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균의 계축일기] “8월 우리집 닭 세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희조선닭이 알을 품고 있다. <사진 허정균>

8월 들어 우리집 닭 세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래와 같다. 

2일 (화) 망명청계 포란

지난 5월 19일 윗집 닭장에서 핍박을 견디지 못해 등이 흉하게 벗어진 채 우리 닭장으로 망명해온 청계가 알 낳으러 들어가더니 나오질 않는다. 저와 지 동료들이 낳은 알을 품고 있는 것이다. 동료들이 낳은 알 5개를 더 넣어주었다. 4계사는 외래종(비 조선닭) 계사로 등치가 크고 색이 화려한 수탉 1마리, 검은 암탉 2마리, 플리머드록 암탉 1마리, 망명청계 1마리가 사는데 암탉 4마리가 하루 알 3~4개씩 꾸준히 낳았다. 그 가운데 망명청계가 정착을 하자마자 거의 매일 알을 낳다가 가장 먼저 품기 시작한 것이다.

알 품고 있는 망명청계 <사진 허정균>


5일 (금) 병아리 전용 계사 완공

망명청계가 알을 잘 품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머지 닭들을 다른 계사로 옮겨야 한다. 8월 10일이면 1계사에서 혼자 알을 품고 있는 흰조선닭 알들이 부화를 한다. 이 닭이 품고 있는 알은 지가 낳은 알 1개와 동료 조선닭이 낳은 알 1개, 여기에 4계사 외래종 닭들이 낳은 알 5개 합해 모두 7개이다. 부화를 하면 이들을 모두 별도의 계사로 옮기고, 4계사의 외래종들을 1계사로 옮기면 된다. 그러려면 계사를 하나 더 지어야 한다. 8월 10일에 깨어날 병아리들을 수용할 닭장을 뒤죽박죽 창고 한 켠을 정리해 완공을 보았다. 닭망을 빠져나와 못들어가고 행방불명 된 병아리들이 올해 들어서도 8마리, 병아리들이 못빠져나가도록 하단에 모기장을 둘렀다. 이 닭장은 갓 깨어난 병아리들이 중닭이 될 때까지 지내게 될 것이다. 육아실이라고 할까.

암수 동거동락 <사진 허정균>


11일 (목) 병아리들 새집 입주

1계사에서 병아리 6마리가 깨어났다. 하나는 알이 둥지 밖으로 굴러나온 것을 낙차가 커서 어미가 끌어올리지 못해 실패했다. 알을 품는 닭을 혼자만 있도록 해줌으로써 거의 100% 성공을 본 것이다. 2일부터 망명청계가 알을 품는 동안 별도의 알 둥지를 만들어 주었으나 그곳에는 알을 낳지 앟았다. 닭들은 지가 낳는 곳에서만 낳는다. 조선닭은 알을 품고 있는 동료 옆으로 비집고 들어가 알을 낳는데 외래종 닭들은 알을 아예 참고 있다. 덕분에 망명 청계는 알을 잘 품고 있다. 마침내 1계사의 어미닭과 병아리를 새로 지은 계사를 옮기고 첫 모이 중국산 기장을 주었다.1계사와 4계사를 잇는 통로를 개방한 다음 멸치 대가리 다듬은 것으로 닭들을 유인해 1계사로 몰아넣었다. 평화를 유지하며 닭 세계의 새 질서를 수립했다

박 속은 닭의 간식이 되기도 한다. <사진 허정균>


13일 (토) 소설이 박속을 먹다

벌레가 입을 댄 조롱박들은 그 흉터가 남아 있는데 여러 개를 솎아냈다. 박속을 닭들이 먹을까? 고 임석재 교수는 해방 전부터 전국을 돌며 민중들 사이에서 전해오는 이야기를 채록해 1991년 평민사에서 <한국의 구전설화> 열두 권을 남겼다. 다음은 이 책 7권(전라북도편1)에 나오는 ‘나뭇꾼과 선녀’의 이야기다.

임석재 민속학자의 전 12권 <한국구전설화>

옛적의 어떤 총각이 산에 가서 나무를 허고 있니랑께 노루 한 마리가 숨이 차각고 뛰어오더니 총각이 히논 나뭇단 속으로 쑥 들어가서 몸을 감추었다. 조금 있으니 포수가 뛰어오더니 총각보고 노루 가는 것 못봤냐고 물어서 총각은 저어리 뛰어가더라고 힛다. 포수는 총각이 갈쳐준 디로 갔다. 포수가 저어리 가서 안보이게 될만헝께, 노루가 나뭇단 속에서 나와서 총각보고 저를 살려주어서 고맙다고 인사허고, 내가 그 은공 갚기 위히서 장개가게 히줄팅께 나를 따러오라고 힛다.

그리서 따러강게 노루는 산등성이 하나 넘어각고 저어쪽에 보이는 둠벙을 가르침서 “저 둠벙에는 하늘서 선녀가 셋이 내려와서 멕을 감으니께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가 그중 제일 막내 선녀 옷을 훔쳐두라. 옷이 없으면 하늘로 못올라강게 그때 나가서 같이 살자고 히서 각시를 삼으라”고 일러줌서 애기 셋 날 때까지는 그 옷을 절대로 내주지 말라고 하고서 가버렸다.

총각이 노루가 갈쳐준 둠벙을 보고 있니랑게 하늘서 선녀가 셋이 내려와서 옷을 벗어놓고 둠벙에 들어가서 멕을 감고 있었다. 총각은 가만가만 가서 제일 어린 선녀으 옷을 훔쳐서 숨어있었는디 선녀들은 멕을 다 감고 옷을 입고 하늘로 올라갔다. 그런디 제일 작은 선녀는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울고 있었다. 총각은 선녀한티 가서 하늘에 못올라강게 나랑 여그서 살자고 힛다. 선녀는 헐 수 없이 총각허고 살기로 힛다.

총각은 선녀를 각시로 삼어각고 살면서 애기를 둘이나 났다. 애기를 둘이나 났잉게 이제는 일없겠지 허고 선녀한티 선녀옷을 내주었다. 그랬더니 선녀는 애기를 하나씩 저드랑이다 찌고 하늘로 올라가버렸다.

총각은 각시랑 애기랑 잃어버려서 실퍼서 울고 있잉게 그전으 노루가 오더니, 내둥 애기 싯 날 때까지는 옷을 내주지 말랬넌디 둘 낳고 주어서 애기를 데릿고 하늘로 올라갔다 험서, 인제는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레와서 멕감지 않고 두룸박을 내려서 둠벙으 물을 질어올려서 멕을 감응께 선녀 두룸박이 내레오면 두룸박 물을 쏟아버리고 두룸박 안에 앉어있이면 하늘로 올라가서 선녀를 만날팅게 그리 히보라고 일러주었다.

총각은 노루가 일러준 말을 듣고 그 둠벙에 가서 지켜보고 있었더니 하늘서 두룸박이 내레와서 물을 질어올렸다. 세번째 내레온 두룸박 물을 쏟고 그 두룸박 안에 앉었더니 하늘로 끌어올려서 하늘로 올라가게 됐다. 총각으 아그들이 보더니만 아부지가 왔다고 소리치며 저그 어매한티 가서 아부지가 왔다고 헝께 여그가 어디라고 너그 아부지가 와야 험서 나와보고, 저그 서방이 와 있잉게 반가히 맞어서 들어앉혔다.

이렇게 히서 총각은 선녀와 애기들과 같이 지내는디 쟁인과 장모와 처형들은 지상으 사람이 어찌 하늘에 와 살어야, 하늘서 살라면 그만헌 재주가 있어야 허는디 어디 그런 재주가 있는가 없는가 시험히보아야 허겄다 허고, 쟁인 장모는 내일 아침에 와서 우리한티 인사를 올려보라고 힛다. 선녀는 총각보고 아버지는 황계수탉이 돼각고 저 담모퉁이에 가있고, 어머니는 큰 구렝이가 돼각고 담장 우구가 누어있일팅게 거그 가서 인사를 허고, 왜 이런데 지십니까 허고 데릿고 방으로 들어가라고 일러주었다.

다음날 아침에 총각은 쟁인 장모한티로 아침인사 허로 가는디 담모통이에 황계수탉이 꼬그댁꼬그댁 허고 걸고 있어서 “아이고 장인, 어찌서 그런 모십을 허고 그런디 지십니까? 빨리 본 모십을 허시고 방으로 들어가 인사 받으시요” 허고 담장 우그 걸쳐있는 구렝이 보고 “아이고 장모님, 어쩌자고 그런 추한 모양을 허고 지십니까. 어서 본 모습을 허시고 방으로 들어가서 인사 받으시요” 힛다.

그랬더니 장인 장모는 원모십으로 돌아와서 그만 허면 하늘서 살만한 재주가 있다고 힛다. 그런디 처형들은 장인 장모가 둔갑한 것을 알어낸 재주가 있다고 그런 재주만 가지고는 하늘서 살 자격이 없다 허고 화살 시 대를 먼 디로 쏘아서 그것을 다 찾어가지고 올만헌 재주가 있어야 하늘서 살 수 있넌디 지상 사람이 그런 재주가 있는가 없는가 시험해보라고 아버지보고 말했다.

선녀 아버지도 딸들으 말이 그렇겄다 허고 총각보고 내가 화살 시 대 쏠테니 그 화살 촉을 찾아오라고 하고서 활을 쏘았다. 총각은 그 화살 촉을 어디 가서 찾어오겄어. 그래서 집이 와서 밥도 안먹고 드러누워 있잉게 선녀가 강아지 한 마리를 내줌서 강아지 가는 디로만 따러가먼 화살촉이 있일티니 그 화살촉을 가져오시요. 그런디 올적으 가슴에 짚이 품고 오지 꺼내보지 말라고 있렀다.

총각은 선녀가 준 강아지 가는 디로만 따러가서 장인이 쏜 화살촉 시 개를 다 줏어서 가슴에 품고 오는디 오다가 이 화살촉이 어턱게 생긴 것인가 허고 가슴에서 꺼내서 볼라고 허넌디 난디없이 깐치 한 마리가 날라오더니 깐치가 화살촉을 채가지고 날라갔다. 그렁께 까마구가 날러오더니 깐치헌티서 화살촉을 뺏어서 날라가는디 솔개미가 나타나서 까마구헌티서 활촉을 뺏어각고 공중 높이 떠서 어디론가 가버렸다.

총각은 장인이 쏜 화살촉을 가져오지 못히서 그만 풀이 죽어각고 누어서 심애에 빠졌다. 선녀가 와서 이것이 없어져서 그러지야 험서 화살촉 시 개를 내주었다. 총각은 깜짝 놀래서 이것이 어텋게 당신 당신 손에 와있는가 물응게, 선녀는 당신이 화살촉을 찾어각고 오면 하늘나라에서 살게 되는디 우리 성들이 그것을 못마땅히 여겨서 못살게 허니라고 큰 성이 깐치가 돼서 당신한티서 화살을 뺏어각고 도망칭게 작은 성이 까마구가 돼각고 성한티 뺒어각고 달어나길래 내가 솔개미가 돼서 작은 성한티 화살촉을 뺒어서 그리서 내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총각은 이말을 듣고 마누래 선녀를 고맙게 여기고 그 화살촉을 가지고 쟁인한티다 바쳤다. 그랫더니 쟁인은 니 재주가 비상하구나 험서 하늘서 살 만하다고 했다.

이렇게 히서 총각은 하늘서 살고 있는디 세월이 지나다봉게 지상으 고향 생각이 나서 한번 지상에 내레가보고 싶었다. 선녀보고 지상에 가보고 싶다고 헝께 가지 말라고 힛다. 그런디도 총각은 가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히서 선녀보고 지상에 꼭 가보고 싶다고 힛다. 그렁께 선녀는 정 그렇다면 가보라 험서 말 한 마리를 내줌서 이것을 타고 지상에 내레가되 이 말에서 절대로 내레서 땅을 밟지 말고 또 지상에서 음석을 먹지 말라고 일러주었다.

총각은 그 말을 타고 순식간에 지상에 내레와서 그 전에 살던 데를 여그저그 돌아댕김서 봤다. 그 때는 가을철이 돼서 집집마다 박을 해서 박속으로 국을 끓여먹고 있는디 한 집이 강게 박속국을 먹으라고 한 사발 주었다. 총각은 그 박속국을 받어각고 먹을라고 허는디 박속국 그럭을 그만 엎질렀더니 그 뜨거운 국물이 말으 등에가 쏟아징게 말이 놀래서 훌떡 뛰었다. 그 바람에 총각은 땅에 떨어져 땅을 밟게 됭게 말은 그만 하늘로 올라가버렸다. 총각은 하늘로 가지 못하게 돼서 하늘에다 대고 “꼬끼요 박속으르르르”하고 소리를 질렀는디 그 순간 장닭이 됐다. 총각은 박속국 먹다가 하늘에 못오르게 돼서 그것이 한이 돼서 장닥이 돼서 “꼬끼요 박속으르르르” 박속국 땜이 하늘 못올라간다고 한탄하는 소리를 지른다고 헌다.< 1969년 8월 5일 장수군 장수면 선창리 배윤세(58세) 구술>

이런 이야기가 전해오는데 나뭇꾼이 변신한 수탉은 박 속을 잘 먹는다.

임석재 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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