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한국 유학생활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특히 글로벌 한국 기업에서의 인턴십에 대해서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사진=정길화>

그는 원래 케이,팝이 뭔지도 잘 몰랐는데 한국에 와서는 슈퍼 주니어와 소녀시대와 에일리의 팬이 되어 있었다. 자기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이즈음 세계 젊은이들의 공통언어인 케이 팝에 매료된 유학생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브라질로 돌아간 마테우스가 한국 유학의 경험을 살려 유망한 엔지니어가 되기를 바란다. 장차 브라질에 있는 유수한 한국기업에 입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경우는 ‘국경없는 과학’이 낳은 미담 사례가 될 만하다. 서강대에서 공부한 페드로 테이셰이라의 얘기다. 그는 유학 중 우연히 네팔에 여행을 갔다가 현지에서 수질 오염의 심각성을 목격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국경없는 과학’ 프로그램 이후 매 학기당 줄잡아 70 여명의 브라질 유학생이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브라질의 반세기 외교사에서 전례 없는 일이다. 이들은 한국을 알고 좋아하는 지한파 브라질레이루(Brasileiro)로서 한국/브라질 양국의 가교가 될 것이다.

즉 또다른 마테우스와 페드로는 계속해서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올 9월에는 지우마 정부의 2기 ‘국경없는 과학’이 다시 시행된다. 지구 반대편에서 오는 브라질 유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제도 등의 지원 정책이 잘 조성되어 이 프로그램이 한국에서 더욱 내실있게 운영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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