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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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노년의 수행처

    류영모 선생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사업을 접고 북한산 자락에 집을 마련해 그곳에서 경전을 읽는 생활을 했다. 그는 매일의 명상을 일지 형식으로 적었다. 그게 책으로 나온 것이 <다석일지>다. 그는 매일 명상을 글로 쓰는 것이 기도라고 했다. 가을 계곡물 같이 맑은 그의 노년의 삶이 신선한 느낌으로 내게 다가 왔다. 천안의 풍산공원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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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나는 이런 사람이 좋더라”

    밤중의 실버타운은 적막하다. 창은 농도 짙은 어둠에 물들어 검은 거울이 된다. 거기에 내 모습이 비치고 있다. 책상 앞에 놓인 시계의 초침 소리가 시간의 벽을 두드리고 있다. 내가 나에게로 돌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갑자기 요란한 스마트폰 벨소리가 고요를 흔들어 놓는다. 액정화면에 고등학교 시절 은사의 이름이 떴다. “나야 바로 밑에 와 있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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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함경도 보따리장사 할아버지의 추억

    50년 된 무덤을 열었다. 할아버지의 뼈 조각들이 흙속에 묻혀 있었다. 다리뼈와 발뼈를 찾았다. 평생 길을 걷던 할아버지를 받쳐 주던 중심축이었다. 갈비뼈와 머리뼈를 찾아가지고 상자에 담았다. 나는 그 상자를 차의 뒷좌석에 싣고 할아버지에게 그동안 변화된 서울의 모습을 구경시켜 드렸다. 할아버지의 혼령이 차창 밖의 번쩍이는 고층빌딩들을 보면서 놀라는 것 같은 환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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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노후 생활 ‘명품’으로 만들려면

    중학교 3학년인 손녀는 빈 시간이 거의 없다. 내가 보고 싶어 하니까 손녀는 학원 근처의 치킨집에서 만나자고 했다. 치킨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에도 손녀는 손에 수첩을 들고 거기 적힌 영어단어들을 외우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의 중학시절이 겹쳐진다. 내가 영어를 공부하고 있으면 할아버지가 다가와 따뜻한 눈길로 말했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말거라. 일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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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실버타운 노인들의 수다..’어떻게 죽을까?’

    2년째 되니까 깨끗한 천국 같은 실버타운의 은밀한 속살이 보인다. 어떤 노인은 “실버타운은 저승을 가는 대합실”이라고 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다른 세상으로 가는 노인들의 모습들을 종종 봤다. “노년에 남은 게 시간밖에 없다”고 말하던 할머니가 컴퓨터 포커게임으로 시간을 죽이다가 그 옆 바닥에 쓰러져 저세상으로 갔다. 노부부가 저녁을 맛있게 먹고 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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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재벌 회장은 행복할까

    대한민국 최고 재벌의 회장을 20여년간 개인비서로 수행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총명하고 자물쇠를 채운 듯 입이 무거운 엘리트였다. 신중하고 빈틈이 없었다. 야망이나 욕심도 스스로 자제할 정도로 인내하는 능력을 가진 것 같았다. 그런 사람이니까 회장이 그를 수십년 측근에 두었을 것이다. 그를 만나는 자리에서 호기심에 물어보았다. “모셨던 회장님의 장점을 얘기해 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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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늙은 군인의 노래

    꿈결에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벨은 계속 울리고 있었다. 나는 꿈 속에서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산 옆에 암자같은 집들이 있고 그 안에서 염불을 하며 수행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꼭대기에 있는 염불암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어느 순간 잠이 깼다. 벽에 걸린 시계의 초록불빛이 열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렇게 늦잠을 잔 일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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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나는 위선자입니다”

    나이가 지긋한 사무장이 변호사실로 들어와 내게 말했다. “권투선수 출신이 나를 찾아와 두들겨 패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분노하면서 변호사님도 위선자라고 욕을 해요.” 나는 그가 왜 화를 내는지 일부는 이해할 것 같았다. 해고된 그가 내게 와서 복직하게 해달라고 소송을 의뢰했었다. 나는 그들의 억울함에 공감하고 법정투쟁을 해서 이겼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동정이 지나쳤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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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벌거벗고 약점을 드러내다

    그 일은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내 스스로 지옥에 빠져들어 허우적 거렸다. 왜 나라는 인간은 그랬을까. 군검사로 있을 때였다. 한 변호사를 볼 때마다 내 심사가 편치 않았다. 그가 잘난 척 하는 것 같아보였고 동시에 나는 무시당하는 느낌이었다. 한번은 그가 나와 같이 근무하는 법무장교들을 음식점으로 초청했다. 나는 거기 가지 않았다. 청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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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만년에 잘 살면 인생 성공한 거라오”

    노년을 혼자 방에서만 지내다가 요양원으로 옮겨 인생을 마감한 분이 있다. 목수이자 가죽세공 기술도 가지고 있던 그가 헛되이 살다 가는게 안타까웠다. 공대를 졸업하고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던 아는 사람이 어느 날 회사를 그만두고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에 그가 집을 나가 노숙자가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을지로 지하철역 입구에서 그를 보았다는 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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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저 길, 걷고 싶다

    쨍쨍 내려 쬐는 뜨거운 햇빛 아래서 얼굴이 하얗게 바랜 그 노인은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내고 있었다. 한 발을 내딛기 위해 입으로 “하나, 둘, 셋, 넷” 구령을 부르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하다 보면 발이 한 두걸음씩 떨어지곤 했다. 파킨슨병에 걸린 그의 얼굴에서는 섬뜩한 삶의 의지가 엿보였다.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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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

    요즈음은 이따금씩 세상을 힘겹게 건너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영상을 통해 본다. 새벽 1시반에 지하철역을 청소하는 60대쯤의 여성이 보인다. 플랫폼 벽 아래 의자 주위에 떨어진 쓰레기들을 빗자루로 쓸어내 쓰레받기에 담는다. 수세식 변기를 세제로 닦고 반들반들하게 윤을 낸다. 저런 여성들의 수고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악취 없고 깨끗한 지하철역이 되는구나를 알았다. 노조가 파업할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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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어머니의 기도 “아들아, ‘진국’으로 살아다오”

    틀어놓은 노트북의 화면 속에서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퇴직 여교수가 말을 하고 있었다. “고마움을 잊지 않는 사람, 힘들던 시절 도움을 받았던 사람을 기억하고 전화 한 통이라도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우리는 진국이라고 하죠.” 좋은사람과 나쁜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을 강의하는 것 같았다. ‘진국’이라는 단어가 물방울 같이 마음 수면에 떨어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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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안개와 함께 춤을

    납빛으로 가라앉은 드넓은 바다 저편에 화물선 한 척이 유유하게 떠 있다. 바닷가에는 이따금씩 짙은 안개가 흐른다.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났다. 옥계해변에 작은 단독 주택을 사서 그곳에 14년째 살고 있다고 했다. 홀로 고독을 견디며 그렇게 살기가 쉽지 않다. 그에게 호기심이 일어 바닷가 카페에서 잠시 얘기를 나누자고 했다. 그가 흔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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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한 승려의 떠나간 자리

    한 젊은 의사가 내게 카톡으로 메시지를 전해왔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한 스님의 죽음을 지켜 보았다는 것이다. 유명세 탓인지 권력가 부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한마디라도 들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젊은 의사는 그렇게 대단한 스님이 정작 중환자실에 있을 때는 아프다고 소리치고 간호사나 의사들을 못살게 굴고 삶에 애착을 가지다가 저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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