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모든 삶은 사라졌다”
하루 조회수 3천명 이상 블로그 등록 의무화
러시아 정부가 1일부터 유명 블로그의 등록을 의무화하는 ‘블로그법’을 시행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타르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발효한 블로그법은 하루 3천명 이상의 조회수를 가진 블로그운영자(블로거)는 정부 산하 ‘통신·정보기술·매스컴감독청’에 자신의 블로그를 반드시 등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등록된 블로그운영자는 홈페이지에 자신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한편 자신이 올리는 자료가 범죄목적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허위 정보를 게재하거나 국가기밀을 누설하지 않으며 타인의 사생활이나 명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자신이 올리는 글에서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해서도 안된다.
감독청은 해당 블로그에 대한 정보를 블로거 본인이나 블로그가 개설된 SNS 사업자 등을 통해 요구할 수 있다. 이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정보 공개를 거부할 경우 개인은 최대 3만루블(약 90만원), 법인은 최대 30만 루블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SNS 사업자는 또 6개월 동안 블로그 자료들을 보관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감독청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개인은 최대 5천루블, 법인은 최대 50만루블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 같은 블로그법은 지난 5월 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최종 서명한 대(對)테러법의 일환이다.
통신·정보기술·매스컴감독청 알렉산드르 좌로프 청장은 “법률 시행을 통해 블로거와 독자들의 소통 수준이 높아지고 블로그에서 욕설과 검증되지 않은 정보, 중상비방 등이 줄어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청장 막심 크센조프는 블로거 면담에서 “법률이 누군가를 겁주거나 감옥에 보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라이프 저널 등을 통해 예전처럼 자유롭고 편하게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지만 문화적 전통을 훼손하지 말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네티즌들과 블로거들은 정부가 이미 통제하고 있는 기존 언론매체를 넘어 정부에 비판적인 인터넷과 SNS에까지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유명 블로거인 미디어 기업인 안톤 노식은 ‘8월1일 이후에 러시아에 삶은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신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 29조가 보장하고 있다”며 “블로그 목록을 작성하려는 정부의 헛수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유명 블로거 일리야 바클라모프는 “블로그법을 만들 어떤 필요도 없다”면서 “법을 만든 유일한 이유는 인터넷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며 법률이 정치적 검열에 이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