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군 사법체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독일에서는 군사법원을 별도로 두지 않고 군사재판도 민간법원에서 한다. 군인은 ‘군복을 입은 시민’이라는 이념을 투철히 반영한 것이다. 우리도 군인이라는 ‘신분의 특수성’이 과연 절대적인가를 성찰해볼 때가 되었다. 더불어 군사법원을 구성하는 법무관들의 수준에 대해서도 냉정히 살펴보아야 한다.
예편 직전 군사법원의 재판장을 하게 되었다. 피고인이 장군-준장(准將)-인 사건이었으므로 장관이 특별히 신경 써서 국방부에서 오래 근무한 소장을 재판장에 지명한 것으로 생각하고 막중한 사명감으로 이에 임하였다. 모두(冒頭)에 배석판사들에게 “법률적 검토는 여러분이 하되, 나는 여러분보다는 많은 군 경험으로 종합적 차원에서 판단하겠다. 단, 나도 사관학교에서 배운 법학개론에 나오는 ‘Better ten guilty escape than one innocent suffer’ 는 법언(法諺) 정도는 분명히 알고 있으니 이에 충실한 자세로 재판을 진행할 것이다”고 다짐하였다. 이 재판장의 경험은 군 사법체계의 실태를 보게 된 귀중한 기회였다. 결과는? 한마디로 큰 실망이었다.
우선 군 검찰과 변호사가 주고받는 공방이 너무도 어설펐다. 미국 법대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그린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나 실제 민간에서 진행되는 재판인‘people’s court’ 또는 엄격한 군사재판을 그린 ‘A few good men’ 등에서 보았던 검사와 변호사의 치열한 법리와 논리의 공방 정도는 아니더라도 군 법무관들 수준이 낮은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놀랍게도 법원 서기는 재판과정을 세밀히 기록하지 않고 진행의 개략만을 기술하는 데 그쳤다. 국회에서 오고가는 발언은 모두 속기록에 기록하는 것을 보아온 경험에서 이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배석판사들의 재판진행 건의도 실망스러웠다. 두 번째 공판이 끝나자 배석판사가 “이제 그만 결심(結審)하시죠”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아직 이쪽 저쪽 이야기도 충분히 들어보지도 안않는데?’ 나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재판을 두 번 더 열어 검찰과 변호사가 충분히 공방토록 기회를 준 후 결심하였다. 결론은 정황으로 보아 유죄의 심증은 가는데 확증은 없으니 집행을 유예하는 것으로 하여 현장에서 피고이던 준장을 석방하였다. 그 변호사는 1억5천만원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변호사의 논리가 재판부를 설득한 것은 거의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 어이가 없었다. 법무관 출신이라는 그에게서도 실망을 느낀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결론은 군사법체계의 현황에 대한 크나큰 실망이었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법무관들은 군 경험은 물론 법률가로서 자질도 제한되어 있었다. 이들에게는 탈영 등 단순한 사건을 맡기는 것은 모르지만 복잡한 형사사건을 맡기기에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군 사법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여, 전시와 평시로 구분하되, 평시에는 1심법원에 군 형사부를 두고, 2심도 (고등군사법원이 아니라) 고등법원에서 다루게끔 하는 방안도 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제안한다. 감경권의 행사는 대통령의 사면권과 같은 차원에서 (전시에 한해서) 지휘관에 부여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군 사법 개혁을 위해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도 참여하는 토론을 벌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