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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탱크’와 ‘드론’…소비문화 속에 자리잡은 군사기술 용어
현대인의 일상은 전쟁기술에서 유래한 단어들로 가득하다. Jeep, Radar, Laser, Drone, Tank 같은 표현들은 원래 군사적 필요 속에서 등장했지만 이제는 생활과 광고, 스포츠와 IT 산업 속에서 훨씬 더 자주 사용된다. 전쟁은 끝나도 전장의 언어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조용히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 새로운 문화적 의미를 획득한다. 어쩌면 우리는 군사기술의 시대에 사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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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황건 칼럼] ‘장경’藏經의 바다, ‘검색’檢索의 바다
바닷가 바위에 앉아 상념에 잠긴 생전의 조오현 큰스님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면, 나는 한 시인의 어록을 떠올린다. 조오현 스님의 시다. 건져도 건져내어도그물은 비어 있고무수한 중생들이빠져 죽은 장경(藏經)의 바다돛 내린 그 뱃머리에졸고 있는 사공아 나를 시인으로 추천해 주셨던 그분의 이 시는 오랫동안 내 안에 남아 있었다. 고려대장경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그것이 단지 지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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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피안’을 향한 동선…사찰 건축에 숨은 깨달음의 서사
<AI 생성 이미지> 사찰에 들어서면 우리는 흔히 건물들을 ‘차례로’ 본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그 배치는 단순한 공간 배열이 아니라 하나의 사유가 펼쳐진 지도임을 알게 된다. 그 시작은 대웅전이다. 이곳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협시한다. 여기서 이미 하나의 완결된 구조가 제시된다. 지혜는 문수로, 실천은 보현으로 형상화되고, 그 둘은 하나의 깨달음으로 균형을 이룬다. 우리는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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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부처님오신날, ‘설법전’과 ‘수술실’의 공력(功力)
오늘 연등 하나를 달며 나는 묻는다. 나는 내 자리에서 어떤 공력을 쌓고 있는가. 내공은 환자를 향한 자비와 책임의 다른 이름일 수 있을까. 형상보다 본질을, 장식보다 마음을 더 가까이하고 있는가. 부처님오신날, 밝힌 등불들이 우리 마음에도 작은 길 하나를 열어 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 길에서 우리가 쌓아 가는 내공이 누군가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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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황건 칼럼] 영안실과 수장고 사이에서…인간의 몸에 대한 예의를 생각하다
AI 생성 이미지 비 오는 길 끝에 집으로 돌아왔다. 젖은 신발을 벗고 조용히 의자에 앉으니, 마치 긴 순례를 마치고 작은 기도실 앞에 돌아온 사람 같다. 지난 5월 21일 아침 아침 나는 서울대병원 영안실에서 스승을 배웅하였다. 장지에 매장하는 대신, 당신이 근무하였던 해부실습실 냉동고로 향하는 마지막 길이었다. 나는 추도사를 읽는 대신 ‘스승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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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부처님오신날 앞두고 생각하는 ‘노동’…”맡겨진 일을 묵묵히 감당하려는 태도”
파브르의 마지막 말과 백장선사의 밥그릇 부처님오신날을 앞두면 오래전 읽었던 선문답이나 고승들의 일화가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은 백장선사의 한마디다. “一日不作 一日不食(일일부작 일일부식).”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그 말은 단순한 근면의 구호가 아니었다. 늙은 선사의 일을 말리기 위해 제자들이 농기구를 숨기자, 그는 그날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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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완성된 불상 곁의 병든 몸…석굴암 ‘유마거사’가 남긴 질문
유마거사 본존불 뒤의 또 다른 얼굴, 유마거사 경주의 석굴암은 오래전부터 “완성된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이야기되어 왔다. 둥근 석굴의 중심에 앉은 본존불은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듯 고요하다. 균형 잡힌 얼굴, 절제된 표정, 그리고 흔들림 없는 자세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 상태를 응축해 놓은 듯하다. 그러나 그 완결된 중심에서 시선을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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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평택 서해수호관 ‘천안함’의 철판을 만지며
대한민국 해군 초계함 천안함 피격 사건은 2010년 3월 26일 밤 백령도 인근 서해상에서 발생, 해군 장병 46명이 전사했다. 이후 구조 작업 중 한주호 준위가 순직했고, 사건 조사 결과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의한 피격으로 결론 내려졌다. <편집자>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 <사진 황건> 5월 15일 평택의 서해수호관(West Sea Protection Hall)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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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순천에서 만난 소년병들…우리는 때때로, 너무 어린 의인들에게 빚을 지고 살아간다
순천매산중학 학도병 혈서지원 기념사진 전남 순천의 호남호국기념관을 찾았다. 호남권 유일의 호국기념관이라고 했다. 독립기념관 산하 시설이라는데,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묘하게 마음을 오래 붙드는 공간이었다. 전시관 입구에는 호남 출신 전사자들의 편지와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누군가는 가족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고, 누군가는 훈련소에서 서툰 글씨로 살아 돌아오겠다고 적었다. 그러나 그 약속들 중 많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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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불타는 몸 앞에서…외과의사가 본 ‘몸을 바친다’는 것
문학과 이념은 때때로 몸을 상징으로 만든다. 그러나 수술실에서 만나는 몸은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고통받는 살아 있는 조직이며, 끝내 생존하려 애쓰는 한 인간 자신이다. 어쩌면 외과의사가 배워야 하는 가장 어려운 윤리는 바로 그것인지도 모른다. 몸을 단지 메시지의 도구로 보지 않는 일. 그리고 어떤 신념 앞에서도, 인간의 육체 자체에 대한 존중을 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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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자유를 지켜낸 ‘전쟁’인가, 상처로 남은 ‘기억’인가…인천상륙작전 전시문구 앞에서
승리와 피해 사이에서 며칠 전 나는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을 방문하였다. 인천에 오래 근무하면서도 정작 이곳을 제대로 둘러본 기억은 없었다. 기념관은 영상관과 전시관으로 나뉘어 있었다. 전시관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지만, 영상관은 20인 이상 단체 예약이 있어야만 15분짜리 영상을 상영한다고 했다. 혼자 방문한 나는 결국 영상을 보지 못한 채 로비에 놓인 사진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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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부처의 ‘사리’와 유럽의 ‘성물’-불교와 기독교, 두 문명을 움직인 신성한 조각들
부처의 사리 (Buddhist Sarira Relics) 정교한 황금 다보탑 형태의 사리함 속에 모셔진 영롱한 사리들. 불교에서 사리는 수행의 결정체이자 부처의 가르침이 살아있음을 상징한다. 투명한 유리함 너머로 보이는 오색빛 사리들은 마치 깨달음의 불꽃이 응축된 듯 평온하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오른쪽 유럽의 성물 (European Christian Relics)은 화려한 보석과 섬세한 세공으로 장식된 십자가형 성물함(Reliquar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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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불족적’의 미학과 공(空)의 발걸음
불족적은 부처를 형상화하지 않던 무불상기의 대표적 상징이다. 그러나 ‘형상 없음’은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한 현존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었다. 불족적 앞에 서면 부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도 그의 발걸음과 숨결이 조용히 되살아난다.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드러내는 것, 이것이 내가 느낀 ‘형상 금지의 미학’이었다.-본문에서 1년여 전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스투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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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화장품, 신성에서 유혹까지…인류 문화 속 ‘아름다움의 이중성’
고대 이집트의 최고 미인으로 사랑받는 네페르티티(기원전 1360년 무렵) 여왕이 청동거울을 들여다보며 화장을 하고 있다. 이 글은 2026년 5월호에 실린 황건 교수의 논문을 바탕으로, 화장품의 역사적·종교적 의미와 인간 문화 속에서의 역할을 독자 여러분께서 보다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핵심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 것입니다. 원문은 화장품이 지닌 신성성과 유혹성, 그리고 문화적 긴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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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AI 시대, ‘의사’ 직업의 역할은 뭘까?…”정답 없는 자리에서 결정하는 사람들”
“의사는 창의력이 필요 없는 직업입니다. 앞으로는 수술도 AI와 로봇이 하게 되고, 의사는 환자와 hug하는 역할만 남게 될 것입니다.” 그는 그것을 미래 예측이라고 불렀다. 토의 시간이 되었다. 나는 손을 들었다. 내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의사는 창의력이 필요 없다는 말씀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려 했지만 말의 무게는 가벼울 수 없었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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