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아시아 끌어들이기 경쟁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 제재 수위를 한층 높인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 압박의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의 협조를 필요로 하고 있고, 서방의 제재 확대로 진퇴양난의 어려움에 부닥친 러시아는 돌파구로서 아시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아시아 주요 국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주 중국과 한국, 싱가포르 등에 국무부 고위급 관계자를 파견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를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오는 31일부터 이틀 동안 일본도 방문해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미 국무부의 고위급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주요 금융·상업 거점이 모여 있는 이들 국가가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압박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對) 러시아 정책에 가장 먼저 보조를 맞춘 아시아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8일 러시아의 크림 병합 또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정세 불안에 직접 관여했다고 판단되는 개인과 단체에 대해 일본 내에 있는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방의 추가 제재로 달러와 유로 등 돈줄이 막힌 러시아는 자금 조달 창구로 중국 등 아시아를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 국영은행인 VEB의 블라디미르 드미트리예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자금 마련을 위해 위안화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전했다.
또 다른 러시아 은행 VTB는 “여러 지역의 통화로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정부 지분율이 50%가 넘는 VTB는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대해 “정치적인 동기에 기인한 것이며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은행 및 금융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제재 대상에 포함된 러시아 은행들이 아시아 시장에 의지하게 될 것이며 그 대상은 특히 중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지난 29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대한 금융, 방위, 에너지 분야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
EU는 러시아 정부가 주식의 50% 이상을 보유한 은행이 유럽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을 팔지 못하도록 결정했으며 미국은 VTB 등 러시아 은행 3곳에 대한 미국인의 신규 금융거래를 중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