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부터 9월 5일까지 북한에서는 권력체제와 대외관계 양쪽에서 주목할 움직임이 이어졌다. 개정 노동당규약에서 ‘평화통일’이 삭제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권한은 보다 구체적으로 강화됐다. 국가정보원은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를 ‘사실상 후계자 내정 단계’로 평가했다. 군부에서는 한때 물러났던 박정천이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복귀하고 국방상이 교체됐다. 대외적으로는 북러 두만강 자동차다리 개통이 임박했고, 북한 주민 대상 해외 여행자보험까지 등장했다. 한편 국정원은 북미정상회담이 “어느 때라도 가능하다”고 평가했고,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 방문을 추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 내부의 권력 기반은 더욱 단단하게 다지는 한편 중국·러시아와의 연결은 넓히고,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도 완전히 닫지는 않은 한 주였다. <편집자>
이번 주 흐름
이번 주 북한을 읽는 핵심어는 ‘체제 정비와 선택적 개방’이다.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은 중심의 권력구조를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노동당규약에서 선대 지도자와 관련된 상징적 표현은 줄어든 반면 총비서의 권한은 구체적으로 명문화됐다. ‘평화통일’과 ‘민족대단결’ 등 남북관계를 하나의 민족이라는 틀에서 다뤘던 표현도 사라졌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이를 ‘김정은 시대 2.0’의 통치규범 제도화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김주애의 공개활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정원은 그를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한 단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군에서는 박정천이 다시 핵심 지휘부로 복귀하고 국방상이 교체됐다. 권력의 현재뿐 아니라 다음 세대와 군 지휘체계까지 동시에 손질하는 모습이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와의 관계가 더욱 구체적인 교통·인적 교류 단계로 옮겨갔다. 두만강 자동차다리는 개통을 앞두고 있고, 조선기자동맹 대표단은 러시아 언론계와 교류를 확대했다. 북한이 해외 여행자를 위한 보험을 내놓은 것도 러시아·중국 등 우호국과의 왕래 증가를 배경으로 한 움직임이다.
‘통일’ 지운 당규약…김정은 권한은 더 구체적으로
이번 주 가장 구조적인 변화는 개정 노동당규약의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3일 공개한 개정 당규약에는 ‘조국의 평화통일’, ‘통일전선’, ‘남조선’, ‘민족대단결’, ‘전국적 범위’ 등 통일·민족 관련 표현이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한미군 철수와 남측에서의 외세 배격을 주장했던 문구도 사라졌다. 북한이 2023년 말부터 강조해온 남북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이 당의 최고 규범에까지 반영된 것이다.
변화는 남북관계에 그치지 않았다. ‘김일성-김정일주의’의 의미와 선대의 업적을 설명하던 대목도 삭제됐다. 반면 김정은이 맡고 있는 총비서의 권한은 회의 소집, 간부 임면, 당원 출당, 부서 해산 등으로 구체화됐다. 전쟁 등 비상상황에 대비한 조항도 새로 포함됐다.
북한의 통치규범이 선대의 상징성과 남북 통일이라는 역사적 과제에서 점차 김정은 개인을 중심으로 한 국가 운영과 체제 유지에 초점을 맞춰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정원 “김주애, 사실상 후계자 내정 단계”
권력 승계 문제도 다시 주목받았다. 국정원은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에 대해 “사실상 후계자 내정 단계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북한 매체가 김주애의 모습을 자주 공개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지도자로 각인시키려는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주애는 올해 사격하는 모습과 신형 주력전차를 직접 조종하는 모습 등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으며, 7월 전승절 73주년 기념행사에도 김정은과 함께 등장했다. 국정원은 지난 4월에도 단순한 정황이 아니라 관련 첩보를 근거로 김주애를 후계자로 판단하고 있다는 취지의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다만 북한이 공식적으로 후계자를 발표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김주애의 후계구도를 확정된 사실이라기보다 한국 정보당국의 평가와 북한 매체의 공개방식을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박정천 최일선 복귀…국방상 노광철에서 김성기로
군 지휘부에도 변화가 있었다. 북한은 8월 29일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9기 제2차 회의에서 주요 군 지휘관을 교체했다. 지난 2월 제9차 당대회 이후 주요 직책에서 물러났던 박정천이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복귀했고 당 중앙위원과 정치국 위원에도 다시 이름을 올렸다.
노광철 국방상은 해임돼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으로 이동했으며, 후임 국방상에는 김성기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임명됐다. 군 보위국장과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 군 내부 통제와 사상지도를 담당하는 주요 보직도 바뀌었다.
박정천의 복귀는 포·미사일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군 원로를 다시 전면에 배치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군 지휘와 정치·사상 통제조직을 함께 재편했다는 점에서 김정은 체제가 국방 현대화와 군 내부 장악력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국정원 “북미정상회담 어느 때라도 가능”…볼턴은 ‘평양 회담’ 전망
지난주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대화 신호에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주에는 북미대화 가능성을 둘러싼 외부의 관측이 한층 구체화됐다.
국정원은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정상회담에 대해 “어느 때라도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북미 간 구체적인 접촉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화 징후는 있다”고도 설명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1일 미국 한미연구소(ICAS) 화상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회담을 다시 추진할 경우 다음 장소로 평양을 선택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과 2019년 판문점 회동에 이어 미국 대통령의 첫 평양 방문이라는 상징성을 트럼프가 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볼턴의 발언은 미국 정부의 공식 계획이 아니라 개인적 전망이다. 실제 북미 간 접촉이나 정상회담 준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가 계속 드러나는 가운데 북한이 아직 명시적으로 문을 닫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두만강 자동차다리엔 ‘노비첸코’ 이름…북러 연결 더 넓어진다
북러관계에서는 상징과 실리가 동시에 나타났다. 러시아 정부는 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두만강 자동차다리와 하산 국경검문소가 조만간 개통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 다리에는 소련군 장교 야코프 노비첸코의 이름을 붙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러시아 측 설명에 따르면 노비첸코는 1946년 평양에서 열린 행사에서 김일성을 향해 날아온 수류탄을 몸으로 막아 중상을 입었던 인물이다.
두만강 자동차다리는 2024년 6월 북러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으로 추진됐다. 지금까지 북러 육상교통은 두만강역과 하산역을 연결하는 철도가 사실상 유일했지만 자동차다리가 개통되면 화물차량과 인적 이동이 가능한 새로운 통로가 생긴다. 러시아 측은 물류와 무역 확대, 기업 운송비 절감 등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주 주간브리핑에서 ‘9월 실제 개통 여부’를 관전 포인트로 꼽았는데, 이번 주에는 러시아 교통장관이 직접 “조만간 개통”을 언급하고 다리 명칭까지 공개했다. 북러 밀착이 군사·정치협력에서 교통과 물류 인프라로 빠르게 옮겨가는 모습이다.
기자 교류·여행자보험…러시아·중국과 인적 왕래 대비
북러 교류는 언론 분야에서도 이어졌다. 렴철호를 단장으로 한 조선기자동맹 대표단은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제30차 현대언론포럼 ‘전러시아-2026’에 참석한 뒤 2일 귀국했다. 앞서 대표단은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 러시아기자협회장과 만나 언론 분야 교류·협력 협약 체결 문제를 논의했다.
북한이 해외여행자를 위한 보험 상품을 새로 내놓은 것도 주목된다. 조선국영보험공사는 8월 24일 해외여행 중 북한 주민이 신체적 상처를 입을 경우 보상하는 여행자보험 출시를 알렸다. 북한 측은 주권을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접근하는 나라들과의 경제·협력이 활발해지면서 해외여행객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료나 보상 한도 등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러시아가 북한인에게 발급한 비자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이런 상품이 등장했다는 점은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 등 우호국을 중심으로 해외 이동 확대를 현실적인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김정은, 교육자들 만나 “유능한 인재 키워야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주 교육 분야에도 상당한 비중을 뒀다. 그는 2일 평양에서 개막한 제15차 전국교원대회에 참석한 데 이어 4일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2019년 이후 7년 만에 열린 전국교원대회에서는 12년제 의무교육과 고등교육 발전, 중앙과 지방·도시와 농촌 사이의 교육격차를 줄이는 문제가 논의됐다.
김 위원장은 “국가부흥의 모든 기적과 승리가 온 나라의 교정에서부터 시작되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구상”이라고 강조하고 학생들을 견실하고 유능한 인재로 키우라고 주문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교육일꾼 대표단과도 직접 만났다.
군사와 경제 못지않게 교육을 장기적인 체제 유지와 국가발전의 기반으로 강조하는 흐름이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확인됐다.
9·9절 앞두고 외교단 꽃바구니…나고야 AG 참가 준비도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 78주년을 앞두고 평양에서는 외교행사도 시작됐다. 북한 주재 외교단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꽃바구니와 축하편지를 전달했다. 외교단을 대표해 주북 중국대사관 임시대리대사가 4일 이를 전달했다. 북한에 주재하는 유엔기구 대표부들도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를 보냈다.
국제 스포츠 무대로의 복귀도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19일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레슬링에 9명의 선수를 출전 명단에 올렸다. 남자 자유형 57㎏급 세계랭킹 1위 한청송을 비롯해 손일심과 김옥주 등 세계 정상권 선수들이 포함됐다. 북한은 레슬링에서 복수의 금메달을 노릴 만한 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일본 정부를 정치적으로 비판하면서도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 스포츠 행사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북한의 분리 대응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온달이야기·장산곶타령 등 비물질문화유산 지정
북한 내부의 문화 관련 움직임도 있었다. 노동신문은 6일 온달이야기와 조선장단, 식혜 담그기, 꿩고기탕, 잣죽 등 19개 대상을 국가비물질문화유산으로 새로 등록했다고 보도했다. 민요 ‘장산곶타령’과 조개구이, 전어구이 등 6개 대상은 지방비물질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정치·군사적 움직임이 집중된 한 주였지만 전통문화와 생활풍습을 문화유산으로 체계화하는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의 북한
8월 30일부터 9월 5일까지 북한의 움직임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안에서는 김정은 중심 체제를 다지고, 밖으로는 러시아·중국과 연결을 넓히면서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은 남겨뒀다’고 할 수 있다.
당규약에서 ‘통일’을 지우고 총비서의 권한을 강화한 것은 북한의 ‘두 국가’ 노선과 김정은 중심 통치체제가 일시적인 정치구호가 아니라 제도 속으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기에 김주애 후계자론과 박정천의 복귀, 국방상 교체까지 겹치면서 현 지도체제와 미래 승계, 군 지휘체계가 동시에 주목받았다.
밖으로는 러시아와의 두만강 자동차다리가 개통 직전 단계에 들어갔고 기자 교류와 여행자보험 등 인적 교류를 뒷받침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중국대사관 임시대리대사가 주북 외교단을 대표해 9·9절 축하 꽃바구니를 전달한 것도 북중관계 흐름과 맞물려 눈여겨볼 장면이다.
그러나 가장 큰 변수는 여전히 미국이다. 국정원이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트럼프의 평양 방문 가능성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아직 북한의 공식적인 화답은 없다. 북러·북중 관계를 강화한 김정은이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새로운 카드를 꺼낼 것인지가 다음 국면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다음 주 관전 포인트
첫째는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 78주년 행사다. 김정은이 어떤 대내외 메시지를 내놓는지, 특히 미국·한국·중국·러시아를 각각 어떻게 언급하는지가 주목된다.
둘째는 북미대화다. 국정원이 “어느 때라도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평가한 상황에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신호에 직접 반응할지가 핵심이다. 평양 회담설이 단순한 관측을 넘어 실제 움직임으로 이어지는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셋째는 두만강 자동차다리의 실제 개통이다. 다리의 명칭까지 거론된 만큼 차량 통행이 시작된다면 북러관계가 정치·군사협력에서 일상적인 물류·인적 교류로 확장되는 상징적 장면이 될 수 있다.
넷째는 19일 개막하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다. 세계랭킹 1위 한청송을 비롯한 북한 선수들의 입국과 경기 참여는 북한의 국제사회 접촉 확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창이 될 전망이다.
김정은 체제는 ‘통일’을 지운 내부 규범을 새로 짜고 후계와 군 지휘부를 다듬는 동시에 러시아·중국과의 국경과 인적 통로를 넓히고 있다. 이제 시선은 다시 미국으로 향한다. 북미 사이에 실제 대화의 문이 열릴지, 아니면 북한이 당분간 중국과 러시아에 더 무게를 둘지가 다음 주의 핵심 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