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軍의 자정능력 너무 걱정하지 말라
상식과 논리
최근 일련의 불행한 사건을 계기로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개혁 움직임이 시동되고 있다. 이런 때 이 문제를 연금개혁과 연계시킨다는 것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연금개혁에 대해서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는 것은 이해가 간다. 튼튼한 국방을 뒷받침하는 것은 국가경제의 활성화, 재정의 건전성이라는 대명제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논의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상식과 논리에 기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군인은 현역 중 개인이 부담하는 기여금을 낸다. 그러나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에서는 개인의 부담-기여금-이 없다. 미국에서는 이 부분은 수당으로 국방예산에 편성되어 있는데 거의 10% 정도가 된다. 군인연금 적자를 정부에서 보전하는 것은 미국에서 국방예산으로 편성된 것과 같은 성격으로 보면 되며, 또 다른 부담을 재정에 지우는 것이 아니다.
군인연금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담보하는 군인이라는 직업의 특수성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공무원연금, 교원연금과는 그 성격이 원천적으로 다르다. 군인연금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국가 재정에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1960년대 중반에야 생겼다. 그전의 군인들은 각자가 알아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30대에 장군이 되어 일찍 예편한 군인들은 20년을 복무해야 되는 군인연금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20년생인 백선엽 대장은 1946년에 임관하여 1955년에 대장으로 예편했다.) 박 대통령이 군인들에게 국영기업체 자리를 배려했던 것은 이들을 위한 통수권 차원의 배려였다.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하여 군의 자정능력에 대한 우려가 많다. 그와 함께 군사법원에 대한 근원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군사법원을 굳이 평시에 설치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다. 군사법원은 전시라는 상황의 특수성과 함께 군인이라는 신분의 특수성 때문에 설치하는 것이다. 현재 법무관들은 사법시험에 갓 합격한 중·대위들로서 법관으로서는 새내기이며 군의 특수성을 이해하기에 한계가 있다. 민간법원에서도 시보와 배석판사, 단독판사 등의 단계를 거치며, 검사도 민완 특수부 검사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재판장을 군법무관이 아닌 장성 등 고급장교를 임명하는 것은 법무사의 법률적 판단과 군의 특수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군사법원 재판장을 해본 사람으로서 술회하건대, 재판장은 법무관의 의견을 가급적 수용하며 재판부의 합의를 위하여 노력하는 공정한 사회자로서 역할에 치중하지 무리하게 독단적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사단장 등 관할관이 군사법원 판결에 대하여 감경권을 남용한다고 보는 것도 대부분 기우다. 관할관의 감경권은 대통령의 사면권과 같은 유래를 가진 것이다. 국기를 흔든 이석기가 사면 복권되는 것과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특히 특별사면), 군사법원 관할관의 감경권 행사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이보다 훨씬 적다. 아니 근래에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논의와 검토는 확실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잘못된 전제와 오도된 사실로 구성된 독단을 여론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안 된다. 건전한 상식과 논리가 정상국가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