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환 명창 ‘중고제 소리 강습’ 8월까지 서천 미곡창고
영화 <서편제> 탓인지 많은 사람들이 판소리의 발상지를 전라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편제, 동편제 이전에 경기 충청 지역의 고제-중고제(古制-中古制)가 있었습니다.
이동백, 김창룡, 김창환, 정정렬, 송만갑은 근대 5명창으로 불리는데 이들 중 이동백과 김창룡은 중고제 소리를 했고 김창환과 정정렬은 서편제, 송만갑은 동편제 소리입니다.
시간적으로 볼 때 판소리는 고제-중고제-동편제.서편제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명창 정광수(丁珖秀, 1909∼2003)는 본래 동편제 소리를 했는데 동편제 ‘적벽가’에는 삼고초려 대목이 없습니다. 그러나 중고제의 ‘적벽가’는 삼고초려 대목부터 시작합니다. 삼고초려 대목이 없는 동편제 적벽가를 ‘민적벽가’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정광수는 1930년대에 중고제 판소리의 이동백을 찾아가 그로부터 적벽가를 배웠습니다. 그의 연세 90이 넘었을 때 한 소리꾼이 이동백의 중고제 적벽가를 배우러 정광수를 찾아갔습니다.
“철지난 소리라 못풀어먹어” 하면서 거절했으나 4번째 찾아갔을 때 허락을 받고 돌아가실 때까지 5년 동안 모시며 중고제 적벽가를 배웠습니다. 그가 바로 박성환 명창입니다. 이동백 명창의 손제자인 셈입니다.
그가 5월 4일부터 서천 장항의 미곡창고(서천군문화예술창작공간)에서 서천군에서 마련한 중고제 소리 강습을 시작했습니다. 8월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열립니다.
오늘 취재차 함께 했는데 단가 ‘백발가’ 일부를 배웠습니다. 앞으로 두세번 참석해야 다 배울 것 같습니다. 이어서 그 유명한 ‘사철가’를 배울 예정입니다.
옛날에 명창을 찾아가 소리를 사사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박동진 명창은 서천군 판교에 낙향해 있던 김창진(김창룡의 동생) 명창을 찾아 서천군 연안 섬 띠섬으로 들어가 수개월 동안 봉양하며 심청가를 배웠다 합니다.
그러나 저는 서천 군민들과 함께 대명창으로부터 ‘백발가’를 사사받게 되었습니다. 옛날 소리를 배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소리는 전통음식문화에서 ‘된장’과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전통문화를 잇는 일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