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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오늘의 시] ‘새날이 와요’ 박노해
태양은 둥글고 지구는 둥글어요 계절은 둥글고 인생은 둥글어요 산 것은 죽은 것에서 나오고 죽음은 산 것에서 나오죠 살아있는 모든 것은 동그란 길로 돌아 나와요 편리하고 좋은 것이 있으면 나빠지고 퇴화되는 게 있어요 새로 얻어지는 것이 있으면 잃어버리는 귀한 것이 있어요 급하게 성장하고 진보하면 부실하고 파괴되는 게 있어요 잊지 마요 하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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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빛의 통로를 따라서’ 박노해
우리가 먼 곳으로, 더 먼 곳으로 떠나려 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이다 오늘 현란한 세계 속에서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더 깊은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갈 일이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그 눈동자가 길이 되리니 내가 삼켜낸 어둠이 빛의 통로를 열어 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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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내가 좋아하는 것들’ 박노해
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나는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깊은 침묵을 좋아한다 나는 빛나는 승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의미 있는 실패를 좋아한다 나는 새로운 유행을 좋아한다 그래서 고전과 빈티지를 좋아한다 나는 도시의 세련미를 좋아한다 그래서 광야와 사막을 좋아한다 나는 소소한 일상을 좋아한다 그래서 거대한 악과 싸워간다 나는 밝은 햇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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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그래도 이렇게’ 박노해
붉게 물든 낙엽을 밟으며 내일이면 흰 서리를 밟을 것을 생각하지만 그 뒤에 눈길이 올 것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미소 지으며 걷는 것은 지금 나에게는 대지를 걷는 두 발이 있고 불볕의 길과 비바람 속을 걸어온 날들이 있고 서리건 얼음이건 함께 걸어갈 그대가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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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11월 마음의 기척’ 박노해
흙 마당 잡초를 뽑듯 말을 솎는다 가을 마당 낙엽을 쓸듯 상념을 쓴다 마당가 꽃을 가꾸듯 고독을 가꾼다 흰 서리 아침 마당에 시린 국화 향기 첫눈이 오려나 그대가 오려나 11월 마음의 기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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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양들의 사령관’ 박노해
에티오피아의 9살 소녀 수잔나는 맨발에 둘라 하나로 고원을 지휘하는 듯 포스 넘치는 양들의 사령관이다 수잔나, 네 양들이 몇 마리니? 글쎄요. 아마 50마리쯤… 학교를 다니지 못해 수잔나는 자기 양들의 숫자도 모르나 보다 했더니 근데 이 양은 지금 발목이 다쳐 아프구요 이 양은 새끼를 배어 있는 중이구요 이 양은 하루에 두 양푼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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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지독한 사랑’ 박노해
막다른 길에서 생의 끝 길에서 사람은 두 갈래다 스스로 무너지거나 스스로 독해지거나 죽음 앞에 세워질수록 나는 독해져왔다 아 나는 무수한 독화살을 맞은 자 치명적인 독을 품은 자 하지만 정말 무시무시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이것이었으니 나에게 독해질수록 세상과 사람들에게 독해지지 않는 것 그 독을 내 심장에 품고 지독한 통증을 감당하며 묵연히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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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괘종시계’ 박노해
안데스 고원의 원주민 부족은 여명이 밝아오면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 동쪽을 향해 절을 하며 기도를 한다 파차마마여, 오늘도 태양을 보내주소서 너무 오래 구름이 끼고 알파까가 병들고 감자 흉작이 드는 것도 신에게 바치는 효성이 모자란 탓이라고 그리하여 날마다 태양이 뜨는 것은 신의 은총이고 삶의 기적이라고 감사하면서 해가 뜨면 햇살 같은 얼굴로 서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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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좋은 날은 지나갔다’ 박노해
봄 가을이 짧아지고 있다 좋은 날은 너무 빨리 사라지고 있다 봄을 떠밀어가며 너무 빨리 덮쳐오는 여름 무더위처럼 가을의 등을 타고 너무 빨리 엄습하는 겨울 한파처럼 젊음도 사랑도 기쁨도 열정도 인생은 길어져도 삶의 좋은 날은 짧아져만 가고 젊음은 길어져도 가슴의 별도 꽃도 반짝 시들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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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오늘의 시] ‘단 두 가지’ 박노해
모든 집안에서의 가르침은 단 두 가지 모든 철학과 조언은 단 두 가지 살아남아라 어떻게든 살아남아라 양심을 저버리지 마라 인간의 도리는 저버리지 마라 두 개의 길 중에 어느 쪽인가 그에 따라 한 인간의 인생 전체가 결정되고 말 것이니 생존이냐 삶이냐 살아남기냐 사랑하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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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가을은 짧아서’ 박노해
가을은 짧아서 할 일이 많아서 해는 줄어들고 별은 길어져서 인생의 가을은 시간이 귀해서 아 내게 시간이 더 있다면 너에게 더 짧은 편지를 썼을 텐데* 더 적게 말하고 더 깊이 만날 수 있을 텐데 더 적게 가지고 더 많이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가을은 짧아서 인생은 짧아서 귀한 건 시간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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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두려워 마라’ 박노해
두려워 마라 아무것도 두려워 마라 실패도 상처도 죽음마저도 실패는 나를 새롭게 하는 것 버릴 건 버리고 나 자신이 되는 것 상처는 나를 강하게 하는 것 그 상처로 상처 난 이들을 품어가는 것 두려워 마라 시련 속에서 계시가 온다 한번 울고 한번 웃고 너의 길을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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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한가위 배구 잔치’ 박노해
추석이 다가오면 마을에선 돼지 세 마리를 잡았다 우린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지켜보다 돼지 오줌보를 받아 입 바람을 불어 넣고 축구를 하느라 날이 저문 줄도 몰랐다 누나들은 조각조각 천을 이어 붙여 돼지 오줌보에다 씌워 배구공을 만들고 동네 정미소 마당에서 경기를 벌였다 길게 땋은 머리를 묶고 흰 무명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날리며 서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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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그로부터 영원히’ 박노해
조금만 조금만 더 머물러줘 가만히 가만히 눈 맞춰줘 온전히 온전히 함께 있어줘 그 순간, 시간이 멈추고 영원이 흐르고 그로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영원히 잊히지 않는 어떤 관계가 영원의 시간에 새겨진 사건의 메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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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인간은’ 박노해
인간은 세계를 이해하는 만큼 자기 자신을 알게 된다 인간은 자신을 성찰하는 만큼 세상의 실상을 바로 보게 된다 인간은 고귀한 것을 알아보는 만큼 자기 안의 고귀함을 체험하게 된다 인간은 우주의 비밀을 아는 만큼 인간 그 자신의 신비를 느끼게 된다 인간은 자신을 내어주고 사랑한 만큼 영원한 생의 깊이를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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