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의 착한부자] 왜 착한 부자의 시대인가?

이상현 기자의 '착한부자'

<착한 부자>의 시대를 맞으며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한국사회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합니다. 국민의 안전보다 돈에 얽힌 관료사회의 난맥, 모든 사안이 좌우 이념과 정쟁의 소재로서만 활용되는 진영논리의 시대임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입니다. 본지 이상현 기자가 최근 <착한 부자>란 제목의 책을 냈습니다. 이 기자는 “착한 부자가 새로운 시대정신”이라고 호언합니다. 50가지 세금이야기를 곁들여 풀어가는 이런 화두들이 ‘세월호 참사’로 절망에 빠진 한국인들에게 뚜렷한 방향을 제시해주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왜 착한 부자의 시대인가?

저는 요즘 제 자녀들에게 “부자가 되라”고 좀처럼 말 못하겠습니다. 현실의 부자와 이론적인 부자를 견줘 아이 눈높이에 맞게 ‘부자 됨’의 타당성을 설명하기가 영 어렵네요.

한국에서 현실의 부자들 상당수가 ‘탐욕의 화신’들이라서 그런 걸까요. 자기 이익을 위해 반드시 남의 손해를 수반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부자의 꿈’을 앗아간 것 같습니다.

학벌과 외모지상주의가 공존하는 거리의 변화는 ‘눝(LTE)’ 같이 빠릅니다. ‘나쁜 부자’를 숨겨준 꼰대 느낌 나는 보수, 제대로 공부 안 하고 막말이 앞서는 무책임한 진보가 ‘묻지 마’라며 팽팽한 진영을 이룹니다. 판단하기 꺼려하고, ‘내 의견’과 ‘우리 의견’이 잘 구분되지 않는 세태죠.

애들 학교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그렇다고 내 아이에게 “눈 질끈 감고 돈부터 벌고 보자”고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어릴 적 우리 부모님들께서도 한숨 쉴 일 많았죠. 개발독재 시대, 민주화 이전의 시절을 사셨던 분들입니다. 저임금에 장시간노동, 그 고달픔을 두꺼비 소주 몇 잔으로 달래면서, 어른 손바닥 크기의 수제비 끓여 자식들 먹여 키웠습니다. 소 팔아 대학도 보내고, 장터에 수북한 찐빵 한 번 양껏 못 드셨던 부모님들입니다. 이분들인들 분노가 없었겠습니까. 그저 자식들 앞이니까 숨기고, 숨죽이고, 삭인 게지요.

그런데 우리 세대는 민주화 된 한국에서 청장년 이후를 살아와서 그런지 불편한 소회를 좀처럼 감추지 못합니다. 화내면 건강에 해로운 줄 알면서도. 애들 듣는데 욕도 절제가 잘 안되고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부실계열사에 대한 지분증여, 조세피난처에서 종이회사 만들어 가공거래, 계열사 편법 상호지급보증, 증손자녀가 최대주주인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 골목 빵집과 구멍가게에 죄다 대기업 로고박기 등등 수법도 다양합니다.

세탁소 김씨의 매출이 정육점 박씨의 소득이 되고 둘의 매출이 다시 백반집 최씨와 당구장 송씨, 미장원 서씨의 마진에 기여하던 시절이 있었죠. 일주일에 한번은 다방, 한 달에 한번은 내기 당구 끝에 칸막이 이마담네 술집 매출도 한 번씩 올려주고 그랬던 시절이었는데. 그렇게 돈이 돌고, 자주는 아니더라도 왁자지껄 하고, 오기도 한 번씩 부리고 그랬는데.

이제 이 사람들 죄다 문 닫을 날만 기다립니다. 법원도 국회도 행정부, 동반성장위원회도 ‘모르쇠’요, 어쩔 수 없답니다. 재벌가 서방님이 담배소매인 자격까지 수백 개씩이나 사 모았다죠. 이 대목에서 터져 나오는 욕을 참는 것은 참으로, 진심으로 어렵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지속가능경영(Sustainable Management), 사회책임투자(SRI) 등의 용어에 솔직히 귀가 잠시 솔깃했던 적도 있죠. 혹여 이런 것 하시는 분들이 튼 둥지에서 ‘정의(正義)’가 싹 틀까 기대도 했고요. 그런데 쉽지 않더군요. 회계감사인이 수임료를 피감기업으로부터 받는 한국의 주식회사 외부감사제도처럼, 여기서도 답 나올 수 없는 구조더군요. 먹고 살기 힘드니 죄다 기업 홍보대행사 자처합니다.

그래서 ‘착한 부자’ 운동을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건물주’가 아니라 ‘기업가’라고 또박또박 자신의 장래희망을 밝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부자(富者)를 ‘개새끼’가 아니라 ‘존경받는 어른’들로 여기는 사회로 만들고 싶습니다. ‘착한 부자’가 시대정신인 시대를 여러분과 함께 이끌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스탈린과 루즈벨트처럼 진영논리로 한 몫 잡은 권력자들 행세를 할 뜻이 없다면, 진보와 보수도 벗어 버립시다. ‘왜’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정의롭지 못한 이유를 찾아 성공할 때까지 고쳐봅시다.

‘나쁜 부자’만 감싸는 ‘나쁜 나라’는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지구촌 시대’입니다. 북한만 믿고 혁명, 전쟁 준비하는 분들이 있다고 하던데 이런 식의 비장함은 구시대적입니다. 하물며 이분들이 추종하는 북한 통치자들도 비웃습니다. 한국에 세금 낼 동안 한국의 납세자로서, 유권자로서 당당히 요구해야 합니다. “더 저렴한 생활비로 쾌적한 생활환경 보장해주겠다면서 우리에게 손짓하는 나라들 많다”고 국가에 어깃장을 놓읍시다. 한국 사람들 부지런하고 눈치 빠르니까 빨리 변화와 혁신할 것입니다.

‘나쁜 부자’들 몰아내고 ‘착한 부자’들 세상 만드는 겁니다. 실정법이 부실하면 자연법사상의 정신과 방법으로 위헌제소도 하고 입법운동도 합시다. 그렇게 정의가 물결처럼 흐르는 대한민국 한번 만들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