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시인
  • 문화

    [오늘의 시] ‘그래도 미움으로 살지 말거라’ ?박노해

    어머님 집에서 자고 난 아침 눈을 뜨니 어머니가 이마를 짚은 채 나를 내려다보고 계셨다  아직도 많이 아프냐아? 고문 독은 평생을 간다더니…  아뇨, 어제 좀 고단해서요 나는 황급히 일어나 상한 몸을 감추며 태연히 얼굴을 씻는다  어머니가 기도를 마친 후 곁에 앉아 가만가만 두런거리신다  이승만 죽고 박정희 죽을 때도 나는 기도했다 전두환…

    더 읽기 »
  • 문화

    [어버이날] ‘세상이 조용해져 버린 날’ 박노해

    평생 지긋지긋하던 잔소리가 툭, 갑자기 너무 조용해져 버린 날 이래라저래라 들려오던 소리가 메아리도 없이 적막해져 버린 날 귀찮기만 하던 전화벨도 끊기고 세상이 너무 고요해져 버린 날  아 우리가 이 지상을 동행했구나 이렇게 영영 떠나가 버렸구나  이 생에 몇 번쯤은 오롯이 마주 보며 당신의 숨은 아름다움과 노고와 귀하고 빛나는 구석을 말해주지…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눈물꽃 소년’ 박노해

      길 잃은 날엔 자기 안의 소년 소녀로 돌아가기를 아직 피지 않은 모든 것을 이미 품고 있던 그날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앞을 향해 달려나가는 영원한 소년 소녀가 우리 안에 살아있으니 그 눈물이 꽃이 되고 그 눈빛이 길이 되리니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아이야’ 박노해

    아이는 온 우주를 한껏 머금은 장엄한 존재 아무도 모른다 이 아이가 누구이고, 왜 이곳에 왔고, 그 무엇이 되어 어디로 나아갈지 지금 작고 갓난해도 영원으로부터 온 아이는 이미 다 가지고 여기 왔으니 이 지구별 위를 잠시 동행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한 사람의 좋은 벗이 되어주고, ‘뜨거운 믿음의 침묵’으로 눈물의 기도를 바칠 뿐이니…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이름대로 살아야겠다’ 박노해

      휘청, 내가 무너지는 날이면 내 마음의 백척간두에 서는 날이면 지구의 벼랑 끝에서 아득히 누군가 호명하는 내 이름의 메아리 이름대로 살아야겠다 이름은 일러냄 내가 이르러야만 할 길로 나를 불러일으켜 내는 것 가장 순수한 염원과 간절한 기원을 담아 내 이름이 여기 이 땅에 한 생의 사명으로 호명呼名되었으니 일생 동안 내가 가장…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내가 사는 이유’ 박노해

    이렇게 좋은 시대가 왔는데 아직도 왜 그렇게 사느냐고 나를 안쓰러워 하지 마라 나를 불편해 하지도 마라 나를 움직이는 동인은 원한願恨이다 간절한 그 비원이 나를 살아있게 한다 깊은 사랑의 한이 나를 싸워가게 한다 나를 움직이는 동인은 원과 한이다 그것이 내가 살아있는 이유다 그것이 내가 분투하는 힘이다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입춘立春이면’ 박노해

    입춘이면 몸을 앓는다 잔설 깔린 산처럼 모로 누워 은미한 떨림을 듣는다 먼 데서 바람이 바뀌어 불고 눈발이 눈물로 녹아내리고 언 겨울 품에서 무언가 나오고 산 것과 죽은 것이 창호지처럼 얇구나 떨어져 자리를 지키는 씨앗처럼 아픈 몸 웅크려 햇빛 쪼이며 오늘은 가만히 숨만 쉬어도 좋았다 언 발로 걸어오는 봄 기척 은미한…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월요일 아침’ 박노해

    월요일 아침이면 나는 우울하다 찌부둥한 몸뚱이 무거웁고 축축한 내 영혼 몹시 아프다 산다는 것이 허망해지는 날 일터와 거리와 이 거대한 도시가 낯선 두려움으로 덮쳐누르는 날 월요일 아침이면 나는 병을 앓는다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로 나를 일으키는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 엄중함 나는 무거운 몸을 어기적거리며 한 컵의 냉수를 빈 속에…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메시는 영원하다’ 박노해

    나는 메시의 영원한 팬이다 나는 메시로 끝내려 한다 메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이들은 어떤 이해관계에 얽혀 있거나 실은 축구를 모르는 이들이다 이제까지 최고의 축구 선수들이 탁월한 베스트셀러 작가였다면 메시는 그라운드의 시인이다 ‘늘 냉정히’ 경기장을 산책하듯 전체를 조망하다 단순하고 아름다운 궁극의 기술로 단 한 줄로도 치명적인 시를 써낸다 메시는 패배도 잘한다 수많은…

    더 읽기 »
  • 문화

    [시와 노래] ‘그 한 사람’ 박노해

    가을 나무 사이를 걸으며 먼 길 달려온 바람의 말을 듣는다 정말로 불행한 인생은 이것이라고 좋고 나쁜 인생길에서 내내 나를 지켜봐 주는 이가 없다는 느낌 내게 귀 기울이는 이가 없다는 느낌 내가 길을 잃고 헤맬 때나 길을 잘못 들어서 쓰러질 때에도 한결같이 나를 믿어주는 이가 없다는 느낌 내가 고난과 시련을 뚫고…

    더 읽기 »
  • 문화

    [시와 음악] ‘냉정한 것같이’ 박노해

    세상은 지금 좋아진 듯 악화되어가고 있다 시대는 지금 진보한 듯 위태로워지고 있다 인간은 지금 똑똑한 듯 무기력해지고 있다 냉정한 것같이 현명해 달라 뜨거운 것같이 성찰해 달라 달콤한 것같이 잔인해 달라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수위水位를 바라본다’ 박노해

    노동산 자락에 자리 잡은 우리 동네 마당가에 서면 저수지가 보이고 그 아래 층층의 다락논이 보이고 긴 방죽 너머 갯벌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가뭄이 오고 논밭이 갈라질 때면 저수지 바닥까지 내려가는 수위를 보며 다들 애가 타고 어린 나도 속이 탔다 그러다 장마가 지고 수위가 넘실대면 빗속에서 둑을 메우고 방죽을 막는 어른들…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천둥번개가 한 번 치고 시원한 빗줄기가 내리더니 하루아침에 바람이 바뀌었다 풀벌레 소리가 가늘어지고 새의 노래가 한 옥타브 높아지고 짙푸르던 나뭇잎도 엷어지고 바위 틈의 돌단풍이 붉어지고 다랑논의 벼꽃이 피고 포도송이가 검붉게 익어오고 산국화가 꽃망울을 올리고 하늘 구름이 투명해지고 입추가 오는 아침 길에서 가늘어진 눈빛으로 먼 그대를 바라본다 조용히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를…

    더 읽기 »
  • 사회

    [오늘의 시] ‘진짜 나로’ 박노해

    진짜 장소에 진짜 내 발로 진짜 표정으로 진짜로 말하고 진짜로 살아 움직이는 진짜 사람을 만나야겠다 그러면 지금 여기 딛고 선 나의 근거들이 감정과 욕구와 관계가 이 확실성의 세계가 진짜 얼마나 가짜인지 진짜 살아있는 그곳에 진짜 사람인 그 곁에 진짜 나로 서 보고 싶다 살아서 진짜로 진짜 나로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돌려라 힘’ 박노해

    힘내자 어떻게 한번 빼요 힘 한번 버려 힘 힘들게 붙잡고 있는 걸 한번 놓으면 돼 힘은 내는 것이 아니라 돌리는 것 있는 힘을 제대로 돌리는 것 돌려라 힘! 한번 놓아 그리고 힘내

    더 읽기 »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