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프란치스코 교황 ‘노란 리본’ 달다

대전 ‘성모승천’ 미사 직전 세월호 유가족 만나 위로
“국가적 대재앙으로 책임과 연대성 확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준 노란색 리본을 달고 대전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했다.

또 교황은 미사 직전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을 10여 분간 만나 위로했다고 교황을 면담한 세월호 유가족 측이 전했다.

세월호 대책위원회 김병권 위원장은 이날 미사 뒤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생존 학생 36명이 오늘 미사에 참석했고 이 중 10명이 교황님을 기다리고 있다가 미사 직전 제의실(祭衣室)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이 치유되도록 특별법 제정에 정부와 의회가 나설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씀드렸고 단식 중인 세월호 희생 학생의 아버지를 광화문 미사 때 안아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없이 고개를 끄떡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산에서 대전까지 900㎞가량 십자가를 메고 걸어온 희생자 아버지 김학일 씨도 “제의실에 300명의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십자가와 함께 있다. 억울하게 죽은 영혼과 함께 미사를 집전해 달라”고 교황에게 부탁했다.

그러자 “‘교황이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김씨는 전했다.

또 김씨가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면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자 교황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기억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가족 측은 교황에게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유가족의 사진이 든 앨범과 함께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해 달라고 부탁하는 영문 편지를 전달했다.

유가족과 함께 교황을 면담한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2명도 영어와 스페인어로 쓴 편지를 전했다.

유가족은 특히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 달라는 뜻에서 교황에게 노란 리본을 선물했다.

교황은 면담 이후 진행된 미사에 유가족이 준 노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고 나왔다.

교황은 이날 미사 삼종기도에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 이 국가적인 대재앙의 결과로 지금도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합시다”면서 “모든 한국인을 고통받게 한 비극적인 이 사건이 공동선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모든 이들의 책임과 연대성을 확인시켜 주었기를 기원합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미사’ 강론에서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고귀한 전통을 물려받은 한국 천주교인으로서 여러분은 그 유산의 가치를 드높이고 이를 미래 세대에 물려주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새롭게 회개하고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외적으로는 부유해도 내적으로 쓰라린 고통과 허무를 겪는 그런 사회 속에서 암처럼 자라나는 절망이 얼마나 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느냐”며 “ 젊은이들이 기쁨과 확신을 찾고 결코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이어 “참된 자유는 아버지의 뜻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있다”면서 “그리스도인의 자유가 단순히 죄에서 벗어나는 일보다 더 크고 그것은 영적으로 세상의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길을 열어 주는 자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