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칼럼니스트
  • 동아시아

    [엄상익의 시선] ‘이게 나다, DNA’ 주신 조상님 감사합니다

      자라면서 나는 위축 되고 주눅든 적이 많았다. 부자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른 별종의 인간 같았다. 어려서 공부하고 싶었던 어머니는 대학 나온 여자들만 보면 부러워하면서 움츠러들었다. 회사원인 아버지도 삶에 찌들어 있었다. 아버지는 어쩌면 밤에 마시는 소주잔에 눈물을 타서 마셨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상하게 뒤틀린 성격이 형성됐던 것 같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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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엄상익 칼럼] 평생 한우물 파신 선생님 존경합니다

    아침이었다. 아내가 갑자기 다가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여보 조선일보에 기사가 났는데 한우물 정수기 회사가 매출이 1조원이래. 물을 해외에도 수출하고 말이야. 준재벌급이래. 강 선생님이 성공하셨네. 그렇게 물에 미쳐 계시더니.” 고교 은사가 경영하는 회사였다. 선생님은 어느날부터 물에 미쳤다. 급기야 선생님은 사표를 내고 안암동 개천가의 허름한 작은 공간을 빌려 정수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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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최초보도] ‘박정희 살해’ 김재규에게 군검찰이 물었다. “당신이 정말 충신이었다면…”

    [아시아엔=엄상익 변호사,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먼 길을 좋은 손님이 찾아와 주었다. 젊은 시절 존경하던 선배 법무장교였다. 명문고와 서울법대를 나온 엘리트였다. 자기 생각이 분명한 그의 강직한 성격을 나는 좋아했다. 군검사였던 그는 그 시절 우연히 태풍의 핵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 시절 그가 있던 군사법정으로 나는 들어갔다. 1979년 12월 8일이었다.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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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엄상익 칼럼] 짧은 만남, 긴 여운

      30년 고교 선배로부터 들었던 말이 있었다. 월급쟁이였던 그는 약간의 돈만 있다면 좋은 사람들을 만나 밥을 사면서 그들의 철학을 들어보면 참 좋겠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좋은 사람들이란 우연히 만나거나 평범해도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존재들을 말하는 것 같았다. 외국을 보면 많은 돈을 내고 식사 한끼 같이 하면서 저명인사에게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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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엄상익의 시선] 공중 나는 새를 보라

    젊은 시절 한동안 아내가 “자본주의는 돈이 최고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 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화가 났다. 누군들 그걸 모를까.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카피가 유행하고 있었다. 책방에는 주식과 부동산 투자 관련 책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친구들을 보면 순간순간 주식시세를 살폈다. 땅을 보러 다니는 친구들도 많았다. 부자도 가난도 상속이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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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엄상익의 시선] 외로운 사람들

    25년 전쯤이다. 토론토에서 노바스코샤까지 아메리카를 횡단하는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 노인이 있었다. 그 당시 일흔다섯 살이라고 했으니까 지금은 백살이 넘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캐나다 시골동네의 예쁜 묘지 구석에서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얼굴에 검버섯이 가득하던 그 노인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일정때 간신히 보통학교에 다니던 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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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엄상익의 시선] 창살 없는 인생의 감옥에서 벗어나려면

    실버타운에서 여러 종류의 노인을 만났다. 왕년에 잘 살았고 경찰을 했고 뭘 했고 해서 싸우는 수가 있다. 과거 정권의 황태자로 군림했던 분이 있다. 80대가 넘은 지금까지 에너지가 왕성한 것 같다. 왕년의 경력을 과시하면서 자신의 동향을 주변 사람들의 단톡방에라도 올려야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 내남 없이 우리들은 과거라는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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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엄상익의 시선] 길고양이와 강아지 삼형제

    어둠이 짙은 산자락 굽은 길을 돌아서 실버타운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헤드라이트 불빛에 길고양이가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동시에 의연해 보이기도 한다. 어떤 고양이는 인간에게 귀여움을 받고 잘 먹고 잘 사는데 그 들고양이는 태어나서 혼자 세상의 시간과 공간을 견뎌내는 것이다. 한번은 가죽만 남은 바짝 마른 고양이를 봤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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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법 전문가 명함은 없어져도 될 듯”

    어려서 발레리나가 되고 싶던 남자아이가 노인이 되어 그 꿈에 도전하는 드라마가 있었다. 나도 중학교 시절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를 보면 부러웠다. 그 아이들은 2차원의 평면에 입체감이 나는 3차원의 산을 그렸다. 연필 선을 치면 꿈틀거리는 근육이 종이 위에 떠올랐다. 나는 머리속에 어떤 관념만 있을 뿐 묘사력이 빵점이었다. 어른이 되어 놀이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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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엄상익의 시선] 오래 전 친구가 생각날 때는…

    친구는 꼭 사람이어야만 할까. 개도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바다나 산을 친구로 하면 안 될까. 옛친구들이 점점 희미하게 사위어지는 걸 느끼면서 하는 요즈음 나의 생각이다. 허름한 차에 텐트를 싣고 혼자 떠돌아다니는 고교동기가 있다. 바닷가나 강가에 작은 텐트를 치고 혼자 산다. 더러 일을 해서 생활비를 번다. 그가 좋아하는 바다나 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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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엄상익의 시선] 종교보다 강한 밥 한끼

    나는 상대방에게 날을 세우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법정이 아니었다. 상대방이 나의 사무실까지 쳐들어와 내게 따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 쪽을 마귀로 간주했다. 우리편도 그들을 악마로 여겼다. 마귀를 대리하기 때문에 그들은 나를 마귀라고 했다. 이단이라고 불리는 종교단체를 상대로 하는 소송이었다. 돌과 돌이 부딪쳐 푸른 불꽃을 튀기고 증오가 극에 달해 있었다. 변호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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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엄상익 칼럼] ‘숙제’ 같은 인생, ‘축제’로 바꾸었으면

    나는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않기로 했다 아홉살 손자가 엉뚱한 데가 있다. 엄마아빠가 잠들어 있는 새벽 여섯시쯤 몰래 일어나 어두컴컴한 방으로 들어가 뭔가를 뒤지더라는 것이다. 엄마가 일어나 살펴보니까 숙제로 내 준 문제의 답안지를 찾더라는 것이다. 은밀한 범죄 시도가 미수에 그쳤다. 엄마는 그 다음부터 답지를 머리에 베고 잔다고 했다. 아내는 손자가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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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묵호역 여직원이 바로 천사였음을…

    묵호역은 아직도 오래된 시골 역의 모습이 남아있다. 뾰족한 기와지붕만 평평한 콘크리트로 바뀌었다고 할까. 사람들 발길에 닳은 콘크리트 바닥도 천천히 돌아가는 대형 선풍기도 정겹다. 황혼 무렵 나는 서울에서 기차 타고 오는 아내를 마중하러 30분쯤 먼저 역사로 나왔다. 시간의 흐름이 느린 듯한 시골 역사의 정감을 맛보며 구석 의자에 앉아있기 위해서였다. 묵호역은 기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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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내 속에 들어있는 ‘거지’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가 ‘거지 근성으로 연명하는 사람들’이라는 짧은 내용이 담긴 영상을 보았다. 일상생활에서 공짜에 익숙한 사람들을 얘기한 내용이었다. 그 내용을 보면서 내 속에 들어있는 거지를 살펴보았다. 어린시절부터 평생 틀어박혀 있는 것 같다. 학교를 다니던 시절 부잣집 아이를 사귀어 얻어먹으면 그냥 좋았다. 그들의 놀이에 참여하면 재미있었다. 갚을 줄을 몰랐다.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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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노년의 행복, 맘 먹기 달렸습니다”

    실버타운은 인생의 썰물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실습장 같다. 엊그제 같은 층에 있는 노부부 중 부인이 죽었다. 남편은 혼자가 됐다. 윗층의 그림 그리던 부인도 죽고 남편 혼자 남았다. 연기같이 물거품같이 스러지는 생명을 실감한다. 죽은 분이 그렸던 동양화가 실버타운의 벽에 쓸쓸하게 걸려있다. 인간은 누구나 결국에는 혼자가 되는 것 같다. 파킨슨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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