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혁의 조선삼국지] ‘페가서스 페타’호 명명식서 돌아본 조선산업
지난 달 말 ‘페가서스 페타’호 명명식이 있었다. 필자는 그날 축사를 하는 영광을 가졌었다. 스폰서는 영어로 ‘God Mother’라고도 한다. 일본 제일의 해운 브로커인 시게루 마츠이는 “선박 브로커는 카게무샤와 같다”고 했다. 사무라이의 그림자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즉 쇼는 사무라이인 선주와 조선소가 하는 것이고, 브로커는 조용히 뒷전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세계 조선 해운 시장은 최악의 시기에 접어 들었다. 조선, 해운, 용선 시장의 숨막히는 악순환의 시점인 것이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역사상 가장 긴 호황의 시기를 거치며 조선산업은 세계적으로 큰 팽창을 이루었다. 엄청난 생산능력의 확대와 수요를 훨씬 웃도는 공급초과를 초래하였다. 2008년 이후 위축되었던 경기는 2013년 반짝 경기를 보였다. 선가도 약간 개선되었으나 그런 경기의 반전은 전통 해운업계에 의해 주도되었다기보다 오히려 투자자본에 의한 투기적 성향의 발주와 점점 열악해가는 해양산업이 이끌었다. 그것은 해운업계가 안고 있는 공급초과 현상을 부추겨 시장의 앞날을 더욱 불투명하게 하였다.
이러한 어려운 시점에서도 현대미포조선과 남성해운 등은 기본을 충실히 지키며 본분을 다해왔다. 본분을 다했다는 것은 이 시장을 건실하게 지켜냈다는 뜻이며 기본이라는 것은 미래가 불확실한 특수 프로젝트보다 산업의 근간이 되는 상선의 건조를 지켜냈다는 뜻이다. 묵묵히 기본을 지키며 세계 4위의 조선소 자리를 지켜낸 미포조선이 자랑스럽다.
스스로 그 어려움을 자각하지 않을지 몰라도 바깥에서 볼 때 현대미포 혼자 한국의 조선산업을 지켜냈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 모든 대형 조선들이 회피하거나 포기한 선종들을 묵묵히 지어내어 세계의 주요 선주들이 한국으로부터 떠나지 않게 했던 것이다. 이제 상황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제일 큰 문제는 선복 과잉 문제다. 선박에 의한 투기보다 화물수송에 집착하는 전통적 선주들은 선가의 고하간에, 신조선으로 화물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걱정하고 있다. 이제 기술력을 향상 시키는 것만으로는 어렵다.
중국은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국내 조선소들의 생존을 돕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자국선주는 자국 내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것으로 맹목적 협조관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국가재정의 지원으로 부도에서 벗어난 해운회사가 맨 먼저 하는 일이 중국에 가서 배지어 오는 일이다. 우리는 어디서고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 원가 절감을 위해서는 정부, 조선소 노사가 모두 머리를 맞대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어떻게든 한푼이라도 원가를 절감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내일부터가 아니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다.
이 ‘성스러운’ 산업을 지키기 위해 너무나 고통스런 시절을 지나고 있는 분을 보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까지 이어져온 남성해운과 현대미포의 아름다운 유대관계가 후대에도 지속되는 것은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