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칼럼

[윤재석 칼럼] 북한군 송환은 왜 숨겼나…지뢰 폭발 사고 조사도 늦고 설명도 모호했다

비무장지대(DMZ) 일대 자료사진. 지난 21일 서부전선에서 수색로를 개척하던 장병들이 폭발 사고로 부상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과 무관하다.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20대 북한군 두 명의 한국 송환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3일(이하 현지 시각) 유엔총회 연설에서 “최근 북한군 전쟁포로 두 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며 송환 사실을 공개했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이 공개에 앞서 한국 측에 포로 관련 언급이 있을 수 있다고 알려왔지만, 송환 문제를 “조용히 처리한다”는 양국 간 양해는 지켜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24일 “타당하고 정당한 비공개 조치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양해를 지키지 않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태도도 문제지만,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 정부의 태도다. 송환된 북한군 리모(27) 씨와 백모(22) 씨는 2024년 10~11월 러시아에 파병돼 2025년 1월 쿠르스크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탈북민 단체에 전달한 친필 편지 등을 통해 한국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꾸준히 밝혀왔다.

그렇다면 헌법상 우리 국민인 이들의 송환을 왜 비밀에 부쳐야 했는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파병 당사자인 김정은 정권에 책임이 있는 사안인데, 우리가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

그것이 대북 유연성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라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자세다. 국민의 알 권리를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충족시킨 어처구니없는 일이 됐다.

외교가에서는 “북미 대화의 동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협의 과정에서 우리 측이 비공개를 요청한 것 아니겠느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는 오히려 북한군 포로 문제를 인권침해와 국제 안보 위협의 차원에서 언급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판단을 지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지난 21일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를 둘러싸고도 조사 지연과 군의 모호한 태도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색대대장인 중령을 포함한 장병 3명이 군사분계선(MDL) 이남 10여m 지점에서 신규 수색로 개척을 마치고 철수하려던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나도록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합동참모본부는 뒤늦게 “폭발 원인은 아군 지뢰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놓았다.

MDL 이남에서 정상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던 우리 장병들이 부상한 만큼, 군은 폭발물의 종류와 매설 경위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북한군이 금속탐지기에 잘 잡히지 않는 플라스틱 대인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원인 규명이 늦어질수록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다.

조사 결과 북한군의 지뢰 매설이 확인된다면 정부와 군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그에 상응하는 대응 조치에 나서야 한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대응 능력과 전우애를 발휘한 부상 장병 3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가 대북 유연성을 갖고 접근하려는 것 자체를 비난하자는 게 아니다. 대북 유연성은 가치 있는 정책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안보 사안에서 사실관계의 규명과 국민에 대한 설명까지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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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석

'조국 근대화의 주역들' 저자, 傳奇叟(이야기꾼), '국민일보' 논설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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