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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엄상익의 시선] “나는 위선자입니다”
나이가 지긋한 사무장이 변호사실로 들어와 내게 말했다. “권투선수 출신이 나를 찾아와 두들겨 패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분노하면서 변호사님도 위선자라고 욕을 해요.” 나는 그가 왜 화를 내는지 일부는 이해할 것 같았다. 해고된 그가 내게 와서 복직하게 해달라고 소송을 의뢰했었다. 나는 그들의 억울함에 공감하고 법정투쟁을 해서 이겼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동정이 지나쳤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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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엄상익의 시선] 벌거벗고 약점을 드러내다
그 일은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내 스스로 지옥에 빠져들어 허우적 거렸다. 왜 나라는 인간은 그랬을까. 군검사로 있을 때였다. 한 변호사를 볼 때마다 내 심사가 편치 않았다. 그가 잘난 척 하는 것 같아보였고 동시에 나는 무시당하는 느낌이었다. 한번은 그가 나와 같이 근무하는 법무장교들을 음식점으로 초청했다. 나는 거기 가지 않았다. 청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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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엄상익의 시선] “만년에 잘 살면 인생 성공한 거라오”
노년을 혼자 방에서만 지내다가 요양원으로 옮겨 인생을 마감한 분이 있다. 목수이자 가죽세공 기술도 가지고 있던 그가 헛되이 살다 가는게 안타까웠다. 공대를 졸업하고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던 아는 사람이 어느 날 회사를 그만두고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에 그가 집을 나가 노숙자가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을지로 지하철역 입구에서 그를 보았다는 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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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엄상익의 시선] 저 길, 걷고 싶다
쨍쨍 내려 쬐는 뜨거운 햇빛 아래서 얼굴이 하얗게 바랜 그 노인은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내고 있었다. 한 발을 내딛기 위해 입으로 “하나, 둘, 셋, 넷” 구령을 부르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하다 보면 발이 한 두걸음씩 떨어지곤 했다. 파킨슨병에 걸린 그의 얼굴에서는 섬뜩한 삶의 의지가 엿보였다.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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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엄상익 칼럼]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
요즈음은 이따금씩 세상을 힘겹게 건너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영상을 통해 본다. 새벽 1시반에 지하철역을 청소하는 60대쯤의 여성이 보인다. 플랫폼 벽 아래 의자 주위에 떨어진 쓰레기들을 빗자루로 쓸어내 쓰레받기에 담는다. 수세식 변기를 세제로 닦고 반들반들하게 윤을 낸다. 저런 여성들의 수고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악취 없고 깨끗한 지하철역이 되는구나를 알았다. 노조가 파업할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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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엄상익 칼럼] 어머니의 기도 “아들아, ‘진국’으로 살아다오”
틀어놓은 노트북의 화면 속에서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퇴직 여교수가 말을 하고 있었다. “고마움을 잊지 않는 사람, 힘들던 시절 도움을 받았던 사람을 기억하고 전화 한 통이라도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우리는 진국이라고 하죠.” 좋은사람과 나쁜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을 강의하는 것 같았다. ‘진국’이라는 단어가 물방울 같이 마음 수면에 떨어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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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엄상익의 시선] 안개와 함께 춤을
납빛으로 가라앉은 드넓은 바다 저편에 화물선 한 척이 유유하게 떠 있다. 바닷가에는 이따금씩 짙은 안개가 흐른다.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났다. 옥계해변에 작은 단독 주택을 사서 그곳에 14년째 살고 있다고 했다. 홀로 고독을 견디며 그렇게 살기가 쉽지 않다. 그에게 호기심이 일어 바닷가 카페에서 잠시 얘기를 나누자고 했다. 그가 흔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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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엄상익의 시선] 한 승려의 떠나간 자리
한 젊은 의사가 내게 카톡으로 메시지를 전해왔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한 스님의 죽음을 지켜 보았다는 것이다. 유명세 탓인지 권력가 부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한마디라도 들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젊은 의사는 그렇게 대단한 스님이 정작 중환자실에 있을 때는 아프다고 소리치고 간호사나 의사들을 못살게 굴고 삶에 애착을 가지다가 저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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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엄상익의 시선] ‘이게 나다, DNA’ 주신 조상님 감사합니다
자라면서 나는 위축 되고 주눅든 적이 많았다. 부자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른 별종의 인간 같았다. 어려서 공부하고 싶었던 어머니는 대학 나온 여자들만 보면 부러워하면서 움츠러들었다. 회사원인 아버지도 삶에 찌들어 있었다. 아버지는 어쩌면 밤에 마시는 소주잔에 눈물을 타서 마셨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상하게 뒤틀린 성격이 형성됐던 것 같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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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엄상익 칼럼] 평생 한우물 파신 선생님 존경합니다
아침이었다. 아내가 갑자기 다가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여보 조선일보에 기사가 났는데 한우물 정수기 회사가 매출이 1조원이래. 물을 해외에도 수출하고 말이야. 준재벌급이래. 강 선생님이 성공하셨네. 그렇게 물에 미쳐 계시더니.” 고교 은사가 경영하는 회사였다. 선생님은 어느날부터 물에 미쳤다. 급기야 선생님은 사표를 내고 안암동 개천가의 허름한 작은 공간을 빌려 정수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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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최초보도] ‘박정희 살해’ 김재규에게 군검찰이 물었다. “당신이 정말 충신이었다면…”
[아시아엔=엄상익 변호사,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먼 길을 좋은 손님이 찾아와 주었다. 젊은 시절 존경하던 선배 법무장교였다. 명문고와 서울법대를 나온 엘리트였다. 자기 생각이 분명한 그의 강직한 성격을 나는 좋아했다. 군검사였던 그는 그 시절 우연히 태풍의 핵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 시절 그가 있던 군사법정으로 나는 들어갔다. 1979년 12월 8일이었다.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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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엄상익 칼럼] 짧은 만남, 긴 여운
30년 고교 선배로부터 들었던 말이 있었다. 월급쟁이였던 그는 약간의 돈만 있다면 좋은 사람들을 만나 밥을 사면서 그들의 철학을 들어보면 참 좋겠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좋은 사람들이란 우연히 만나거나 평범해도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존재들을 말하는 것 같았다. 외국을 보면 많은 돈을 내고 식사 한끼 같이 하면서 저명인사에게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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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엄상익의 시선] 공중 나는 새를 보라
젊은 시절 한동안 아내가 “자본주의는 돈이 최고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 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화가 났다. 누군들 그걸 모를까.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카피가 유행하고 있었다. 책방에는 주식과 부동산 투자 관련 책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친구들을 보면 순간순간 주식시세를 살폈다. 땅을 보러 다니는 친구들도 많았다. 부자도 가난도 상속이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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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엄상익의 시선] 외로운 사람들
25년 전쯤이다. 토론토에서 노바스코샤까지 아메리카를 횡단하는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 노인이 있었다. 그 당시 일흔다섯 살이라고 했으니까 지금은 백살이 넘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캐나다 시골동네의 예쁜 묘지 구석에서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얼굴에 검버섯이 가득하던 그 노인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일정때 간신히 보통학교에 다니던 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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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엄상익의 시선] 창살 없는 인생의 감옥에서 벗어나려면
실버타운에서 여러 종류의 노인을 만났다. 왕년에 잘 살았고 경찰을 했고 뭘 했고 해서 싸우는 수가 있다. 과거 정권의 황태자로 군림했던 분이 있다. 80대가 넘은 지금까지 에너지가 왕성한 것 같다. 왕년의 경력을 과시하면서 자신의 동향을 주변 사람들의 단톡방에라도 올려야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 내남 없이 우리들은 과거라는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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