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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내가 좋아하는 나팔꽃’ 박상설
내가 좋아하는 나팔꽃 후미진 곳에 소박하게 피어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고 보아주지 않아도 좋은 야생의 나팔꽃 가식 없고 바보같은 연한 색이 좋다 나는 나팔꽃과 함께 일어나 밤늦게까지 책을 끼고 요모조모 세상을 산책한다 작열하는 햇살도 아랑곳 않고 바람 따라 제몸 흔들어대는 길모퉁이 나팔꽃 이슬 내리는 적막한 밤을 좋아하는 나팔꽃 나도, 이대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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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잘 산다는 것에 대하여”···박상설 ‘아시아엔’ 전문기자 1주기에 다시 펼치다
12월 23일은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박상설 전문기자가 하늘의 별이 된 지 1년 되는 날입니다. 박 전문기자는 80대 중반이던 2012년초부터 별세 직전까지 10년간 아시아엔 독자들에게 한평생 직접 경험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진솔하게 글로 엮어냈습니다. <아시아엔>은 그가 2014년 출판한 <잘 산다는 것에 대하여> 머리글을 공유하며 박상설 전문기자의 1주기를 기억하려 합니다.<편집자>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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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만추 백담사에서 만난 전두환 그림자와 노태우 죽음
[아시아엔=박상설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 지난 일요일(10월 24일) 가을 길 따라 백담사를 다녀왔다. 젊어서부터 설악산을 무척이나 올랐지만 유독 백담사 계곡의 대리석 같은 기암절벽에 요동치며 흐르는 옥수같은 경관을 못 잊어서다. 등산할 때 언제나 수려한 백담사 계곡을 2시간쯤 넋을 잃고 걷다보면 그 그리운 정적의 백담사를 만나게 된다. 절에 들어 경건히 묵도를 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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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추석연휴 ‘황홀한 황혼’ 철원 와수리 2박3일
[아시아엔=박상설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 내가 사는 양주에도 추석 전야에서 새벽을 지나 오늘 이른 아침까지 천둥과 함께 비바람이 몰아쳤다. 한가위를 앞두고 수십년째 계속 해온 2박3일 텐트 야영을 마치고 어젯밤 귀가하니 날씨가 돌변한 것이다. 올해는 철원 서면 와수리에서 비박을 했다. 양주 집에서 1시간 30분 남짓, 예년과 달리 올해는 나보다 마흔살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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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나이 아흔넷 나는 자연인···한눈마저 안보여도, 글 읽고 또 쓰련다”
[아시아엔=박상설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 “인생이 뭔지 모르시겠죠? 94살이지만 아직 청년의 기력과 기상을 지닌 본인에게 물어보시죠.” 이런 말이 입 속을 맴돌다 문득 “아니야, 안돼” 하고 멈칫한다. 아직도 스스로 젊은이라고 자처하는 나도 시력은 어쩔 수 없다. 낳은 지 얼마 안돼 한쪽 시력을 잃고 나머지 한눈으로 90년 이상 버텨왔지만, 몇 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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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대산 샘골 ‘석별의 봄눈’이 소환한 시 몇편
아흔살 청춘 박상설(93)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가 2일 아침 사진 넉장을 보내왔습니다. 5월 첫날 강원도 홍천군 내면 샘골 오대산 600고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박 전문기자는 “봄은 가버렸는데 다시 시샘하며 찾아든 눈 세상”이라고 했습니다. <아시아엔>은 그가 촬영한 사진에 시를 붙여 소개합니다. <편집자> 남기려고 하지 말 것 인생은 남기려 한다고 해서 남겨지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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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밟아도 밟아도 다시 일어나는 ‘잡초’를 노래하다
[아시아엔=박상설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 캠프나비 대표] 난 고향이 춘천인지 산인지 들판인지 모릅니다. 산이라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떠돌이 캠퍼라고도 하고 산에서 농사짓는 산꾼이라고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들풀로 태어난 나는 산이나 들녘에 뿌리 내리고 하늘을 쳐다보며 세월을 보냅니다. 때로는 길섶에 뿌리를 내려 수많은 사람과 황소와 강아지에게 짓밟혀 사경을 헤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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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봄은 멀지 않으리” 오대산 600고지 싹 틔운 버들강아지
[아시아엔=박상설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 강원도 홍천군 오대산 600고지 샘골의 올겨울 추위는 정말 ‘역대급’이다. 살을 에는 듯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수은주를 보니 영하 30도 근접해 있다. 아흔을 넘기고서 시력은 갈수록 나빠져도 정신은 되레 총총해진다. 오늘 오후 몇 자 적어 <아시아엔>에 이상기 발행인에게 보낸다. 제목도 지었다. ‘잊으며 지우며 나만의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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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낙조에 홀로’ 박상설
아스라이 펼쳐진 겨울바다 찬 공기 눈꺼풀 스쳐 매섭게 콧등을 친다 한낮 잠시나마 짧은 겨울 햇살 따사롭게 쏘옥 몸을 감추게 한다 지나가는 세월 바라보며 쑥스럽게 미소짓는 할비는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로 깊은 한숨 알 수 없는 신호를 보낸다 해풍 일렁이는 노인의 그림자 홀로 낙조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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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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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코로나 극복, 고랭지 캠핑 강추합니다”
[아시아엔=박상설 캠프나비 호스트,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큰 산은 골짜기를 안으로 숨기고 하늘과 맞닿은 숲 능선으로 당당하다. 강원도 홍천 오대산 심산유곡 샘골에 들면 생의 잠언(箴言)들이 계곡, 숲, 안개, 바람을 스치며 스민다. 나는 여름을 보내는 ‘행복잠언시집’을 꼭 품고 있다. 그렇다. 되새기고 싶은 시 한 구절 때문에 우리는 살아가는 거다. 산천이 예전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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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흔살 청춘’ 박상설 기자의 황금연휴 사용법
[아시아엔=박상설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 5월 황금연휴가 시작된 1일 우리나라 땅 끝 완도 명사십리에 나홀로 텐트를 쳤습니다. 아흔 넘어 눈은 점점 흐릿해오고 멀리 떠나기가 그리 쉽지 않군요. 새해 첫날 마라도를 다녀온 뒤 넉달이 지나 먼길을 나섰습니다. 이곳 명사십리 모래사장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갈매기 소리에 책을 읽습니다. 모든 것 잊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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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살 나이 늦지 않았다④] 81세에 퇴직 후 새로 얻은 6개의 직업
[아시아엔=박상설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 캠프나비 대표] 글이나 사물이 흐리멍덩하게 보인다고 주저앉으면 늙은 산송장을 자초할 뿐이다. 구속이 자유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아흔 나이, 늦지 않다···삶은 이제부터 나는 한평생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도 여가생활로 등산, 오토캠핑, 여행을 인문학으로 융합하며 책을 끼고 살았다. 홍천 오지산골에 작은 주말농원을 37세부터 현재까지 55년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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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90살 나이 늦지 않았다③] 60세때 뇌경색 극복하고 90살까지 건강한 삶
[아시아엔=박상설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 캠프나비 대표] 우리 모두가 바라는 ‘행복’, ‘잘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글을 준비하는 동안 이 물음이 내 가슴을 쳤다. 아마도 나는 이 글을 나와 같은 처지에서 역경을 극복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과 여러모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나 보다. 늙어가며 그들에게 내가 벼랑 끝에 매달렸던 이야기로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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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90살 나이 늦지 않았다②] ‘입동’ 밤 MBN ‘현장르포 특종세상’ 출연···”시각장애인 되어 비로소 나를 찾다”
[아시아엔=박상설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 캠프나비 대표] “나의 주인은 빈궁한 깐돌이/ 길 없는 길 헤매는 시간 밖 자유인/ 마냥 흙에 뒹굴어야 살아나는 천덕꾸러기/ 여한 없는 안식의 맑은 삶 눈물이 나도록 살아온 노인/ 하고 싶은 나날로 엮어온 일상, 이런 일로 넘쳐난 나날/ 이제 시간에 저항하고 앞서갈 기력 없어도/ 거미줄 같은 생명력으로 슬퍼하지 않아/ 머지않아 깐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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